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찾아보기

2007. 6. 3.

게임에 이제 상상력은 필요 없는 걸까?


오늘 이야기 해보고 싶은 것 "게임을 할때 상상할 필요가 있을까......?"

수억의 폴리곤과 고 해상도의 텍스처 그리고 그 외 수많은 그래픽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게임의 표현력은 점점 현실과 가까워지고 있다. 게이머로서 게임이 발전하는 것은 언제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지만 이러한 변화가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RPG나 ADV장르가 필자의 주요 플레이 장르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추억에 관한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지만 과거 조잡한 도트가 눈에 들어오던 게임을 할 때는 늘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고는 했었다. 주인공이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이라던가 슬픈 이벤트에서 헤어지는 인물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간절할 표정 또는 그들이 서 있는 웅장한 성까지, 부족한 가상을 머릿속에서 현실처럼 완성시키는 재미. 독서에서 자주 논하고는 하는 상상의 재미가 그 당시 게임에도 있었다고 회상하지만 게임의 그래픽이 발전하고 현실과 유사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게임에 있어 상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캐릭터는 완성된 모습으로 이목구비 또렷하게 표현되며 배경 또한 바람에 흔들리는 풀 한 포기까지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미려하다 보니 유저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보고 즐기는 것뿐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잘못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며 이는 게임이라는 매체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세대차이일 뿐이라 생각한다. 과거의 게임들은 그래픽적 표현력이 지금의 게임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고 그렇다 보니 상황 설명을 위해 제공하는 그래픽이라는 것은 사실 아이콘에 가까웠다.


유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주는 최소한의 그래픽, 예를 들어 나무라고 하면 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그림이 대신 서 있었지 지금처럼 현실의 나무와 최대한 흡사하게 제현 된 나무를 표현할 수는 없었으며 이러한 이유로 그 당시의 게임은 유저로 하여금 해석을 요구하였다. 게임에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그래픽을 유저에게 보여주면 유저는 그것들을 눈으로 본 후 정보를 얻어 머릿속에서 상황을 재 구현하는 것이다. 독서가 글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면 게임은 그림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정도의 차이밖에 없던 것이 그 당시 게임의 그래픽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굳이 해석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확한 사물을 그래픽으로 표현해 주게 되었기에 이제 유저는 게임을 해석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그래서 게임에는 이제 상상력이 필요 없는 걸까……?

반은 옳고 반은 틀린 말이랄까, 게임의 이해에 있어 이제 우리는 상상할 필요가 없지만 게임의 진행에 있어서는 오히려 더 많은 상상의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 게임이라는 매체의 하나의 발전 가능성이자 방향성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의 유저 참여 제작을 생각해 보면 근래 들어 증가하고 있는 유저의 게임 모드 제작을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력을 구체화 하여 직접 게임의 일부로서 만드는 모드 제작은 게임을 플레이 하는 새로운 방법 중 하나이다. 이는 게임 자체의 수명 또한 늘려 주기에 많은 수의 게임들이 유저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제작 툴을 지원해 주고 있다. 보여 주는 것은 충분히 보여주고 이제 유저로 하여금 게임을 집적 수정하거나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 앞으로 게임의 모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드의 제작에는 많은 시간이 들고 플레이 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지식이 필요하기에 모든 유저를 위한 것은 아니라 할 수 있다. 좀더 간단한 부분으로 들어가서 게임의 진행을 살펴보면 이것 역시 과거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래픽의 표현력과 더불어 발전한 게임의 정보량은 과거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며 유저로 하여금 더욱 많은 행동을 가능하게 만들거나 게임의 정보를 이용해 유저 나름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조만간 나올 스포어[Spore]와 같은 게임의 경우는 아예 자체적으로 사용하기 편리한 캐릭터 제작엔진을 수용하여 유저가 직접 자신이 원하는 내용[캐릭터]을 만들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그 외 다른 게임들도 유저가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자유도에 있어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 게임은 유저가 참여 해야 이루어 지는 인터렉티브한 매체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유저가 상상을 포기해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단지 앞으로 어떠한 상상을 해야 할지 고민해볼 필요는 있겠다.


PS. 2016년 12월 10일 티스토리에서 블로거로 백업
- 지금 읽어보면 많이 부족하지만 좋아하는 글이라 백업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