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찾아보기
2013. 2. 20.
게임성이란 무엇인가. 6년간의 생각에 대한 짧은 보고.
게임성. 글을 쓰면서 아리송한 단어는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2007년 어느 날을 시작으로 필자는 게임성이라는 단어를 6년째 피하고 있습니다. 게임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매우 익숙한 단어이지만, 정작 게임성이라는 단어의 뜻을 필자는 잘 모릅니다. 정확하게 정의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민에 푹- 빠져 있습니다. 틈만 나면 뇌 한쪽에 자리를 깔고 앉아 고민합니다.(지금도 고민 중입니다) 누구나, 너무나, 당연하게 쓰고 있는 이 ’게임성‘이라는 단어는 대체 무엇일까. 오랜 고민의 결과 (당연하게도)게임성이라는 단어는 단어가 내포한 사전적 의미 그대로 “게임이라는 것의 성질을 뜻하는 단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게임성은 곧 게임다움을 뜻하는 포괄적인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정의는 새로운 질문을 불러옵니다. 그렇다면 게임다움은 무엇인가? 게임성이 포괄하고 있는 게임다움은 어떤 것을 말하는가? 여기서 말문이 턱하고 막힙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뾰족하게 무엇이라고 말 할 수가 없습니다.
여기, 필자의 말문을 막히게 만드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게임은 현재 발전 중입니다. 실험적인 인디 게임을 주로 접하는 필자는 더더욱 그런 변화와 발전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장르와 장르가 섞이고 있고, 기술에 따른 표현 방법이 발전하고 있으며, 입력 장치 또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마치 시험 범위를 정리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시험 범위가 미친 듯이 늘어나고 있는 형편입니다.(끔찍해라!?) 지금 숨쉬는 이 순간에도 게임의 영역은 넓어지는 중입니다.
둘째, 게임다움은 개인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게임이 다른 매체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플레이어가 포함된다는 사실입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참여하는 순간 게임이 성립됩니다.(이는 비디오 게임 뿐만이 아닌 모든 게임의 공통점입니다.) 이게 게임다움을 정의함에 있어 매우 큰 장벽입니다. 게임성이라는 단어를 사전적 의미 이상으로, 한층 더 명확하게 정의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접하는 개인의 모든 것을 전부 총괄할 수 있는 어떤 대단한 개념이 필요합니다.(그런 개념을 만들 수 있다면 게임은 이미 종교의 영역일지도 모릅니다!)
위의 두 가지 이유로 필자는 게임성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포기했습니다. 심지어 한때는 게임성이라는 단어에 강한 의혹을 품고 있었습니다.(다행히도 과거형입니다. 설명은 아래에.) 게임성이라는 단어가 어쩌면? 게임이라는 단어와 똑같은 단어, 즉 게임을 돌려서 칭하는 멋있는(그러나 속은 빈) 단어가 아닐까? 게임이 게임답다는 당연한 말을 그대로 꺼낼 수 없기 때문에, 게임이 게임성이 좋다는 식으로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다른 게임에는 “성”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는데 왜 (비디오)게임에만 “성”이라는 단어를 붙일까요? 고스톱성, 포커성, 체스성... 이런 이상한 단어 없는데 유독 게임에만? 이해를 위해 게임이 아닌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 비슷한 성질을 가진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인간성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주로 도덕적인 기준으로 사람의 질을 평가할 때 쓰이는 단어로서, 이 도덕적인 기준이란 것이 매우 모호하여 명확한 정의가 어렵습니다.(덕분에 철학서를 읽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졸지에.) 그 밖에 “~성"이라는 식으로 사용되는 다른 단어들도 모두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성"이라는 명사는 사정상 자세한 서술이 힘들거나, (쌍방이 모두 이해하고 있으므로)설명을 생략할 때 사용하는 "편리를 위해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 함축시킨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게임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1.비디오 게임을 이루는 게임다움을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거나 2.쌍방이 이해한 게임다움의 의미가 (명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아도 어림)비슷할 때 편의를 위해서 입니다.(위에서 설명한바와 같이 1번이 모두라고 봐도 무리는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성이라는 단어 편리하고, 지적이고, 쿨(Cool!)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단어의 편리함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 게임에 대해 설명하고, 평가하고, 연구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거나, 혹은 취미라도 진지하게 게임을 생각한다면 단어의 사용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임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인 즉, 자신이 정확하게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 모른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혹은 자세하게 서술할 시간이나 공간이 부족하거나.) 게임다움은 우리가 기록하고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게임성이라는 단어는 되도록 쓰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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