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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11.

VA-11 Hall-A: Cyberpunk Bartender Action






 때로 인터넷에서 나를 대신하는 캐릭터를 만듭니다. 좋아하는 작품의 인물이나 동물 또는 다른 무언가로 나를 표현합니다. 그러는 편이 평범하고 재미없는 나보다 타인의 관심을 끌기 쉽고, 타인의 관심은인터넷에서 내 존재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VA-11 Hall-A: Cyberpunk Bartender Action]는 그런 존재감 넘치는 캐릭터로 가득한 게임입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그들과 대화해야 합니다. 타인의 말을 들어주는 것, 그것이 게임에서 당신의 역할이니까요.

세계는 대기업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몸에 주입 당한 나노머신과 권력의 폭력에 의해 통제당합니다. 위기의 인류, 삭막한 디스토피아! 하지만 그것은 이 게임의 주제가 아닙니다. [VA-11 Hall-A: Cyberpunk Bartender Action]는 작은 바(bar)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임입니다. 바는 뮤턴트와 안드로이드가 거니는 네온사인 도심의 변두리에 있습니다. 바의 이름은 “VA-11 HALL-A“ 발음이 어려워서 게임에서는 ”발할라(Valhalla)“라고 불립니다. 플레이어는 그곳의 바텐더이자 다가오는 월세의 위기와 싸우는 알바 전사입니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천천히 텍스트를 읽으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느긋한 게임입니다. 바를 찾아오는 손님의 주문을 받고 칵테일을 만들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약간의 미니게임과 변주가 있지만, 대단하다고 적어둘 부분은 없습니다. 그래서 첫인상은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캐릭터는 개성이 강하다 못해 어색하고, 세계는 너무 혼란스러워 이해가 되지 않을 겁니다. 낯선 일을 처음 시작하면 두렵고 내가 있을 장소가 아닌 것처럼, 이 게임도 한동안은 혼란스럽고 모호하게 시간이 흘러갈 겁니다.

모호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인터넷의 타인 같던 캐릭터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합니다. 플레이어를 경계하는 사람도 있고, 오래전부터 친구로 지내던 사람도 있고, 플레이어를 아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두 다양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플레이어가 건넨 술 한 잔에 그들은 이야기를 털어놓고, 그 이야기를 읽는 동안 플레이어는 그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흥미를 끌기 위해 이것저것 억지로 붙여놓은 것 같던 캐릭터가, 다양한 사건과 이야기를 통해 설득력을 얻기 시작합니다.

억지스럽던 캐릭터에게 쉽게 마음이 가고, 혼란스럽던 게임의 세계가 더욱 얽혀가는 과정에 깊게 빠져드는 이유는 게임이 현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만화 그리고 인터넷 문화를 적극적으로 끌어와 사용하고 있는 게임은 그것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것을 통해 현실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모험에 뛰어듭니다. 어째서 캐릭터에게 고양이 귀가 달려 있을까?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을 하는 이유는 뭘까? 인터넷 포럼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현실에서 마이너 취급되고 비아냥거림으로 일축되는 다양한 문화를 게임은 가상의 세계 중심에 박아놓고 거대하게 확대합니다. 게임의 이야기를 통해 조명받지 못하는 현실의 문화를 면밀하게 바라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VA-11 Hall-A: Cyberpunk Bartender Action]는 기념비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인터넷 문화 등 진지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문화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체험을 제공한 게임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비록 만들어진 캐릭터라 할지라도, 그 안을 들여다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삶을 사는 사람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을 이 게임은 알려주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캐릭터 너머의 나를 이해하는 과정은 나의 존재를 사라지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장하게 합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1만 6천원
편의: waifu
제작: Sukeban Games
좌표: 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