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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30.

Animal Crossing Pocket Camp




 닌텐도의 사랑받는 게임 시리즈 [동물의 숲]의 최신작이자 최초의 모바일 발매 작품 [Animal Crossing Pocket Camp]는 전형적이고 평범한 모바일 게임입니다. 그리고 필자는 그게 너무나 싫습니다. 제작자의 의도를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 게임은 감정을 조절하기가 참 힘듭니다. 워낙 제가 좋아하는 게임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두 가지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시간을 쓰든가 돈을 쓰든가. 물론 돈을 쓰지 않아도 즐기기에 크게 지장이 없습니다. 조금 불편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돈을 쓰면 엄청나게 편해지는가? 그렇지도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돈을 쓴 사람과 쓰지 않은 사람 사이에 형편이 맞지 않아서일까요?

아니요.

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돈을 쓰라고 요구하지만, 플레이어가 너무 심하게 돈을 쓰는 것은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편안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 플레이어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게임이 동물의 숲의 철학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은 플레이어게 해가 될 수 있는 게임이고, 동물의 숲은 모바일 또한 해가 될 수 있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가 의도치 않은 과소비를 할 수 있는 구성을 만들어 놓고, 그러하길 원치 않는 스스로 만든 모순에 끝없이 부딪히는 비운의 작품입니다.

모바일로 옮겨오면서 동물의 숲을 대표하는 특징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플레이어는 이제 구형의 작은 지구를 마음껏 뛰어다니는 대신 조각조각 찢어진 작은 공간에 갇혀 살아야 하고, 그렇게 좁아진 세계에서 동물들은 이제 집도 없이 살아갑니다. 심지어 대사와 행동마저 엄청 줄어들어서,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튜토리얼 대사를 끝없이 반복하는 기이하고 무서운 행동마저 보입니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이 정신병에 걸리면 이상한 행복을 반복한다고 하던가요? 플레이어에게 보상과 만족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장벽이자 NPC로 전락해버린 동물들은 이제 보기 귀여운 것 이상의 의미를 같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플레이어의 친구에서 그저 동물원의 동물이 되어버린 겁니다.

터무니없이 잘려나간 공백은 이제 의미 없는 수치와 그 수치를 채우기 위한 시간과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한 돈으로 메워졌습니다. 동물은 레벨이 생겼고, 호감도가 생겼으며 레벨과 호감도를 더 높이기 위해 플레이어는 시간을 써서 캠프의 레벨을 올려야 합니다. 시간을 써서 레벨을 올리는 동물의 숲 게임이라니! 더군다나 구성이 깔끔하지도 않아서 플레이어가 손해를 보기에 너무나 좋습니다. (그 복잡한 내용을 여기에 길게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동물의 숲은 플레이어가 손해를 볼 수 없는 구조의 게임에서, 손해를 보고 그 손해를 매우기 위해 플레이어가 시간이나 돈을 써야 하는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시리즈의 장점을 포기한 게임이 되면서도, 끝내 위험한 게임이 되고 싶지는 않았나 봅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플레이어는 원한다면 돈을 써도 되고, 돈을 쓰지 않아도 큰 지장은 없습니다. 조금 불편할 뿐입니다. 물론 그 불편함을 참지 못한 나머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돈을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게임은 충분히 자신의 양심을 지켰고 철학을 관철했으니 핑계는 충분합니다.

이 게임은 이만하면 충분히 양심적인 게임입니다.
(함정 씨앗을 심어둔 곳에 플레이어를 떠밀고 있지만 어쨌거나 그렇습니다)
그러니 누군가 이 게임에 상처받는다면 그건 상처받는 사람의 잘못일 겁니다.
다른 모든 잘못된 선택을 내린 게임이 그렇듯이요.

천만에요.
부디 지옥에나 떨어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