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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3. 3.

한국은 왜 게임을 검열할까?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아마추어 플래시 게임 사이트를 검열하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아마추어가 제작한 비영리 목적의 게임이라도 공공에 배포 한다면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검열의 이유입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이하 게관위) 이전에도 거의 같은 문제로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게관위는 이러한 무리한 검열을 거듭하는 걸까요?

 가장 큰 원인은 법과 제도에서 게임과 도박이 분리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도박이란 랜덤 박스나 가챠같은 도박과 유사한 게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사행성 게임을 말합니다. 보기에는 레이스 게임인데 조작할 수 없고 배팅을 하는 시스템이 있다거나, 잠수함이 바다로 잠수하더니 슬롯이 돌아가기 시작하는 게임을 가장한 도박이 실제로 심의를 받자고 덤비는 것이 현재 한국의 상황입니다.

거짓말 같고 황당한가요?

지금 게관위 사이트로 가서 등급거부 게임의 제목을 보시면 재미있는 것이 아주 많습니다. 현재 한국의 게임 심의는 소비자를 위한 지침을 만드는 역할이 아니라 어떻게든 법망을 뚫고 들어와 보려는 도박을 막기 위한 검문소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애초에 법의 밖에서 이루어지는 불법 인터넷 도박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이렇게 상황이 꼬인 것은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입니다. 바다이야기 사태는 경품 게임의 탈을 쓴 도박이 심의 기관의 심의를 통과하여 합법적으로 유통된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게임 심의는 영상물등급분류의에서 담당하고 있었으나, 뇌물을 받은 관계자가 도박물의 심의를 통과시켜버린 것입니다. 이후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도박물은 법의 허락아래 급격하게 성장하여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이후 전개는 급박하게 돌아갑니다. 정부는 2004년부터 추진하고 있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킵니다. 동시에 게임 심의를 전담할 국가 기관인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신설하게 됩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2004년 논의 당시에는 자율 심의를 시행하고 사행성 게임은 관리를 위한 특별 기구를 고려하고 있었으나,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도박물을 틀어막기 위해 해당 법은 이름에 맞지 않는 게임 검열법이 되었고 게임물등급위원회는 도박물을 사전 검열하기 위한 기관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현재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게임을 정의하는 법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도박을 막기 위한 검열법으로 게임에 접근하다 보니 계속해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법을 개편하거나 재정의 하는 대신 법과 현실에 틈새가 벌어질 때마다 국회는 임시방편이나 다름없는 법을 추가하였고 그 결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진흥과 검열이 한 법에 섞여 누더기같은 법이 되고 말았습니다. (영화법하고 비교해보면 정말 헛웃음이 터질겁니다)

게임을 심의하는 기구 또한 면밀하게 말하자면 도박을 막기 위한 기구였지 게임을 심의하기 위한 기구는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게임 심의를 위한 체계적인 전문 기관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관의 전문성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변화한 시장에 맞추지 못해 자체 심의가 이루어지는 모바일 오픈 마켓은 심의를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덤으로 최근 법에 추가된 자율규제 항목에서는 게관위가 자율규제 업체를 선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도박 검열에 게임 심의에 민간 심의기구 관리까지 떠맏은 게관위도 참 고생이 많습니다.)

 게임은 도박과 분명히 선을 긋어야 합니다. 도박은 도박을 관리하는 기관의 검열과 처벌에 따르고 게임은 게임에 필요한 관리를 받아야 합니다. 게임과 도박의 분리가 아닌 다른 대안과 해결을 내놓더라도 그것을 위한 조사와 논의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이미 급하게 틀어막은 결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법과 기관을 가지게 되었으니까요. 창작의 자유를 위해 검열을 반대하는 것은 선의의고 정의로운 일이지만 현실에 뒤따를 문제를 생각지 않으면 오히려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짧게 글을 남깁니다.




참고 자료

[대한민국 정책포털]
사행성 게임장 경품제 전면 폐지
기사입력 2006-11-24 16:51 최종수정 2006-11-24 16:51

[문화관광부 공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시행령 국무회의 통과 다음 주 초 시행 예정

[연합뉴스]
<게임 사태 속 설립되는 게임물등급위>
기사입력 2006-09-13 14:02 최종수정 2006-09-13 14:02

[노컷뉴스]
''악'' 소리 나는 심의수수료 인상에 게임업계 ''부글부글''
데일리노컷뉴스 지봉철 기자 메일보내기2009-01-21 09:10 

[아이뉴스24]
"게임산업개발원, 진흥원으로 격상"...정청래 의원
기사입력 2005-11-07 15:26 최종수정 2005-11-07 15:26

[전자신문]
[사설]게임자율심의 '운용의 묘'중요하다
기사입력 2004-04-14 08:40 최종수정 2004-04-14 08:4

[아이뉴스24]
"사행성 분별할 특별심의위원회 필요"...게임산업진흥법 공청회
기사입력 2004-09-21 20:41 최종수정 2004-09-21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