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찾아보기

2016. 12. 29.

Burnt Matches




게임의 기능

• 눈, 그러나 텍스트입니다!
• 방들, 그러나 텍스트입니다!
• 계단들, 그러나 텍스트입니다!
• 엘레베이터, 그러나 텍스트입니다!
• 당신은 아마 죽을 겁니다, 그러나 텍스트입니다!


 [Burnt Matches]는 어떤 공간을 텍스트로 표현한 게임입니다. 글을 통한 서술이나 묘사가 아닙니다. 텍스트로 그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깜박이는 텍스트, 깨진 텍스트, 녹색 텍스트 등 다양한 종류의 텍스트에 연출을 넣어 플레이어에게 공간을 전달합니다. 제작자의 후기에 따르면 이 게임은 핵폐기물 보관 시설에 관련한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먼 훗날 문자가 소실되더라도 해당 시설이 위험한 공간이라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내용에서 영감을 얻은 제작자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그 시설을 표현하는 게임을 만들어 보았다고 제작 후기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이건 그저 게임이니 끝까지 들어가셔도 별 문제는 없습니다. 죽을 만큼 놀라거나, 죽을 수도 있지만, 그저 텍스트일 뿐입니다.



플랫폼: 웹
가격: 무료
편의: 호러
제작: Pippin Barr
좌표: 제작자 홈페이지

2016. 12. 26.

THE MIGRATION



ships passing in the night

“지금 당장 어딘가로 잠시 떠나고 싶으십니까?”

정말 부담 없이 짧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게임이 있습니다.
걷는 게임(Walking Simulators)이라고 불리는 장르의 게임입니다.

걷는 게임은 말 그대로 걷는 게임입니다.
보통은 게임 속을 거닐며 게임의 분위기를 즐기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게임을 아주 잘 만드는 Connor Sherlock라는 개발자가 있습니다.

그는 거대한 조형물과 넓은 지형을 다룹니다.
게임의 수많은 변수를 조절하여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 냅니다.
게임 속을 걷는 플레이어가 전율을 느끼고, 분위기에 빠져들어
잠시 현실을 잃어버리는 만드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제작자입니다.

[THE MIGRATION]은 이제까지 해본 그의 작품 중 최고의 게임입니다.
10분 남짓한 매우 짧은 게임이지만, 아주 강렬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가능하면 방에 불을 끄고 헤드폰을 끼고 즐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2
편의: 짜릿함
제작: Connor Sherlock
좌표: itch


2016. 12. 23.

Empty




[Empty]은 느긋하게 마음을 비우고 방도 비우면 되는 게임입니다.
화면을 이리저리 돌려서 가구들이 보이지 않게 하면 가구가 사라집니다.
사물의 색을 똑같게 맞추는 것은 퍼즐 게임의 기본이지만 이건 또 색다릅니다.
해보시면 퍼즐을 꾸린 방식에 감탄하시게 될 겁니다.

초반은 정말 느긋하고, 후반은 제법 어렵습니다.
도전적인 퍼즐을 원하시는 분에게도 추천합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안드로이드, 리눅스
가격: 무료(원하는 가격)
편의: Zen
제작: Dustyroom
좌표: itch

2016. 12. 21.

Acre 6







[Acre 6]은 뭔가 속에서 꿈틀꿈틀 움직이는데 시원하게 꺼낼 수는 없는 게임입니다.

[Progress Quest]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가만있는 게임(idle games)”이라는 황당한 장르를 개척한 게임입니다.
가만두면 알아서 몬스터를 잡고, 아이템을 얻고, 퀘스트도 해결합니다. 참, 레벨도 오릅니다.
플레이어는 가만 앉아서 게임이 혼자 진행하고 쌓는 것을 구경하는 게임입니다.

[Acre 6]은 그 게임에 영향을 받은 게임입니다.
조금 발전한 형태로서 이번에는 게임 맵도 있고 맵에서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덕분에 [Progress Quest]보다 더욱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게임은 농담처럼 초라하고 얄팍합니다.
그러나 화려한 대형 게임들과 무섭도록 유사합니다-!

이 성과를 “아이디어의 승리로구나!"하고 넘어가기에는 무언가 탐탁지 않습니다.
오픈 월드라거나 롤플레잉이라거나 뭐 그런 게임들과 이 게임의 차이는 뭘까요?
어디에서 무엇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게임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을 뭘까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가만 앉아서 묵묵히 생각해 보면 재미있을 겁니다.


플랫폼: 윈도우
가격: 무료
편의: 손은 편하고 머리는 아프고
제작: BLENDO Games
좌표: itch



부록

그냥 끝낼까 하다가. 그러면 너무 썰렁한 것 같아서.
가만 앉아서 생각한 것을 조금 적어볼까 합니다.

[Acre 6]은 최근 게임이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을 흉내 낸 게임입니다.
너무 지나치게 강조해서 뭐가 중요한지 우선순위가 헷갈리는 게임들.

내가 지도에 표시되는 저길 가기를 원하는 건가?
아니면 저기 가는 과정을 즐기기를 원하는 건가?

많은 게임이 전자를 택합니다. 플레이어가 길을 잃으면 큰일이지요.

오픈 월드라 불리는 게임의 많은 수가 플레이어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를 만족하게 할 만큼 영리한 공간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게 한다고요! 어려운 일이지요!)

[Acre 6]은 과장된 몸짓으로 농담처럼 말합니다.
그런 건 단어 몇 가지로 짜 맞춰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중요한 건 장소의 이름과 보상의 명칭과 퀘스트의 이름이 아니라고.
그곳이 어떤 곳이며 무엇을 하고 어떤 가치를 얻었는가가 중요하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상적인 말입니다.

게임이 추구하는 바로 그것입니다.

2016. 12. 20.

FILLFIIL Mk37




기술자는 인생의 역작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을 방에 가두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당신은 일하는 동시에 갈증과 배고픔을 해결해야 합니다.
Ludum Dare 37회 기간 48시간 동안 제작되었습니다. 마우스로 조작하세요. 

[FILLFIIL Mk37]은Mk37]는 멋진 분위기와 간략한 퍼즐을 가진 게임입니다.
처음에는 퍼즐이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한번 이해하고 나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10분 안쪽으로 끝낼 수 있는 짧은 게임이니 분위기를 즐기며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화끈한 엔딩이 맘에 듭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무료
편의: 살짝 난해함
제작: Martin Cohen
좌표: itch

2016. 12. 19.

Alien Caseno




[Alien Caseno]는 외계인이 꾸린 카지노를 구경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작은 게임이지만 재미있는 설정과 동화 같은 캐릭터 디자인이 참 매력적입니다.
제작자의 부담 없는 위트가 가득 담겨있으니 한번 구경해 보시기 바랍니다.

게임을 하면서 문득 ‘개성 있는 게임이란 뭘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있을 겁니다. 제작자의 색이 보이는 게임 또한 그중 하나 아닐까요?
[Aline Caseno]는 만든 사람이 눈앞에 보이는 게임이란 생각이 듭니다. (착각일까요?)
언젠가 한국에서 게임 사전심의가 사라진다면 한두 명씩 이런 게임을 만들어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좀 씁쓸해졌습니다. 어쩌면 희망일 수도 있겠지만요.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무료(원하는 가격)
편의: 쉬움
제작: GRACE BRUXNER
좌표: itch

2016. 12. 18.

The Catacombs of Solaris




식후에 이 게임을 하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덕분에 여기 쓸 수 있으니 다행일까요? 조금 머리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식후나 어지럼증이 염려되신다면 지금 소개하는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The Catacombs of Solaris]는 미궁을 걷는 게임입니다. 그냥 미궁을 걷는겁니다.
걷다가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오면 잠시 바라보고, 무언가 생각하다가, 적당히 게임을 종료하시면 됩니다.
현실에는 없는 기이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게임은 늘 즐겁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무료(원하는 가격)
편의: 어지러움 주의
제작: Ian MacLarty
좌표: itch

Yule Log




포근한 불을 피워 보세요.

마우스 왼쪽 클릭으로 이동, 스페이스바로 땔감 얻기, 마우스 스크롤로 땔감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ESC를 누르면 설정 메뉴를 불러옵니다.

[Yule Log]는 시즌에 어울리는 모닥불 시뮬레이터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4K 해상도 난로 영상과 비슷합니다.

정말 단순하고 간단한 게임이지만 포근한 모닥불의 느낌을 제법 잘 살리고 있습니다.
게임 메뉴에서 모닥불에 어울리는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벤드캠프와 유투브 링크일 뿐이지만 제 역할을 해냅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무료
편의: 쉬움, 포근함
제작: icewatergames
좌표: itch.io

2016. 12. 13.

Walkie Talkie



Send + Receive + Play
보내기 + 받기 + 즐기기

[Walkie Talkie]는 아주 영리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뛰고 넘을 수 있는 레벨이 2천 개가 넘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도 레벨을 바로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 리뷰도 레벨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말로 하면 재미없으니 게임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플랫폼: 윈도우
가격: 무료
편의: NA
제작: daniel Linssen
좌표: itch.io



Tangent



A game made over 48hours during the 37th Ludum Dare
Ludum Dare 37회 48시간 동안 제작된 게임.

[Tangent]의 첫인상은 별로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캐릭터도 그래픽도 어디서 한번 본 것 같은 익숙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막상 게임을 해보면? 당황스러울 만큼 신선합니다.
플레이어의 기억력과 순발력을 실험하는 “변화하는 방” 플랫포머 게임.
짧은 게임이 가질 수 있는 새로움과 간결함을 담은 게임입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무료
편의: 어려움, 30분
제작: rxi
좌표: itch.io


2016. 12. 11.

도타2 7.00 패치, 중국 그리고 스팀




한국 시각으로 대략 새벽 3시 30분에 (본래는 월요일 새벽 2시 공개였으나, 벨브의 서버 문제로 인해 방금) [도타2]의 7.00 업데이트 내용이 공개되었습니다. 사실상 [도타 3]라고 불러도 큰 무리가 없는 대규모 업데이트입니다. 많은 것들이 변경되었는데 짧게 줄이면 [도타2]가 [리그 오브 레전드]와 비슷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의외입니다. 장르의 원조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던 [도타2]가 아류라는 말을 듣던 [리그 오브 레전드]를 따라 한 꼴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벨브가 꽤 큰 결정을 내린 것 같습니다.

사실 필자는 [도타2]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재미있는 이벤트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새로운 중국 영웅추가(원숭이 왕)과 업데이트 페이지가 한동안 중국어로만 뜨는 것을 보고 문득 ‘아, 벨브가 중국 시장을 꽤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번 주에 본 기사가 머리를 스쳤습니다. 상황이 아주 재미있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스팀이 중국에 스탠드 언론 게임(과 도타2)를 팔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 기사와 이번 [도타2]의 방향 전환을 겹쳐보면 아주 흥미로운 그림이 보입니다.
일단 기사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도타2]는 벨브가 중국의 게임 유통사 퍼펙트 월드와 손을 잡고 서비스 중이다.
- 중국에서 [도타2]는 스팀이 서비스한 첫 게임이었으며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었다.
- 흥미롭게도 현재 중국에서 스팀은 중국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 이는 퍼펙트 월드 측이 [도타2]의 서비스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 덕분에 스팀은 중국에서 자유롭게 게임 유통이 가능한 희소가치 높은 플랫폼이 되었다.
- 최소 십만 명의 중국인이 스팀에서 게임을 사고 있다.

[도타2]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기사를 본 당시에는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생각이 나서 다시 읽어보니 굉장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기사였습니다. 세상에 중국에서 검열을 받지 않는 플랫폼이라니?! 더군다나 플랫폼이 스팀이라니?! (어쩌면 한국 게임 개발자와 개발사에 기회의 땅은 모바일이 아니라 스팀일지도?) 이쯤 되면 당연히 스팀에서 [도타2]를 중국에 확고히 안착시키기 위해 신경을 쓸 만합니다. 그렇다면 벨브는 어느 정도나 신경을 써야 할까요? 기사의 끝부분에 이를 예상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 중국의 초거대 기업 텐센트는 TGP라는 게임 유통 플랫폼을 만들었다.
- TGP의 기능은 벨브의 스팀과 겹친다.

텐센트는 게임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알고 계실 회사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회사이자, 중국에서 메신저와 포털 서비스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 기업이니까요. 텐센트는 이미 메신저와 포털로 엄청난 수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므로 텐센트가 중국 내 게임 유통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벨브는 손을 쓸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벨브가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생각을 하고 있다면 TGP를 어떻게든 막아야 할 겁니다. 이번 [도타 2] 7.00 패치는 그 신호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타2]는 벨브의 플랫폼인 스팀의 영향력을 높여줄 강력한 무기입니다. 덤으로 경쟁사인 텐센트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사용자를 빼앗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앞으로 스팀이 중국에서 어떻게 될지 재미있게 지켜보게 될 것 같습니다.
스팀은 과연 텐센트와 중국 정부의 손아귀로부터 중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Mu Cartographer




이상한 기계를 주워보신 경험이 있으십니까?
낮선 기계를 호기심에 만져본 기억이 있다면 [Mu Cartographer]를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정체불명의 기계를 조작하여 숨겨진 유적을 찾아야 합니다.
게임 화면에는 이런 저런 계기판과 스위치가 있고, 화면 중앙에서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3D 지도가 있습니다.
매뉴얼도 없고 도움말도 없습니다. 감과 운을 통해 기계의 사용법을 익혀야 합니다.
처음 한동안은 낯설겠지만 하나씩 찾아 나가는 재미가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게임에 숨겨진 이야기를 따라가며 숨겨진 비밀을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5
편의: 어려움
제작: Titouan Millet
좌표: itch.io (스팀 키 제공)


2016. 12. 10.

Vapor Maze




[Vapor maze]는 개발중인 게임의 데모 버전입니다.
시작 하기도 전에 끝나는 짧은 게임이지만 설정이 독특해서 소개해 봅니다.

플레이어는 안드로이드를 조종하여 게임속 사물로 부터 감정을 느껴야 합니다.
특정 사물과 공감하면 안드로이드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화면 하단의 안드로이드의 감정 게이지와 문의 게이지를 일치시켜서 문을 여는것이 게임의 목적입니다.
특별한 장치 없이 설정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느낄 수 있어 마음에 듭니다.
앞으로 개발을 계속 한다고 하니 언젠가 완성된 게임을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플랫폼: 웹
가격: 무료
편의: 5분
제작: Romain Courtois 
좌표: itch.io


라스트 가디언






당신은 거대한 새를 올려다봅니다.
몸은 늑대처럼 길고 날렵합니다.

동물이 우아하게 움직일 때마다 털은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반면 꼬리는 쥐꼬리마냥 길고 가늡니다.
그 어색한 조합에 웃음이 나옵니다.

검고 큰 눈의 시선이 당신의 시선과 만납니다.
서로 잠시 눈빛을 나누고 당신은 고개를 돌려유적의 언덕 너머를 바라봅니다.
겹겹이 겹쳐있는 유적 너머는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등 뒤에서 짧은 울음 소리가 들리고 곁으로 토리코가 다가옵니다.
당신은 토리코의 발을 쓰다듬고 넓은 등에 올라탑니다.

아직 함께 가야 할 길이 남아 있습니다.



 완벽함에 가까운 게임.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말에 동의하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솔직한 심정은 완벽한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이코]와 [완다의 거상]을 제작했던 우에다 후미토가 기나긴 시간 동안 제작한 게임 [라스트 가디언(원제: 식인 거대 독수리 토리코)]은 그만큼 제 마음을 움직인 게임입니다.

[라스트 가디언]은 플레이어가 괴물새 토리코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게임입니다. 첫 만남에서 이 동물에게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이 게임은 최고의 게임이 될 겁니다. 반대로 그렇지 않다면 이 게임은 최악의 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임의 모든 요소가 토리코를 중심으로 맞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플레이어조차 토리코를 생동감 있게 만드는 일부인지 모릅니다.

일반적인 게임은 플레이어가 게임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것을 통해 성립됩니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토리코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고 통제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방안에서 침대를 빼앗고, 방금 세탁한 옷에 털을 묻히는 동물이 그러하듯 토리코는 플레이어의 의지를 따르지 않습니다. 지금 토리코가 부르는 말에 응하지 않고 딴짓을 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버그일까요? 아니면 기분이 별로라서 그럴까요? 플레이어는 게임 속에 살아있는 토리코를 관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토리코가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게임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 퍼즐을 풀어낼 힌트를 던집니다. 토리코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 다른 사물과 모델링이 겹치지 않도록 정성을 기울여 눈에 보이는 정보를 명료하게 만들고, 상태와 감정을 파악할 수 다양한 울음소리를 주고, 큰 눈동자가 어디를 바라보는지에 따라 생각을 가늠해보게 합니다. 그 밖에 다양한 퍼즐들은 결국 토리코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이따금 토리코라는 게임 일부가 지나치게 플레이어를 휘두르고 주도권을 빼앗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보조하는 것이 게임의 이야기와 연출입니다. 게임의 다양한 사건과 그것을 보여주는 연출은 토리코와 플레이어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게임의 이야기와 관계는 플레이어와 토리코 사이의 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 당위성을 만들어 주며, 천천히 깊어지는 관계는 행동에 합리적인 이유를 제공해 줍니다. 덕분에 토리코라는 퍼즐에 매력을 느끼고 마음을 준다면 게임은 정말 매력적이고 감동적인 경험이 될 것입니다.

[라스트 가디언]은 모두를 위한 게임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고양이나 개를 좋아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고양이나 개는 사람을 좋아할지라도 말입니다. 여기 정말 완벽함에 가깝게 구현된 환상의 동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게임이 당신에게 어떻게 느껴질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토리코를 좋아할지 싫어할지는 당신 자신을 제외하면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