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각으로 대략 새벽 3시 30분에 (본래는 월요일 새벽 2시 공개였으나, 벨브의 서버 문제로 인해 방금) [도타2]의 7.00 업데이트 내용이 공개되었습니다. 사실상 [도타 3]라고 불러도 큰 무리가 없는 대규모 업데이트입니다. 많은 것들이 변경되었는데 짧게 줄이면 [도타2]가 [리그 오브 레전드]와 비슷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의외입니다. 장르의 원조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던 [도타2]가 아류라는 말을 듣던 [리그 오브 레전드]를 따라 한 꼴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벨브가 꽤 큰 결정을 내린 것 같습니다.
사실 필자는 [도타2]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재미있는 이벤트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새로운 중국 영웅추가(원숭이 왕)과 업데이트 페이지가 한동안 중국어로만 뜨는 것을 보고 문득 ‘아, 벨브가 중국 시장을 꽤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번 주에 본 기사가 머리를 스쳤습니다. 상황이 아주 재미있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스팀이 중국에 스탠드 언론 게임(과 도타2)를 팔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 기사와 이번 [도타2]의 방향 전환을 겹쳐보면 아주 흥미로운 그림이 보입니다.
일단 기사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도타2]는 벨브가 중국의 게임 유통사 퍼펙트 월드와 손을 잡고 서비스 중이다.
- 중국에서 [도타2]는 스팀이 서비스한 첫 게임이었으며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었다.
- 흥미롭게도 현재 중국에서 스팀은 중국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 이는 퍼펙트 월드 측이 [도타2]의 서비스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 덕분에 스팀은 중국에서 자유롭게 게임 유통이 가능한 희소가치 높은 플랫폼이 되었다.
- 최소 십만 명의 중국인이 스팀에서 게임을 사고 있다.
[도타2]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기사를 본 당시에는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생각이 나서 다시 읽어보니 굉장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기사였습니다. 세상에 중국에서 검열을 받지 않는 플랫폼이라니?! 더군다나 플랫폼이 스팀이라니?! (어쩌면 한국 게임 개발자와 개발사에 기회의 땅은 모바일이 아니라 스팀일지도?) 이쯤 되면 당연히 스팀에서 [도타2]를 중국에 확고히 안착시키기 위해 신경을 쓸 만합니다. 그렇다면 벨브는 어느 정도나 신경을 써야 할까요? 기사의 끝부분에 이를 예상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 중국의 초거대 기업 텐센트는 TGP라는 게임 유통 플랫폼을 만들었다.
- TGP의 기능은 벨브의 스팀과 겹친다.
텐센트는 게임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알고 계실 회사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회사이자, 중국에서 메신저와 포털 서비스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 기업이니까요. 텐센트는 이미 메신저와 포털로 엄청난 수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므로 텐센트가 중국 내 게임 유통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벨브는 손을 쓸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벨브가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생각을 하고 있다면 TGP를 어떻게든 막아야 할 겁니다. 이번 [도타 2] 7.00 패치는 그 신호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타2]는 벨브의 플랫폼인 스팀의 영향력을 높여줄 강력한 무기입니다. 덤으로 경쟁사인 텐센트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사용자를 빼앗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앞으로 스팀이 중국에서 어떻게 될지 재미있게 지켜보게 될 것 같습니다.
스팀은 과연 텐센트와 중국 정부의 손아귀로부터 중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