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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 16.

Buttery Soup




언젠가 꼭 쓰고 싶은 글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문화가 녹아있는 라이트 노벨을 쓰고 싶습니다. 그러나 차별과 혐오를 담지 않고, 무지로 타자를 만들어 즐기지 않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되고 즐거운 캐릭터가 시대의 새로운 인식과 맞닿아 있는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입니다. 더 좋은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참 어렵겠지만 언젠가 그런 글을 써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주얼 노블 게임 [Buttery Soup]가 벌써 해버렸지만, 저도 해보고 싶습니다.
게임의 내용에 대한 자세한 해석은 앞으로 공부해야 할 숙제로 남겨두어야 하겠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무료
편의: 3시간
제작: Brianna Lei
좌표: itch.io

2017. 10. 15.

Tacoma




 우주는 넓고 사람은 작습니다. 상주 직원 10명 이하. 행성 간 화물 수송을 보조하는 우주 기지는 어느 정도의 크기일까요? 아마 상상보다 작을 겁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사람들이 거대 기업에 갇혀 살아가는 공간. 모두 떠나길 원했고, 지금은 모두 떠났습니다. 당신은 텅 비어있는 그곳에 홀로 들어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하는 임무를 받게 됩니다. [Tacoma] 기지의 이름입니다.

플레이어는 기지를 소유하고 있는 기업에서 일을 받은 하청 직원입니다. 탐사를 위한 돋보기와 추리를 위한 노트는 필요는 없습니다. 할 일은 구역으로 나뉜 기지를 순서대로 이동하며 자료를 모으는 것뿐입니다. 과거의 기록을 재생하고, 망가진 부분을 복원하고, 잠긴 문이나 사물함을 열기 위한 비밀번호 찾기 정도가 가장 큰 위험입니다. 느긋하게 천천히 시간을 들여(미래에도 값싼 단말기의 처리 속도는 그리 빠른 편이 아닙니다) 손때묻은 낡은 기지를 탐사하면 됩니다.

먼 우주로 떠났지만 [Fullbright]의 신작 [Tacoma]는 가까운 집을 무대로 한 그들의 전작 [Gone Home]과 비슷한 첫인상을 줍니다. 사람이 살아간 흔적이 널브러진 공간에서 흔적을 정리하여 사건을 완성하는 것이 게임의 주된 흐름입니다. 이번에 다른 점은 이해하기 훨씬 쉽고, 완결되어 있으며, 또 더욱 흥미진진하다는 것입니다. 한곳에 멈춰서 있어야 하거나, 공백으로 이야기를 처리해야 하는 걷는 게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ullbright]는 AR 영상이라는 발상을 떠올렸습니다. 실존했던 인물의 실루엣을 딴 가상 데이터가 실제 인물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바로 AR 영상입니다.

우주 기지에 있었던 여러 인물의 대화와 행동은 짧은 영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영상을 원하는 속도로 몇 번이든 볼 수 있습니다. 혹은 이야기가 지루하다면 아예 무시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선택 가능한 구성은 게임의 설정과 잘 어울리고, 플레이어가 게임을 이끌어 가는 느낌을 주는 덕분에 몰입감을 크게 높여줍니다. [Fullbright]의 특기인 세밀한 사물과 배경 묘사도 여전해서, 플레이어의 노력에 따라 사건을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전작 [Gone Home]에서는 소소한 물건까지 집착에 가깝게 표현했으나, 이번에는 사건에 의미 있는 물건 위주로 비중이 조절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지만, 게임 경험 전체로 보면 좋은 결정입니다. 플레이어가 사건과 관계없는 물건을 몇 개 들여다보다 전체에 흥미를 잃는 것 보다는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Tacoma]의 이야기는 초반에 흥미를 잃고 그만두기에는 너무 매력적입니다. SF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익히 봤을 법한 내용이라서“겨우 이거야?”라고 시큰둥하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비디오 게임은 같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 익숙한, 가상의 사회를 통해 현재를 되돌아보고 질문하는 SF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짧은 게임에서 너무 욕심을 부리다 보니, 고민해보면 대단히 깊이 있지도 않고, 공감하기에 껄끄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재미있게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는 흥미롭고 여운이 남는 이야기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오늘날 사회 문제를 드러내는 미래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고, 갈등이 매끄럽게 완결되는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이건 놓치면 손해입니다. 내키지 않으면 할인할 때 사면 됩니다. 한국어화도 되어 있습니다.

[Tacoma]는 걷는 게임을 잘 만드는 회사가 장르를 싫어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장르로 만들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인 게임입니다. 걷는 게임의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사람이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보통 리뷰로 게임의 구조에 대해 길게 떠들지 않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했습니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E3에서 이 게임의 광고를 무슨 온라인 게임처럼 했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해보니 화가 치밀 정도로 포인트를 짚어내지 못한 형편없는 광고였습니다. 공식 트레일러가 게임의 이미지와 그나마 가까우니 그쪽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유명한 게임으로 [Deus Ex] 시리즈가 있습니다. 장르에 충실한 게임인 동시에 생각해볼 이야기를 담는 걸 주저하지 않는 좋은 게임입니다.


플랫폼: PC, XBOX
가격: $19.99
편의: 쉬움, 드라마
제작: Fullbright
좌표: itch.io , 스팀 , G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