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찾아보기

2019. 2. 24.

기사 갈무리 - 2 -






 최근 바이오웨어가 제작하고 EA에서 유통한 [앤섬(anthem)]에 대해 평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에 EA가 유튜브에서 해당 게임의 부정적인 리뷰 영상을 삭제한다는 루머가 돌았는데, 여기에 더해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부당한 리뷰를 했다는 이유로 EA의 블랙리스트에 등제되었다는 고발을 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링크한 기사는 그 사건을 다루고 있는 기사입니다. 그러나 필자는 유투브 크리에이터나 EA 둘중 누가 잘못했는가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관심이 가는 부분은 EA가 유튜브 크리에이터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 내용을 기사에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EA는 영향력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위한 두 가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s)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인데 이 프로그램은 유튜버가 게임 이벤트를 참여할 때 경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영상은 영상에 “Presented by Game Changers.”라고 EA로부터 후원받았음을 명시하는 워터마크가 붙습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EA가 직접 유튜브 크리에이터에게 제작비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부르는 명칭은 따로 나와있지 않으나 “Sponsored by EA.”라고 EA의 후원으로 제작된 영상임을 명시하는 워터마크가 붇는다고 합니다.

기사에서 EA 측은 게임 체인저를 통해 제작된 영상은 영상이 혹 EA를 비판하는 내용이라 해도 수용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편 EA로부터 제작비를 받아 제작된 영상은 어떤 기준을 적용받는지 언급이 없습니다만, 광고로 제작된 영상이 광고의 역할을 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광고라고 표기하고 있으니 말이죠.

규모 있는 유통사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후원한다는 사실은 딱히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전부터 줄곧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EA가 하듯 영상에 후원 사실을 표기한다면 딱히 문제 삼을 부분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 잡지나 언론도 결국 게임 회사나 그와 관련된 업계로부터 광고 이익을 얻어 운영되는 것이 사실이기에 후원 관계가 있다면 그것을 투명하게 밝히는 쪽이 오히려 발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EA는 이번 기회에 이렇게 알게 되었는데 다른 회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2019. 2. 19.

환원(還願) -Devotion-




 가정은 안락하고 편안한 공간. 종교는 마음의 쉼터. 익숙한 표어입니다. [RedCandleGames]의 신작 호러 게임 [환원(還願)(Devotion)]은 그 표어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게임입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나름의 “아니오”를 알고 있습니다. 단지 손톱에 박힌 가시 같아 차마 꺼내지 못할 뿐입니다.

 [환원]의 주요 무대는 편안하고 안락한 집입니다. 1980년대 대만에 있을법한 낡은 빌라. 거실과 주방이 있고 거실에서 시작되는 좁은 복도를 따라 화장실과 방이 둘 있는 구조입니다. 현관을 열고 거실에 들어서면 소파와 TV가 보입니다. 소파 뒤쪽 벽에는 큰 가족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주방은 거실에서 문 없는 문을 통과해 들어갑니다. 주방에는 작은 냉장고와 싱크대가 있고 환기를 위해 불투명한 유리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거실에 나 있는 좁은 복도를 따라 방이 나 있습니다. 복도 입구에 작은 방이 있고 굽어 있는 통로 중간에 화장실 그리고 통로 끝에 큰 방이 있습니다. 화장실은 작지만 평범합니다.(욕조도 있습니다!) 큰방과 작은방에는 가족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는 가구와 소품이 가득합니다. [환원]의 집은 미려한 그래픽으로 현장감 넘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1980년대 대만의 낯섦과 익숙한 집의 풍경이 겹치는 독특한 경험을 줍니다.

 [환원]의 집은 2014년 데모만 공개된 후 사라진 전설의 호러 게임 [P.T.]의 장치로 완성됩니다. 게임이 시작되고 플레이어가 집 현관을 열고 들어가면 목재 가림막이 눈 앞을 가립니다. 가림막을 지나 거실에 들어서면 주위는 온통 시뻘건 조명에 물들어 있고 TV에서는 하얀 노이즈가 지글거리며 끓습니다. 쇼파위의 가족사진은 불탄 것처럼 일그러져 있고 주방에서는 썩은 악취가 풍깁니다. 좁은 복도는 지저분한 얼룩과 낙서로 가득하고 방은 모두 잠겨 있습니다. 그리고 복도를 되돌아 거실로 돌아오면 그곳은 이미 거실이 아닌 낯선 장소입니다. [P.T.]는 좁은 통로로 연결된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협소한 공간의 공포와 낯선 미지의 공포를 효과적으로 연결한 게임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환원]은 미려하게 표현한 집을 통해 익숙한  소품의 낮선 변화까지 체감할 수 있게 발전시켰습니다. 플레이어는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집을 뒤지며 가족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추적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집을 오갈 때마다 집은 광기에 찌들어 갑니다.

 [환원]의 사건은 광기의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입니다. 사건 사이는 퍼즐로 막혀있고 퍼즐을 풀기 위해서는 집을 관찰해야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게임은 호러 게임에 익숙한 깜작 상자 연출을 포함한 굉장히 다채로운 연출을 보여줍니다. 호러 장르뿐만이 아니라 걷는 게임에서 빌려온 연출도 볼 수 있습니다. 호러 게임에 중요한 음향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시각이 아닌 소리가 플레이어게 길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퍼즐의 난이도가 너무 쉽게 느껴지거나 퍼즐의 이해도에 따라 동선이 늘어나 게임이 늘어질 수 있는것이 단점이지만 그것을 통해 준 신선함과 비교해보면 이해할 만한 수준입니다.

특히 플레이어를 캐릭터에 이입시키기 위해 호러 게임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 도구를 이용해 엉뚱한 시도를 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이 도구는 게임 내내 귀를 채우는 불편한 소음과 비명, 섬뜩하고 끔찍한 비주얼과 완전 상반됩니다. 이 도구를 사용한 지점부터 게임은 의도적으로 플레이어로부터 공포가 아닌 다른 감정을 끌어내려고 시도합니다. 강력한 공포에서 벗어나는 쾌감을 위해 호러 게임을 택한다면 이 지점에서 크게 실망할 수도 있겠습니다. 대신 게임이 의도한 공포가 아닌 여러 복잡한 감정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어주는 한편 게임에 짙게 깔린 공포와 줄곧 엎치락뒤치락하며 게임만의 독특한 경험을 만들어 냅니다.

 중반까지가 가족의 이야기라면 게임은 후반은 종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환원]은 종교에 대해 단편적인 감상을 말하는 대신, 종교에 대해 비난할 것은 비난하는 한편 종교의 교리는 이야기에 활용합니다. 이 게임에서 종교는 비판의 대상인 동시에 앞서 언급한 게임이 이끌고자 한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고 게임의 메세지를 정리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민감한 주제이니만큼 조심스럽게 다룬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게임이 다루는 다른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생각에 따라서는 이야기가 지나치게 모호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습니다. 명확한 결말이 주는 시원함을 원한다면 다른 게임을 선택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또한 게임의 후반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 게임이 특정 등장인물을 다루는 관점에 불만이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필자도 그런 감상을 느꼈으나 게임이 주인공 시점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할만한 설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난 상처는 아물어야 합니다. [환원]을 만든 이들도 가시를 꺼내는 시도를 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습니다. 게임은 그에 대해 퍽 인상적인 답을 내리고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엔딩이지만 [RedCandleGames]가 스스로 던진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엔딩임에는 확실합니다. 가시를 시원하게 뽑지 못했더라도 말입니다. 애초에 사회문제는 개인이나 작은 집단이 해답을 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이유로 [RedCandleGames]를 탓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다루기 어려운 주제로 이만큼 완성도 높은 호러 게임을 만들고 호러 게임에 다양한 감정을 끌어들여 독특한 결실을 맺은 시도를 칭찬해 줘야 한다고 봅니다. 동아시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접해보았을 사회문제. [환원]은 그 사회문제를 독특한 호러 게임으로 빗어낸 수작입니다. 이 게임이 동아시아에서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나왔고 또 한동안 한국에서는 나올 수 없는 게임이라는 사실이 내심 분합니다.


플랫폼: 윈도우
가격: \17,500
편의: 2시간, 쉬움
제작: RedCandleGames
좌표: Steam


2019. 2. 13.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대량해고 사태에 대한 정리



악역을 상정하는 업계에서 조차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해고는 특별히 잔인해 보인다
- Forbes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해고는 포트나이트 탓이 아니다
- Wried

엑티비전 블리자드가 최고 수익 발표와 함께 800명 이상의 직원을 엿먹이다
- Waypoint


 어제 일어났던 엑티비전 블리자드 대량해고사태에 대한 기사를 몇 개 추려 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사건이 잘 정리된 부분을 발췌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엑티비전 블리자드(이하 ATVI)는 2018년 4분기 역대 최고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 ATVI는 2019년 블리자드의 신규 타이틀 부재로 인해 성장이 정체될거라 예상했습니다.
- ATVI는 현재 작업중인 프렌차이즈의 개발 인력을 20% 충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ATVI는 현 직원의 8%에 해당하는 800명의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 ATVI가 15억 달러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매입함에 따라 배당이 9% 증가했습니다.
- ATVI의 주식은 5.5% 상승했습니다.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서 행해지는 일반적인 대량해고와는 달리 이번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대량해고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어났습니다.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작년 4분기 수익은 역대 최고였고 내년의 전망 또한 하락이 아닌 현상 유지이기 때문에 엑티비전 블리자드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심지어 저 발표는 엑티비전 블리자드가 직접 한 것입니다)

 만에하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웨이포인트 기사에서 지적하듯 올해 초 CFO가 1천 5백만 달러의 보너스(그중 1천 1백만 달러는 자사주였습니다)를 받은 사실이나, 재직한지 한달 된 임원이 9십만 달러의 연봉을 배정 받았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힘듭니다. (물론 망한 후에도 임원 돈잔치 하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라 이게 근거가 될지 의문이긴 합니다만)

 정리하자면 아무리 봐도 이번 블리자드 엑티비전의 대량해고는 블리자드의 신작이 나오지 않는 위기(?)나 포트나이트가 시장을 점령(?)함에 따라 경영에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에 일어난것이 아닙니다. 그랬다면 엑티비전 블리자드는 현재 작업중인 프렌차이즈가 아니라 신규 프렌차이즈를 위해 움직였어야 옳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재 개발중인 프렌차이즈의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을 선택했죠. 따라서 이번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대량해고 사태는 주주와 투자자들이 주식 가치와 배당금을 높일 목적으로 감행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회사가 경영상의 문제로 직원을 해고해야 했다면 일정한 기간을 두고 이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직원을 배려하기 위해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해고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옳습니다. 그러나 이번 엑티비전 블리자드는 단 하루만에 사전 고지 없이 800명을 해고했습니다. 취직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는 했으나 사전 통보 없는 해고 이후에 취직 지원을 하겠다? 아무래도 논란을 피하기 위한 변명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기사는 공통적으로 엑티비전 블리자드에 노조가 없다는 것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웨이포인트의 기사는 자사 노조 활동을 예시로 들며 노조가 해고에 대한 완벽한 방어책은 되지 못하더라도 해고의 충격을 줄이고 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되어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게임 업계에 노조가 결성되었고 또 결성되고 있습니다. 왜 게임 업계에 노조가 필요한가 묻는다면 이번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대량해고를 보라고 하겠습니다. 하루 아침에 경고도 없이 800명이 해고되었습니다. 해고된 이들은 SNS에 절박한 사연과 함께 구직글을 올리고 있고, 소규모 스튜디오와 개발자는 구조선을 띄우듯 구인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를 휴먼 드라마로 소비하는건 사태를 바로 보지 못하는 태도라 생각됩니다.

 워낙 심난한 사건이라 뭐라고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미국에 하루 빨리 노조가 생기기를 바랍니다. (기업이 맘대로 800명을 일시 해고 가능한 나라이기 때문에 기업 단위를 뛰어넘은 연대가 필요해서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조에 큰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