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세계에는 악이 존재합니다. 정리하면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F2P(Free to play) 무료로 게임의 기본 서비스를 이용 가능하며, 필요에 따라 부가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칭합니다. 흔히 부분 유료화 게임이라 불립니다. 두 번째는 IAP(In-app purchase) 이쪽은 F2P의 서비스 방식을 칭합니다. 말 그대로 게임 안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설명이 길었으나 짧게 줄이자면…….
“둘 다 얄팍한 상술로 사용자를 꾀어 돈을 강탈해가는 천한의 XXX들입니다-!”
보통 그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글쎄요?
“F2P와 IAP는 정말 그렇게 간단한 문제일까요?“
F2P나 IAP를 옹호하거나 위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이 블로그에서는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으므로 해당 게임은 소개하지 않습니다. 사실 필자는 F2P와 IAP를 대단히 단순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미래를 팔아먹는 사회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어떠한 글을 시작으로 F2P와 IAP게임을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확산성 밀리언아서]가 일본에서 서비스를 막 시작한 때였으니, 대략 4년 전일 겁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모바일 게임 업체들이 컴플리트 가챠 자율규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컴플리트 가챠는 게임에서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카드를 모아서, 더 좋은 카드를 보상으로 얻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작위로 나오는 카드를 겹치지 않게 여러 종류 모아야 하다 보니, 보상을 얻기 위해 많은 돈을 써야 하는 방식이라 문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당시 일본에서 모바일 게임을 운영하던 분의 블로그에서 컴플리트 가챠를 설명하는 글을 읽었습니다. 기억에 남아있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일본 모바일 가챠 게임은 접하는 입장에서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꽤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그것이 사용자들의 커뮤니티와 어울려 매우 복잡한 대응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카드 한 장을 넣고 빼는 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건 지금도 그럴 겁니다) 그래서 보상 카드를 추가함에 따라 생기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컴플리트 가챠였다고 합니다. 소비자를 속여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을 붙잡기 위해 꽤 고심한 결과 나온 시스템이었던 것입니다. 내용을 모르면 원인과 결과를 완전히 오해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 글 말고도 비슷하게 몇 번 사고의 전환이 되는 순간이 있었는데, 글이 너무 길어지니 생략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F2P와 IAP를 여러 이해가 얽혀있는 관계로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플랫폼의 한계 안에서 사용자의 요구를 회사가 수용하고, 그 결과를 사용자가 선택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관계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모바일 유통은 기기의 화면이 작아서 노출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상점에 노출되기 위해 순위권에 들어가야 합니다. 따라서 일단 다운로드수를 늘릴 수 있는 F2P 방식은 대단히 유효한 전략입니다. 반대로 구매 장벽이 있는 게임은 상대적으로 상점에 노출되기 어렵습니다. F2P와 IAP가 회사에 게임을 운영해야 하는 책임을 부여하고, 사용자는 게임의 지속적인 운영을 통해 사용자 간의 소통을 지속 할 수 있다는 추측도 해볼 수 있을 겁니다. 보통 F2P 게임들은 전체 사용자의 2% 남짓한 이들만이 돈을 쓴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중 1%가 게임을 운영할 수 있게 할 만큼 많은 돈을 쓴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게임에서 어떤 발언권을 가지는지 그리고 회사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각 사항에 따라 선택의 주도권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차이는 있을 겁니다. 이에 따라 많은 문제가 발생하긴 하지만 결국, 상호 이해에 따라 서로 눈치껏 선택하는 관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으로 사용자가 주도권을 빼앗기는 상황, 어딘가에는 정말 소비자를 속여서 돈을 벌 생각으로 게임(?)을 만드는 회사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어딘가의 석유 재벌이 그런 게임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비판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비판들은 “게임이 나쁘다”라는 결론에서 더 나가질 않습니다. F2P와 IAP가 만드는 1%의 소비자가 전부 재벌은 아닐 겁니다. 정말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단히 복잡한 책임과 윤리 문제가 발생합니다. 게임에 과몰입된 사람의 책임은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게임이 정말 그런 문제를 만든다면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요? 굉장히 치열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일 텐데, 보통 언젠가는 정부가 규제라도 해주겠지 하는 수준입니다. 더불어 업계는 편한 대로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이러니 진전이 없습니다. 만약 규제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불만스런 회사를 움직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해외에서는 소비자 단체의 압력에 의해 모바일 게임 유통의 양대 산맥인 애플의 앱스토어와 구글의 플레이 스토어가 F2P 게임에 대해 “무료”라는 말을 쓰지 못하게 되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다들 무료 게임이라고 말하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당장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 충분한 대응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는 무엇이 원인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F2P와 IAP는 하나의 이론으로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게임이 사용하는 IAP 방식만 분류해도 책을 한 권 쓸 수 있을 겁니다. (지금도 계속 발전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일단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나쁜 게임”이라고 덮어두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원인인지 파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 질문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F2P와 IAP는 정말 그렇게 간단한 문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