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을 상정하는 업계에서 조차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해고는 특별히 잔인해 보인다
- Forbes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해고는 포트나이트 탓이 아니다
- Wried
엑티비전 블리자드가 최고 수익 발표와 함께 800명 이상의 직원을 엿먹이다
- Waypoint
어제 일어났던 엑티비전 블리자드 대량해고사태에 대한 기사를 몇 개 추려 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사건이 잘 정리된 부분을 발췌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엑티비전 블리자드(이하 ATVI)는 2018년 4분기 역대 최고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 ATVI는 2019년 블리자드의 신규 타이틀 부재로 인해 성장이 정체될거라 예상했습니다.
- ATVI는 현재 작업중인 프렌차이즈의 개발 인력을 20% 충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ATVI는 현 직원의 8%에 해당하는 800명의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 ATVI가 15억 달러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매입함에 따라 배당이 9% 증가했습니다.
- ATVI의 주식은 5.5% 상승했습니다.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서 행해지는 일반적인 대량해고와는 달리 이번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대량해고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어났습니다.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작년 4분기 수익은 역대 최고였고 내년의 전망 또한 하락이 아닌 현상 유지이기 때문에 엑티비전 블리자드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심지어 저 발표는 엑티비전 블리자드가 직접 한 것입니다)
만에하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웨이포인트 기사에서 지적하듯 올해 초 CFO가 1천 5백만 달러의 보너스(그중 1천 1백만 달러는 자사주였습니다)를 받은 사실이나, 재직한지 한달 된 임원이 9십만 달러의 연봉을 배정 받았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힘듭니다. (물론 망한 후에도 임원 돈잔치 하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라 이게 근거가 될지 의문이긴 합니다만)
정리하자면 아무리 봐도 이번 블리자드 엑티비전의 대량해고는 블리자드의 신작이 나오지 않는 위기(?)나 포트나이트가 시장을 점령(?)함에 따라 경영에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에 일어난것이 아닙니다. 그랬다면 엑티비전 블리자드는 현재 작업중인 프렌차이즈가 아니라 신규 프렌차이즈를 위해 움직였어야 옳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재 개발중인 프렌차이즈의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을 선택했죠. 따라서 이번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대량해고 사태는 주주와 투자자들이 주식 가치와 배당금을 높일 목적으로 감행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회사가 경영상의 문제로 직원을 해고해야 했다면 일정한 기간을 두고 이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직원을 배려하기 위해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해고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옳습니다. 그러나 이번 엑티비전 블리자드는 단 하루만에 사전 고지 없이 800명을 해고했습니다. 취직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는 했으나 사전 통보 없는 해고 이후에 취직 지원을 하겠다? 아무래도 논란을 피하기 위한 변명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기사는 공통적으로 엑티비전 블리자드에 노조가 없다는 것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웨이포인트의 기사는 자사 노조 활동을 예시로 들며 노조가 해고에 대한 완벽한 방어책은 되지 못하더라도 해고의 충격을 줄이고 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되어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게임 업계에 노조가 결성되었고 또 결성되고 있습니다. 왜 게임 업계에 노조가 필요한가 묻는다면 이번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대량해고를 보라고 하겠습니다. 하루 아침에 경고도 없이 800명이 해고되었습니다. 해고된 이들은 SNS에 절박한 사연과 함께 구직글을 올리고 있고, 소규모 스튜디오와 개발자는 구조선을 띄우듯 구인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를 휴먼 드라마로 소비하는건 사태를 바로 보지 못하는 태도라 생각됩니다.
워낙 심난한 사건이라 뭐라고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미국에 하루 빨리 노조가 생기기를 바랍니다. (기업이 맘대로 800명을 일시 해고 가능한 나라이기 때문에 기업 단위를 뛰어넘은 연대가 필요해서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조에 큰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