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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2.

ギアつなぎ




  [ギアつなぎ]는 기어를 완성하는 퍼즐 게임입니다. 흩어져 있는 기어를 연결해서 화면에 있는 돌을 오른쪽으로 굴러 떨어트리면 되는 게임입니다. 서로 다른 기어의 크기는 물론 기어의 맞물림도 고려해야 해서 생각보다 정밀한 조작이 필요한 게임입니다. 

아무래도 물리 엔진을 이용한 퍼즐 게임의 특징상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게임이 튀기도 하는데, 짧은 게임이니만큼 그것도 가볍게 웃을 수 있어 좋습니다. (잘하면 글리치를 이용해서 제작자도 예상 못 한 최단기록이 가능할지도?) 어쨌거나 기어를 서로 연결한다는 재미가 잘 구현된 게임이니 한번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좌표: UnityRoom
플랫폼: 웹
가격: 무료
편의: 20분
제작: ジェッドム

2021. 2. 25.

Veinless Property





  [Veinless Property]는 일본의 호러 만화가인 [이토 준지]에게서 영향을 받은 호러 게임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을 떠올리는 분들도 계실 텐데, 이 게임과는 관계없는 다른 게임입니다.
 
요 몇 년간 인디 게임씬에서 호러 게임이 인기입니다. 호러 영화와 비슷한 이유로 제작이 쉬운 편이고, 스트리머를 중심으로 게임을 알리기 쉬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정확히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확인은 따로 조사해 봐야겠지요.) 쏟아지는 호러 게임 사이에서 독특한 게임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Veinless Property]는 적색과 검은색의 강렬한 대비를 이용한 그래픽과 3D 그래픽에 만화 같은 연출을 도입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호러 영화를 보면 빤히 큰일이 날 걸 알면서도 한심한(?) 짓을 하는 등장인물을 보기 마련인데, 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그 답답한 등장인물이 되어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3주 만에 뚝닥 만든 게임이라 그런지 전체적인 구성은 느슨한 편입니다. 혼자 집에 있을때 하면 안되는 행동 수칙을 알려주는것도 아니고... 플레이어의 행동에 더 적절한 맥락을 부여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가볍게 즐기기에 재미있는 호러 게임이니 일상에 호러가 부족하시면 해보시기 바랍니다.

좌표: itch.io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무료
편의: 10분, 광과민성주의
제작: Tenkaiyo

2021. 2. 23.

目をあけて




  [目をあけて(메오아케테)]는 서로 다른 두개의 스테이지가 서로 겹치는 창고지기 게임입니다. 게임은 2스테이지 부터 이전 스테이지가 현재 스테이지에 겹치게 됩니다. 스페이스바를 이용해서 스테이지를 오갈 수 있으며, 스테이지를 변경 가능한 때에는 화면 양쪽에 표시가 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간단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게임은 총 10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단계적으로 난이도가 적절하게 배분되어 있기 때문에 크게 막히는 부분은 없을겁니다.

좌표: Unityroom
플랫폼: 웹
가격: 무료
편의: 20분
제작: Yusuke Nakajima

2021. 2. 22.

SELF





  [SELF]는 플랫포머 게임의 익숙한 이중 점프를 재미있게 뒤튼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플레이어 캐릭터의 영혼이 빠져나와 이동하는 독특한 방식인데, 이게 기존의 이중 점프와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처음에는 손이 꼬여서 좀 혼란스럽지만 익숙해지면 공중에서 여러 방향으로 이동이 가능한 덕분에 꽤 멋진 조작이 가능합니다. 흑백 위주로 깔끔하게 그려진 그래픽과 조작에 따라 강약이 달라지는 음악이 게임과 상당히 잘 맞아떨어집니다. 스테이지의 난이도 배분도 적절하고 위트있는 연출도 매력적인 매우 잘 만들어진 게임이니 한번 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또한, 개발자가 게임의 규모를 키워 제작할 계획이 있다고 하니, 여유가 있으신 분은 후원 부탁드립니다.

좌표: itch.io
플랫폼: 웹
가격: 무료
편의: 20분
제작: dev dwarf, cgrail, mmatt ugh

2021. 2. 17.

Gridblocked



  [Gridblocked]은 슬라이드 퍼즐에 포탈을 섞은 퍼즐 게임입니다. 게임의 기본 플레이 방식은 슬라이드 퍼즐의 그것과 같습니다. 어릴 적에 했던 슬라이드 퍼즐 게임의 목표는 블록을 순서대로 배치해서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었지만, 이 게임의 목표는 붉은색의 블록을 출구까지 옮기는 것이 목표입니다. 무엇보다 독특한 부분은 포탈입니다. 붉게 표시된 포탈로 블록을 이동시키면 해당 포탈의 반대쪽으로 블록이 이동합니다. 처음에는 레벨이 간단해서 대충하다 보면 풀리는데, 게임 후반으로 가면 머리를 굴려 풀어야 합니다. 간단한 초반을 지나 포탈을 응용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면 ‘이렇게 풀어갈 수도 있구나’하고 놀라게 됩니다. 필자는 챕터3 두 번째 퍼즐에서 포기했습니다. 아이디어도 기발하고 퍼즐 구성도 재미있으니 퍼즐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은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좌표: itch.io

플랫폼: 웹(HTML5)

가격: 무료

편의: 30분

제작: Tom hermans

2021. 2. 13.

Berserker and Thumbnail Maker



  ”레벨의 사물을 복사 붙여넣기로 풀어나가는 퍼즐 플랫포머 게임“ 얼핏 기발하고 괜찮아 보이는 이 아이디어는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첫째, 레벨 디자인이 난해합니다. 명료한 레벨 디자인을 위해 복사 가능한 범위를 좁히면 게임이 단순해지고, 복사 붙여넣기를 강조하기 위해 범위를 넓히면 퍼즐의 재미가 떨어집니다. 재미있는 플랫포머 레벨 디자인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 형태를 바꾸는 변형 가능한 레벨 디자인이라니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둘째, 조작이 복잡합니다. 플레이어가 감당할 수 있는 조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플랫포머의 기본 조작과 액션만 해도 빠듯한데, 여기에 복사 붙여넣기를 위한 조작을 추가하면 조작 난이도가 치솟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 아이디어를 채택한 게임의 플랫포밍은 아주 기본적인 형태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Berserker and Thumbnail Maker]는 위의 문제를 재치있게 해결한 퍼즐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아주 단순하고 명쾌한 해결 방법을 제시했는데, 이 방식이라면 이 아이디어가 하나의 장르로 발전한 가능성도 충분해 보입니다. 이 게임의 해결 방식은 이렇습니다. 플레이어는 정사각형의 프레임 형태로 레벨의 특정 부분을 복사해서 다른 곳에 붙여넣을 수 있습니다. 사다리를 복사해서 붙여넣거나, 빈 곳을 복사해서 벽을 없애는 식입니다. 그러면 AI 캐릭터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며 사다리를 오르고 출구로 향합니다. [레밍즈]라는 퍼즐 게임으로 익숙한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AI의 길을 만들어 주는 퍼즐게임“이라는 구성을 접목한 것입니다. 플레이어는 뛰어다니며 복사 붙여넣기로 레벨을 만들고, 만든 레벨은 AI가 알아서 진행한다. 정말 이런 아이디어가 왜 이제야 나왔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플랫포머 게임으로 즐기기에는 다소 정적이지만, 레벨을 파악하고 퍼즐을 해결하는 재미는 훌륭합니다. 일주일 만에 제작된 게임이니만큼 길이도 짧고, 내용도 단순하지만 앞으로 규모를 늘려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게임입니다.


좌표: itch.io

플랫폼: 웹(HTML5)

가격: 무료

편의: 10분

제작: andretchen


2020. 2. 16.

And yet it hurt




 “메모장에 게임 기능이 있다면 어떨까? What if there was a game in Notepad?” 제작자의 엉뚱한 생각에서 시작된 게임 [And yet it hurt]은 정말로 메모장에서 구동되는 게임입니다.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생각을 시작으로 해결법을 모색하며 게임을 제작한 과정이 참 흥미로운 게임입니다. 비록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윈도우 기본 메모장 대신 필요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오픈소스 메모장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겉보기에는 기본 메모장과 똑같아 보입니다. 메모장의 편집 기능을 이용한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퍼즐과 기존 게임과는 사뭇 다른 조작 방법이 이색적인 게임입니다. 게임 실행 방법 또한 재미있는데, 게임 안에 설명되어 있으니 천천히 따라가시면 크게 어려운 부분을 없을 것 같습니다.


플랫폼: 윈도우(메모장)
가격: 무료
편의: 30분
제작: Sheepolution
좌표: itch.io

2019. 12. 15.

AI DUNGEON 2




 [AI DUNGEON 2]GPT-2라는 기계학습 엔진을 사용한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기존의 어드벤처 게임은 제작자가 정해둔 길에서 벗어나면 “그 길은 막혀있다”라거나 “그 행동은 할 수 없다”라는 답을 출력했지만,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입력한 내용에 따라 앞뒤 문맥을 맞춰 즉석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미리 선정된 동사도 없고 미리 짜인 이야기도 없습니다.

제작자인 [Nick Walton]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제작자는 언어학습을 목적으로 개발된 GPT-2라는 기계학습 엔진에 스토리게임 사이트의 스토리를 학습시켰다고 합니다. 이후 게임에 알맞게 엔진을 개량하여 반복되는 문장을 줄이거나, 더 게임에 적절한 이야기를 학습할 수 있게끔 조절했다고 합니다. (제작자가 직접 작성한 문서도 있습니다)

서버 비용문제 때문에 현재는 꽤 제한적인 방법으로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구글의 기계학습 네트워크인 Colab에서 구동되고 있으나, AI가 플레이어가 제시한 문장을 해석하고 새로운 문장을 생성해내는 게임 특징상 서버에 상당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조만간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게임 플랫폼을 모바일로 옮기고 클라우스 서버를 사용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보고 참 대단한 게임이다 싶었는데 이런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걸 보니 보편화 되기는 어렵겠구나 싶어 아쉽습니다. 게임 실행이 좀 어렵긴 한데 프로그래밍에 기초적인 지식이 있으신 분이라면 큰 문제없이 실행할 수 있을 겁니다.

추신: 홈페이지에는 전작인 1편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1편도 AI가 생성하지만 선택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플랫폼: 웹
가격: 무료(후원 모집중)
편의: 실행하기 어려움
제작: Nick Walton
좌표: Colab

2019. 12. 13.

Sayonara Wild Hearts





 [Sayonara Wild Hearts]는 한 퀴어 소녀의 성장을 음악과 비디오 게임으로 표현한 짧은 작품입니다. 게임 구성은 스테이지 형식으로 리듬 게임처럼 트랙별로 나뉘어 있지만, 실제 게임 플레이는 연출에 따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듭니다. 트레일러만 보면 적당히 구색만 갖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해보면 장르의 변화에 따라 조작하는 느낌이 달라질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가볍게 즐긴다면 아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지만 파고들면 암기형 슈팅 게임에 가까워지는 게임입니다. 적탄에 근접하면 스코어링이 올라가는 시스템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이 게임은 마법 소녀 물이기도 합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할법한데…. 사실입니다. 비디오 게임, 발레, (백합)마법 소녀 물이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주제를 하나로 버무려낸 연출만으로도 대단한 게임입니다. 비디오 게임 레벨 디자인으로 감정을 묘사하고, 애니메이션 장르의 공식을 이용해서 메시지의 뼈대를 만든 센스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아마 게임을 끝내고 나면 이상해 보이던 제목이 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겁니다.

참 오해하기 쉬운 게임입니다. 기이한 게임 제목과 공개된 트레일러만 보면 얄팍한 관심끌기용 게임으로 보이기 딱 좋습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사실 게임이 이해를 두고 있는 주제에 대한 깊은 존중을 표하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올해 이 게임이 너무 과소평가를 받은 것 같아서 마음이 쓰라립니다.


플랫폼: PS4, 스위치, PC, 에플 아케이드
가격: \13,500
편의: 어려움(반복 실패시 스킵가능)
제작: SIMOGO
좌표: STEAM

2019. 11. 28.

Disco Elysium





느닷없이 등장해서 필자의 올해의 게임이 된 게임. [디스코 엘리시움(Disco Elysium)]에서 플레이어는 형사가 되어 살인 사건을 수사하게 됩니다. 누아르 추리물에 강한 영향을 받은 [디스코 엘리시움]의 세계는 현실의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과 비슷한 가상의 공간을 무대로 합니다. 게임의 진행은 누아르 물 하면 떠오르는 수사 과정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면 질문을 통해 사건의 단서를 얻고, 구석구석 뭐라도 있지 않을까 발품을 팔고 다니는 구성입니다.

플레이어는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의 형사가 되어볼 수 있습니다. [디스코 엘리시움]에는 플레이어가 선택 가능한 24종류의 스킬이 있습니다. 이 스킬은 각자 개성을 가지고 있고 자아를 가지고 플레이어와 치고받고 싸웁니다. (때로는 자기들끼리 싸우기도 합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행동할 때마다 스킬 체크가 이루어집니다. 체력에 관한 스킬을 선호했다면 몸으로 들이받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며, 머리를 쓰는 스킬을 선호했다면 말로 풀어가는 상황이 자주 일어납니다. 이러한 이색적인 스킬 시스템은 게임의 설정을 통해 위화감 없이 플레이어에게 전달됩니다.

캐릭터 만들기에는 정치와 사상도 포함됩니다. [디스코 엘리시움]의 세계는 현실과 아주 가까운 역사와 정치 그리고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늘 보이는 인터페이스 구석에 처박혀 읽어주길 바라는 설정이 아닙니다. 게임의 세계와 그곳에 있는 인물에 녹아들어 있는 매끄럽고 깊이 있는 역사와 정치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에 등장하는 다양한 등장인물과(NPC) 대화를 하면서 원하는 성향의 대화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성향은 플레이어의 능력치에 변화를 주거나 소소한 특전을 주는 “생각(Thought)”이라는 시스템으로 구현되어 있어서 플레이어의 역할극을 강조해 줍니다. (간단하게 Perk를 생각하면 됩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디스코 엘리시움]의 NPC는 다양하게 해석됩니다. 이들은 단순한 퀘스트 시작 지점이 아니라 퍼즐 그 자체입니다. 현실과 유사한 정치와 사상을 토대로 만들어진 NPC는 현실의 인물과 유사한 깊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NPC는 선과 악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세계에서 자신의 이해에 따라 움직입니다. 아름답게 주조된 고리퍼즐(Huzzle)처럼 게임 속 캐릭터들은 풀어보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합니다.

역사, 정치, 사상을 아우르는 게임의 깊이는 텍스트를 통해 완성됩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경험은 [디스코 엘리시움]이 이루어낸 최고의 성과입니다. 감각적인 스킬에 투자했다면 게임은 감정을 느끼는 멜로물이 되고 육체에 올인했다면 몸으로 부딪치는 누아르 물이 됩니다. 선택에 따라 제공되는 텍스트가 다를 뿐임에도 그런 차이를 만들 정도로 이 게임의 텍스트는 훌륭합니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된 텍스트를 읽고 있는데도 푹 빠져들 정도입니다.

텍스트도 훌륭하지만, 그래픽과 음악도 결코 떨어지는 수준은 아닙니다. NPC의 음성 더빙은 캐릭터에 색을 더해주고 배경음악은 게임의 분위기를 주도합니다. 주인공 캐릭터의 더빙 또한 인상적인데 그 부분은 설명 대신 직접 들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플레이어 캐릭터의 외형을 꾸밀 수 있는 선택지도 제법 폭넓게 준비되어 있어서 분위기와 취향에 따라 알맞은 모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제작진이 음악에 꽤 자신이 있었는지 음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퀘스트도 있는데 필자는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음악에 조예가 깊다면 인상이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디스코 엘리시움]의 퀘스트는 확실히 재미있습니다. 논리적인 생각을 요구하는 임무와 멋대로 뛰쳐나가는 사건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게임의 독특한 흐름은 정말 기억을 전부 지워버리고 다시 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합니다. 텍스트로 복선을 깔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다가 그래픽과 음악으로 절정을 찍는 [디스코 엘리시움]의 연출은 다른 텍스트 위주의 게임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만족을 느끼게 만듭니다.

그러나 [디스코 엘리시움]을 추리 게임으로 즐긴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범인을 잡는 카타르시스를 추구하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큰 흐름은 플레이어의 추리와 무관하게 항상 정해진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플레이어가 퀘스트의 진행이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도 매우 적습니다. 플레이어가 원하는 정의에 따라 승리하는 게임을 상상했다면 이 게임의 결말에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겁니다. [디스코 엘리시움]은 추리물로 보자면 정말 엉터리입니다.

물론 그런 디자인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디스코 엘리시움]은 플레이어에게 실패와 패배를 경험시키고 싶어 합니다. 직접 테스트해 본 결과. 이 게임은 극단적으로 게임 오버를 택하지 않는다면 플레이어가 실패와 패배를 안고 갈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러 실패해볼 가치가 있을 만큼 실패에 따른 결과가 재미있는 부분도 많습니다. 이 게임은 가상 현실의 경험을 통해 현실에서 겪은 실패와 패배를 치료하려 합니다.

플레이어는 [디스코 엘리시움]에서 더할 나위 없이 실패할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사상을 전파하고 심각한 역사를 비웃고 사람을 속이고 사람에게 속으면서 게임의 끝을 향해 나아갈 겁니다. [디스코 엘리시움]은 이야기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그 모든 실패에 대해 인상 깊은 감상을 남깁니다. 그 감상은 게임이 플레이어라는 인간을 필요로 하는 이유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는 이유와도 일치합니다. 게임은 게임을 이용해 메시지를 던집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의 끝에 받게 될 현실을 위한 메시지입니다.


플랫폼: 윈도우
가격: \41,000
편의: 데킬라 선셋
제작: ZA/UM
좌표: 스팀 스토어 페이지

2019. 8. 26.

Block Steady




 [Block Steady]는 한붓그리기가 생각나는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플랫포머 게임에서 익숙한 규칙을 응용하여 퍼즐 게임으로 재구성한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하고 움직이는(또는 실패에서 배우는)것이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가 스테이지 마지막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 긴장을 유지시키고 클리어의 만족감을 높여주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게임의 길이가 짧고(총 16개의 레벨) 깔끔한 조작에 그래픽도 아기자기해서 가볍게 즐기기에 좋은 게임입니다.


플랫폼: 웹
가격: 무료
편의: 쉬움, 30분
제작: gustav_k
좌표: itch.io

2019. 5. 16.

리갈 던전(Legal dungeon)




 경찰이 마땅히 가져야 하는 윤리와 도덕 그리고 양심에 의하면 피의자는 무죄로 판단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이번 달 실적이 최악입니다. 범죄자를 만들어서라도 건수를 올려야 할 위기 상황. 유죄로 판단한다면 나뿐만이 아니라 팀 전체에 득이 될 것입니다. 거기에 법리로 정당성까지 보장되어 있습니다. [리갈 던전(Legal dungeon)]에서 플레이어는 경찰 형사 2팀의 팀장이 되어 사건을 수사하고 정리하여 검찰로 넘기는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자, 그럼 이 사건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의견서, 기소, 불기소, 진술조서, 피의자신문조서... [리갈 던전]에는 보기만 해도 겁날 정도로 생소한 단어가 많이 나옵니다. 다행스럽게도 플레이어는 경찰 업무용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정부 하청으로 제작되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훌륭한 소프트웨어는 여러 창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화면 오른쪽 위 끝에는 단어를 검색해 볼 수 있는 검색 도구가 있고 그 아래로 사건 서류가 분류되어 있습니다. 분류된 사건 서류 아래로는 사건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법 판례와 기타 용어의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사용 방법은 참으로 간단해서 제공된 서류를 천천히 읽어보고 소프트웨어가 미리 작성해둔 양식에 알맞은 단어나 문장을 찾아 넣으면 간단하게 서류 작성이 끝납니다.

서류 작성이 끝나면 피의자와 대결에 돌입합니다. 대결이 시작되면 간략한 전투 화면이 아담하게 표시되고 플레이어와 피의자가 말로 치고받으며 죄의 유무를 따지게 됩니다. 이 죄의 유무를 따지는 과정은 앞의 서류 작성보다 더 퍼즐에 가까운 논리 싸움인 동시에 이야기의 흐름을 나누는 분기점 역할을 합니다. 퍼즐 난이도가 고르지 못한 단점이 있지만 원하는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적절한 답을 찾는 과정은 “아하!”하는 순간을 느낄 수 있도록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경찰 소프트웨어에는 도우미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익살스럽게 생긴 캐릭터가 게임 중간중간 플레이어에게 유용한 조언을 해주는 기능입니다. 동작과 표정도 나름 풍부해서 삭막한 소프트웨어에 캐릭터와 개성을 불어넣는 마스코트 역할도 해냅니다. 어쩐지 예전에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제작한 오피스 도우미 클리피가 생각나는 캐릭터입니다. 도우미의 조언에 따라 서류를 작성하고 피의자와 대결을 거치고 나면 플레이어는 어렵지 않게 초반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플레이어는 아주 높은 확률로 썩어빠진 경찰이 되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솔직히 유쾌한 경험은 아닙니다. 화내며 게임을 그만둬도 이해할 만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살면서 뉴스를 보신 분이라면 특이 최근 논란이 되는 어떤 사건의 뉴스를 보신 분이라면 게임이 내놓는 결론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될 겁니다. [리갈 던전]에서 다루는 사건은 실제 있었던 판례를 통해 재구성한 사건입니다. 사건에 돌입하기 전 나오는 판례는 사건의 모델이 된 실제 판례입니다. [리갈 던전]은 현실과 아주 가깝게 재현된 역할을 경험하고 그 역할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고민해 보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마지막이 모호해서 경험을 하나로 매끄럽게 엮어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지만 각 사건이 던지는 질문의 무게만으로 충분히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리갈 던전]은 게임을 생각하면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함을 주장하는 게임인 동시에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게임입니다. 반복 플레이가 강요되는 것에 비해 넘기기 기능이 약한 것과 경찰 소프트웨어를 제외한 게임 구성에 대한 안내가 부족한 것은 지적하고 싶지만 [리갈 던전]이 나쁜 게임이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법리가 사건에 적용될 때 윤리와 도덕이 중요한 이유 그리고 윤리와 도덕으로 이루어진 인간성이 훼손되지 않는 사회가 중요한 이유를 이만큼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한 게임을 저는 이제껏 해보지 못했습니다. 게임의 영역을 넓히는 노력은 언제나 그 시도를 평가받고 기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결과가 훌륭하다면 더욱 말입니다.


플랫폼: 스팀
가격: \7500
편의: 어려움, 10시간
제작: 소미(Somi)
좌표: 스팀 스토어 페이지

2019. 4. 8.

Breaker




 게임 페이지의 소개말을 빌리자면 [Breaker]는 브레이크 아웃, 스페이스 인베이더 그리고 이카루가를 한곳에 섞은 게임입니다. 게임은 사각형의 공간에서 이루어 집니다. 정 가운데에는 적이 등장하고 플레이어(막대기)는 적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왼쪽으로 움직이면 플레이어가 파란색으로 변하고 좌측으로 움직이면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이때 같은 색의 적탄을 반사하여 적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화면 구성과 적 탄을 반사하는 개념은 벽돌깨기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브레이크 아웃과 스페이스 인베이더에서 빌려온 것이고 색을 바꾸어 적의 공격을 반사하는 규칙은 트레저의 슈팅게임인 이카루가에서 빌려온 것입니다. 제작자인 [Daniel Linssen]이 워낙 게임을 만드는 감각이 좋기 때문에 꽤 기대하고 플레이했는데 아쉽게도 게임은 그저 그렇습니다. 적의 배치와 공격 패턴 그리고 플레이어의 움직임은 훌륭하지만 게임의 조작이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좌우로 움직이는 이동과 색을 바꾸는 기능을 한곳에 모아 조작을 단순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막상 해보면 지나치게 헷갈리고 불편합니다. 적의 탄을 회피하고 받아내기 위한 이동과 이동 방향에 따른 색 변경을 동시에 그리고 짧은 시간안에 해내야 하기 때문에 게임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게 느껴집니다. 플레이어와 다른 색을 가진 탄에 부딪히면 체력을 잃기 때문에 결국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색을 바꿔가며 빠르고 경쾌하게 적의 탄을 반사하는 대신 색을 고정시킨 상태로 한방향으로만 돌며 하나의 색만 공략하게 됩니다.(이카루가에서는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색 변경을 이용한 스코어링 시스템을 따로 두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카루가를 개발한 트레저에서 이카루가 이전에 개발한 게임 실루엣 미라쥬에서도 플레이어의 이동 방향에 따라 캐릭터의 색(속성)이 바뀝니다. 물론 [Breaker]와는 달리 실루엣 미라쥬는 2D 액션 게임이고 플레이어 캐릭터를 중심으로 화면이 이동하기 때문에 속성 변환에 따른 혼란이 훨씬 덜한 편입니다.(그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말입니다) [Breaker]는 아무래도 제작자가 너무 조작을 간단하게 만드는것에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작 때문에 게임을 재미있게 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문제를 제외하고 보면 [Breaker]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조밀하게 잘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클리어에 따른 특전도 있고 옵션에서 취향에 따라 게임의 배색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보기와 달리 가볍게 즐기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게임이기 때문에 독특한 게임을 원하시거나 어려운 게임도 자신있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플랫폼: 윈도우, 안드로이드
가격: 무료
편의: 어려움
제작: Daniel Linssen
좌표: itch.io

2019. 3. 17.

PAWNBARIAN





 [PAWNBARIAN]은 최근 유행하는 덱 빌딩 전략 게임에 체스를 섞은 게임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게임 보드에는 적과 플레이어의 말이 놓여 있고 플레이어는 카드를 4장 받게 됩니다. 각 카드에는 체스말이 그려져 있어서 카드를 사용하면 카드에 그려진 체스말과 동일하게 플레이어의 말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말이 적의 말과 겹치면 적을 제거할 수 있고, 적을 전부 제거하면 스테이지가 클리어되며 보상으로 새로운 카드 또는 체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매우 단순한 구성이지만 마치 체스의 묘수풀이처럼 임의로 주어지는 카드를 이용해 효율적인 전략을 짜는 재미가 있는 게임입니다. 단지 적의 공격 범위를 알기 어려워 한 수 이상 전략을 짜기 난해한 것과 한 턴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 총량이 모호한 문제가 있어 아쉽습니다. 현재 공개된 것은 프로토타입이고 앞으로 완성된 게임을 제작한다고 하니 기대해 볼만한 게임인 것 같습니다.

플랫폼: 웹, 윈도우, 리눅스, 맥
가격: 무료, 30분
편의: 어려움
제작: j4nw
좌표: itch.io

2019. 2. 19.

환원(還願) -Devotion-




 가정은 안락하고 편안한 공간. 종교는 마음의 쉼터. 익숙한 표어입니다. [RedCandleGames]의 신작 호러 게임 [환원(還願)(Devotion)]은 그 표어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게임입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나름의 “아니오”를 알고 있습니다. 단지 손톱에 박힌 가시 같아 차마 꺼내지 못할 뿐입니다.

 [환원]의 주요 무대는 편안하고 안락한 집입니다. 1980년대 대만에 있을법한 낡은 빌라. 거실과 주방이 있고 거실에서 시작되는 좁은 복도를 따라 화장실과 방이 둘 있는 구조입니다. 현관을 열고 거실에 들어서면 소파와 TV가 보입니다. 소파 뒤쪽 벽에는 큰 가족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주방은 거실에서 문 없는 문을 통과해 들어갑니다. 주방에는 작은 냉장고와 싱크대가 있고 환기를 위해 불투명한 유리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거실에 나 있는 좁은 복도를 따라 방이 나 있습니다. 복도 입구에 작은 방이 있고 굽어 있는 통로 중간에 화장실 그리고 통로 끝에 큰 방이 있습니다. 화장실은 작지만 평범합니다.(욕조도 있습니다!) 큰방과 작은방에는 가족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는 가구와 소품이 가득합니다. [환원]의 집은 미려한 그래픽으로 현장감 넘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1980년대 대만의 낯섦과 익숙한 집의 풍경이 겹치는 독특한 경험을 줍니다.

 [환원]의 집은 2014년 데모만 공개된 후 사라진 전설의 호러 게임 [P.T.]의 장치로 완성됩니다. 게임이 시작되고 플레이어가 집 현관을 열고 들어가면 목재 가림막이 눈 앞을 가립니다. 가림막을 지나 거실에 들어서면 주위는 온통 시뻘건 조명에 물들어 있고 TV에서는 하얀 노이즈가 지글거리며 끓습니다. 쇼파위의 가족사진은 불탄 것처럼 일그러져 있고 주방에서는 썩은 악취가 풍깁니다. 좁은 복도는 지저분한 얼룩과 낙서로 가득하고 방은 모두 잠겨 있습니다. 그리고 복도를 되돌아 거실로 돌아오면 그곳은 이미 거실이 아닌 낯선 장소입니다. [P.T.]는 좁은 통로로 연결된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협소한 공간의 공포와 낯선 미지의 공포를 효과적으로 연결한 게임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환원]은 미려하게 표현한 집을 통해 익숙한  소품의 낮선 변화까지 체감할 수 있게 발전시켰습니다. 플레이어는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집을 뒤지며 가족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추적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집을 오갈 때마다 집은 광기에 찌들어 갑니다.

 [환원]의 사건은 광기의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입니다. 사건 사이는 퍼즐로 막혀있고 퍼즐을 풀기 위해서는 집을 관찰해야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게임은 호러 게임에 익숙한 깜작 상자 연출을 포함한 굉장히 다채로운 연출을 보여줍니다. 호러 장르뿐만이 아니라 걷는 게임에서 빌려온 연출도 볼 수 있습니다. 호러 게임에 중요한 음향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시각이 아닌 소리가 플레이어게 길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퍼즐의 난이도가 너무 쉽게 느껴지거나 퍼즐의 이해도에 따라 동선이 늘어나 게임이 늘어질 수 있는것이 단점이지만 그것을 통해 준 신선함과 비교해보면 이해할 만한 수준입니다.

특히 플레이어를 캐릭터에 이입시키기 위해 호러 게임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 도구를 이용해 엉뚱한 시도를 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이 도구는 게임 내내 귀를 채우는 불편한 소음과 비명, 섬뜩하고 끔찍한 비주얼과 완전 상반됩니다. 이 도구를 사용한 지점부터 게임은 의도적으로 플레이어로부터 공포가 아닌 다른 감정을 끌어내려고 시도합니다. 강력한 공포에서 벗어나는 쾌감을 위해 호러 게임을 택한다면 이 지점에서 크게 실망할 수도 있겠습니다. 대신 게임이 의도한 공포가 아닌 여러 복잡한 감정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어주는 한편 게임에 짙게 깔린 공포와 줄곧 엎치락뒤치락하며 게임만의 독특한 경험을 만들어 냅니다.

 중반까지가 가족의 이야기라면 게임은 후반은 종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환원]은 종교에 대해 단편적인 감상을 말하는 대신, 종교에 대해 비난할 것은 비난하는 한편 종교의 교리는 이야기에 활용합니다. 이 게임에서 종교는 비판의 대상인 동시에 앞서 언급한 게임이 이끌고자 한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고 게임의 메세지를 정리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민감한 주제이니만큼 조심스럽게 다룬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게임이 다루는 다른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생각에 따라서는 이야기가 지나치게 모호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습니다. 명확한 결말이 주는 시원함을 원한다면 다른 게임을 선택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또한 게임의 후반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 게임이 특정 등장인물을 다루는 관점에 불만이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필자도 그런 감상을 느꼈으나 게임이 주인공 시점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할만한 설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난 상처는 아물어야 합니다. [환원]을 만든 이들도 가시를 꺼내는 시도를 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습니다. 게임은 그에 대해 퍽 인상적인 답을 내리고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엔딩이지만 [RedCandleGames]가 스스로 던진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엔딩임에는 확실합니다. 가시를 시원하게 뽑지 못했더라도 말입니다. 애초에 사회문제는 개인이나 작은 집단이 해답을 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이유로 [RedCandleGames]를 탓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다루기 어려운 주제로 이만큼 완성도 높은 호러 게임을 만들고 호러 게임에 다양한 감정을 끌어들여 독특한 결실을 맺은 시도를 칭찬해 줘야 한다고 봅니다. 동아시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접해보았을 사회문제. [환원]은 그 사회문제를 독특한 호러 게임으로 빗어낸 수작입니다. 이 게임이 동아시아에서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나왔고 또 한동안 한국에서는 나올 수 없는 게임이라는 사실이 내심 분합니다.


플랫폼: 윈도우
가격: \17,500
편의: 2시간, 쉬움
제작: RedCandleGames
좌표: Steam


2019. 1. 25.

The Weight She Carries


그녀가 나르는 무게

장바구니를 들고 너무 짧지도 길지도않은(대략 200미터 남짓한)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즐기는 게임

안나 안스로피 2018.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공허속에서 회전하는 돌로 인지한다. 마치 떨어져 굴러가기 시작한 공처럼. 그러나 다른 시대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떠돌고 맴돌지 않는 그 시대의 세계는 강력한 존재에 고정된 지물이다. 그것은 거북이거나, 코끼리거나, 용일 수도 있고 인간일 때도 있다. 그러나 내 경험을 토대로 말하건데, 만약 누군가 그 짐을 짊어져야 한다면 그 존재는 분명 여성일 것이다. 나는 그녀가 그만둔 이유를 상상해본다.


장바구니를 들고 너무 짧지도 길지도않은(대략 200미터 남짓한)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즐기는 게임

장바구니는 세계다. 무슨 의도로 세계를 만들었는지 결정해보라. 어쩌면 당신은 즐거운 호기심이 머무는 짧은 영겁의 시간동안 그것을 완성시켰는지도 모른다. 다음은 그 세계의 주민이 어떻게 당신의 의도를 외곡했는지 결정해보라. 어쩌면 그들의 호기심이 그들로 하여금 서로를 갈라놓고 실험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이러한 결정을 장바구니를 들고 이동하거나, 장바구니를 꾸리는 동안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세계를 나르고 있다. 장바구니를 들고 이동하는 동안,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 예상에 비해 많은 책임이 필요한가?
● 그들은 당신의 노력에 합당한 존재인가?
● 그들이 당신을 위해 한 것이 있는가?
● 세상을 내려놓는 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장바구니를 내려놓은 뒤 세계의 운명을 결정짓도록 하자. 당신은 세계를 불태워 버릴것인가, 공허로 내던질 것인가, 또는 조금 더 그것을 짊어지겠는가?


플랫폼: 웹
가격: 무료
편의: 롤 플레잉
제작: anna anthropy
좌표: itch.io

2019. 1. 7.

Nonsense at Nightfall




 이따금 잠이 오지 않으면 이런저런 망상을 하곤 합니다. 때로는 제법 괜찮은 망상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Nonsense at Nightfall]은 그런 망상의 일부가 게임의 된 것 아닌가 싶은 작품입니다. 게임은 게임보이 특유의 표현으로 기이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화면이 흔들리는 효과라거나, 효과음 같은 소소한 부분에서 기기의 향수를 느끼게 합니다. (배경사물에 유명한 게임보이 게임의 오마쥬가 들어있기도 합니다) 그런 과거의 추억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더라도, 간단한 어드벤처 게임으로 구성된 게임의 퍼즐과 이야기는 꽤 흥미롭습니다. 꿈처럼 황당하고 앞뒤 개연성 없는 전개가 특유의 단순한 그래픽과 어울려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30분 정도의 짧은 게임인데, 워낙 전개가 희한한 게임이라 꽤 긴 게임을 즐긴 것 같은 여운이 남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가격: 무료
편의: 쉬움, 30분
제작: Siegfried Croes
좌표: itch.io


PS. 키 배치가 독특한 게임이라 메모 남겨 놓습니다. 
(게임보이 오마쥬일까요?)

방향키 / WASD / ZQSD: 이동
H key: 상호작용 / 확인
G key: 돌아가기 / 취소
Enter / F key: 열기 / 게임 메뉴 닫기

2018. 12. 25.

Pieces of Cake




 [Pieces of Cake]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퍼즐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를 처벌하는 규칙이 없어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동시에 높은 점수를 받기위해 규칙을 파고들면 꽤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서 깊이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친숙한 소재와 알기 쉬운 그래픽 덕분에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반면, 잘 하려면 규칙을 잘 응용해야 하는 좋은 퍼즐 게임의 예를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소재를 잘 살린 그래픽과 톡톡튀는 경쾌한 효과음이 특히 마음에 듭니다.

플랫폼: 웹
가격: 무료
편의: 쉬움
제작: Jakub Wasilewski
좌표: itch.io

2018. 12. 5.

No brakes on the train of life




 [No brakes on the train of life]는 유명한 “광차 문제(trolley problem)”를 소재로 다룬 게임입니다. 진지한 윤리학 사고 실험에서 폭주하는 인터넷의 밈(meme)으로 소비되기 까지 온갖 역경을 거쳐온 광차 문제는 기어코 게임으로 까지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플레이어는 광차 문제에 직면한 카우보이가 되어 열차가 몇 명을 희생시킬지 결정해야 합니다. 달려오는 열차가 원하는 곳으로 달리도록 선로를 바꾸기 위해 바쁘게 뛰어 다녀야 하는 게임입니다. 윤리 문제를 다룬 만큼 퍽 무거운 주제를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웃을 수 있게 만든 제작자의 감각이 돋보이는 게임입니다.

덤으로 이 게임은 플레이어라는 존재를 추가하면서 기존의 광차 문제에는 제시되지 않던 또 다른 문제를 하나 더 제시하고 있습니다. 바로 플레이어가 직접 열차에 뛰어들어 자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 제작자는 그냥 재미있어서 넣었을 것 같지만... 플레이하면서 생각해 보시면 게임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무료
편의: Deep, 10분
제작: SquareDev
좌표: itch.io

2018. 11. 29.

Return of the Obra Dinn



1802년, 상선 “오브라 딘”은 동양을 향해 런던에서 200톤의 교역품을 가지고 항해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6개월 후 배는 희망봉의 랑데부 지점에 이르지 못하였고 실종이 선언되었습니다.

1807년 10월 14일의 이른 아침, 오브라 딘은 눈에 띄는 승무원 없이 손상된 돛과 함께 항구로 떠밀려 왔습니다. 당신은 동인도 회사 런던 사무소의 보험 조정인으로서 배에 탑승하여 승무원 기록서를 복구해야 합니다.


 투덜거리는 나룻배 사공을 뒤로 하고 올라선 단색의 면과 선으로 그려진 배. 점묘화처럼 흩어진 달빛 사이로 찢어진 돛이 펄럭입니다. 고개를 돌리니 갑판 한쪽에는 파리가 꼬인 시신이 있습니다. 백골이 되어버린 시신에 다가서 시계를 꺼내듭니다. -죽음을 기억하라- 초침과 분침이 빠르게 돌고 시계는 시신이 죽음을 맞이한 시간으로 플레이어를 데려갑니다. 모든 것이 멈춰 있고 소리만 흐르는 장소. 다툼과 비명 총성과 살이 찢어지는 소리가 흐르는 공간은 혼란이 가득합니다. 소리가 멎고 소란이 진정될 쯔음 책이 열리고 시신이 책에 기록됩니다. 기록은 답이 아닌 질문을 남깁니다. "죽은 이는 누구인가? 사인은 무엇인가?" 책이 덮이고 가까이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현재와 과거의 문을 오가며 플레이어는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합니다.

오브라 딘에서 일어난 사건이 기록된 책은 투껍습니다.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9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습니다. 과거의 사건은 장황하고 손에 든 것은 너무나 적어서, 이를 정리하기란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래서 이 퍼즐은 재미있습니다. 차분하게 하나씩 풀다보면 불가능해 보이던 일이 풀리기 때문입니다. 단서는 다양하게 제공됩니다. 시신이 죽음 직전에 나눈 대화에 단서가 숨어 있을 수도 있고, 선실에 무심하게 놓여있는 소품이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배에서 플레이어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단서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사소한것도 놓치지 말고 치밀하게 게임을 파해쳐야 합니다. 그러한 플레이어의 수고에 걸맞게 단서는 아주 정교하게 제작되어 있습니다. 대화는 훌륭한 더빙을 통해 캐릭터의 특징과 배경을 짐작게 하고, 중요한 사물은 단조로운 배경에서 도드라져 플레이어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이끕니다.

[Return of the Obra Dinn]은 1인 개발의 한계 안에서 작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을 잘 짚어낸 티가 나는 작품입니다. 오디오와 정지 화면을 이용한 상황극을 통해 에니메이션 작업을 줄이고, 독특한 그래픽 표현을 통해 시선을 유도하는 방식은 굵은 선과 강한 인상을 지닌 캐릭터를 사용하여 그래픽에 들어가는 작업량을 줄인 [Darkest dungeon]의 그래픽 표현 방식과 마찬가지로 작업량 대비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효율적인 개발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그런 기술이 무엇과 조합되어야 좋은지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꼼꼼한 조사를 통해 완성된 배는 생동감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고, 예측 불허한 사건은 논리를 바탕으로 풀어야 하는 퍼즐과 어울려 아주 기이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조사를 통해 마련된 게임의 치밀한 설정과 그것을 표현하는 기술이 어울려 현실감 있는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Return of the Obra Dinn]은 치밀한 트릭이나 복잡한 사건을 파해치는 추리 게임이 아니라, 많은 단서를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퍼즐 게임입니다. 어느 리뷰어는 이 게임을 크로스 퍼즐에 비유하기도 했는데, 꽤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됩니다. 시작부터 죽음의 순간으로 데려가는 시계가 나오는 만큼 게임의 이야기에는 오컬트 설정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정통 추리나 스릴러를 기대한다면 크게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사건의 전체적인 개연성이나 그것을 뒤집는 반전을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독립된 퍼즐을 풀고 그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배치했을 때의 성취감을 즐기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같은 맥락의 단서가 너무 많은 퍼즐에 사용되어 흥미를 떨어트리는 부분은 아쉽습니다. 어떻게든 응용해보려고 한 흔적이 남아있는걸 보면 아마 이 부분은 제작자도 고민이 크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개발자 [Lucas Pope]는 2016년에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처음 이 게임의 프로토 타입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그것과 완성된 게임의 도입부는 거의 똑같습니다. 프로토 타입과 최종 결과물을 바꿀 부분이 거의 없을 만큼 뚜렷한 계획에 따른 결과물이라 훌륭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게임의 전개와 소재는 호불호가 갈릴지 모르나 [Return of the Obra Dinn]이 무척 재미있고 흥미로운 게임인 동시에 효율적인 게임 개발의 청사진을 제시한 게임이라는 사실을 분명합니다. 재미있는 퍼즐 게임을 찾는 분은 물론 게임 개발자를 희망하거나 종사하고 계신 분에게도 적극 추천합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19.99
편의: 어려움, 13시간
제작: Lucas Pope
좌표: Steam, GDC 데모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