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찾아보기
2018. 12. 25.
Pieces of Cake
[Pieces of Cake]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퍼즐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를 처벌하는 규칙이 없어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동시에 높은 점수를 받기위해 규칙을 파고들면 꽤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서 깊이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친숙한 소재와 알기 쉬운 그래픽 덕분에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반면, 잘 하려면 규칙을 잘 응용해야 하는 좋은 퍼즐 게임의 예를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소재를 잘 살린 그래픽과 톡톡튀는 경쾌한 효과음이 특히 마음에 듭니다.
플랫폼: 웹
가격: 무료
편의: 쉬움
제작: Jakub Wasilewski
좌표: itch.io
2018. 12. 5.
No brakes on the train of life
[No brakes on the train of life]는 유명한 “광차 문제(trolley problem)”를 소재로 다룬 게임입니다. 진지한 윤리학 사고 실험에서 폭주하는 인터넷의 밈(meme)으로 소비되기 까지 온갖 역경을 거쳐온 광차 문제는 기어코 게임으로 까지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플레이어는 광차 문제에 직면한 카우보이가 되어 열차가 몇 명을 희생시킬지 결정해야 합니다. 달려오는 열차가 원하는 곳으로 달리도록 선로를 바꾸기 위해 바쁘게 뛰어 다녀야 하는 게임입니다. 윤리 문제를 다룬 만큼 퍽 무거운 주제를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웃을 수 있게 만든 제작자의 감각이 돋보이는 게임입니다.
덤으로 이 게임은 플레이어라는 존재를 추가하면서 기존의 광차 문제에는 제시되지 않던 또 다른 문제를 하나 더 제시하고 있습니다. 바로 플레이어가 직접 열차에 뛰어들어 자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 제작자는 그냥 재미있어서 넣었을 것 같지만... 플레이하면서 생각해 보시면 게임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무료
편의: Deep, 10분
제작: SquareDev
좌표: itch.io
2018. 11. 29.
Return of the Obra Dinn
1802년, 상선 “오브라 딘”은 동양을 향해 런던에서 200톤의 교역품을 가지고 항해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6개월 후 배는 희망봉의 랑데부 지점에 이르지 못하였고 실종이 선언되었습니다.
1807년 10월 14일의 이른 아침, 오브라 딘은 눈에 띄는 승무원 없이 손상된 돛과 함께 항구로 떠밀려 왔습니다. 당신은 동인도 회사 런던 사무소의 보험 조정인으로서 배에 탑승하여 승무원 기록서를 복구해야 합니다.
투덜거리는 나룻배 사공을 뒤로 하고 올라선 단색의 면과 선으로 그려진 배. 점묘화처럼 흩어진 달빛 사이로 찢어진 돛이 펄럭입니다. 고개를 돌리니 갑판 한쪽에는 파리가 꼬인 시신이 있습니다. 백골이 되어버린 시신에 다가서 시계를 꺼내듭니다. -죽음을 기억하라- 초침과 분침이 빠르게 돌고 시계는 시신이 죽음을 맞이한 시간으로 플레이어를 데려갑니다. 모든 것이 멈춰 있고 소리만 흐르는 장소. 다툼과 비명 총성과 살이 찢어지는 소리가 흐르는 공간은 혼란이 가득합니다. 소리가 멎고 소란이 진정될 쯔음 책이 열리고 시신이 책에 기록됩니다. 기록은 답이 아닌 질문을 남깁니다. "죽은 이는 누구인가? 사인은 무엇인가?" 책이 덮이고 가까이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현재와 과거의 문을 오가며 플레이어는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합니다.
오브라 딘에서 일어난 사건이 기록된 책은 투껍습니다.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9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습니다. 과거의 사건은 장황하고 손에 든 것은 너무나 적어서, 이를 정리하기란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래서 이 퍼즐은 재미있습니다. 차분하게 하나씩 풀다보면 불가능해 보이던 일이 풀리기 때문입니다. 단서는 다양하게 제공됩니다. 시신이 죽음 직전에 나눈 대화에 단서가 숨어 있을 수도 있고, 선실에 무심하게 놓여있는 소품이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배에서 플레이어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단서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사소한것도 놓치지 말고 치밀하게 게임을 파해쳐야 합니다. 그러한 플레이어의 수고에 걸맞게 단서는 아주 정교하게 제작되어 있습니다. 대화는 훌륭한 더빙을 통해 캐릭터의 특징과 배경을 짐작게 하고, 중요한 사물은 단조로운 배경에서 도드라져 플레이어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이끕니다.
[Return of the Obra Dinn]은 1인 개발의 한계 안에서 작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을 잘 짚어낸 티가 나는 작품입니다. 오디오와 정지 화면을 이용한 상황극을 통해 에니메이션 작업을 줄이고, 독특한 그래픽 표현을 통해 시선을 유도하는 방식은 굵은 선과 강한 인상을 지닌 캐릭터를 사용하여 그래픽에 들어가는 작업량을 줄인 [Darkest dungeon]의 그래픽 표현 방식과 마찬가지로 작업량 대비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효율적인 개발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그런 기술이 무엇과 조합되어야 좋은지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꼼꼼한 조사를 통해 완성된 배는 생동감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고, 예측 불허한 사건은 논리를 바탕으로 풀어야 하는 퍼즐과 어울려 아주 기이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조사를 통해 마련된 게임의 치밀한 설정과 그것을 표현하는 기술이 어울려 현실감 있는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Return of the Obra Dinn]은 치밀한 트릭이나 복잡한 사건을 파해치는 추리 게임이 아니라, 많은 단서를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퍼즐 게임입니다. 어느 리뷰어는 이 게임을 크로스 퍼즐에 비유하기도 했는데, 꽤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됩니다. 시작부터 죽음의 순간으로 데려가는 시계가 나오는 만큼 게임의 이야기에는 오컬트 설정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정통 추리나 스릴러를 기대한다면 크게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사건의 전체적인 개연성이나 그것을 뒤집는 반전을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독립된 퍼즐을 풀고 그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배치했을 때의 성취감을 즐기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같은 맥락의 단서가 너무 많은 퍼즐에 사용되어 흥미를 떨어트리는 부분은 아쉽습니다. 어떻게든 응용해보려고 한 흔적이 남아있는걸 보면 아마 이 부분은 제작자도 고민이 크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개발자 [Lucas Pope]는 2016년에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처음 이 게임의 프로토 타입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그것과 완성된 게임의 도입부는 거의 똑같습니다. 프로토 타입과 최종 결과물을 바꿀 부분이 거의 없을 만큼 뚜렷한 계획에 따른 결과물이라 훌륭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게임의 전개와 소재는 호불호가 갈릴지 모르나 [Return of the Obra Dinn]이 무척 재미있고 흥미로운 게임인 동시에 효율적인 게임 개발의 청사진을 제시한 게임이라는 사실을 분명합니다. 재미있는 퍼즐 게임을 찾는 분은 물론 게임 개발자를 희망하거나 종사하고 계신 분에게도 적극 추천합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19.99
편의: 어려움, 13시간
제작: Lucas Pope
좌표: Steam, GDC 데모 버전
2018. 11. 25.
The Haunted Island a Frog Detective Game
[The Haunted Island a Frog Detective Game]는 재치있는 농담이 가득한 그림책 같은 게임을 만드는 제작자 [Grace Bruxner]의 신작입니다. 에어리언이 가득한 카지노나 바닷 속 벼룩시장을 걷는 게임을 만든 게임을 만든 제작자가 이번에는 개구리 탐정이 유령섬의 비밀을 파해치는 어드벤처 게임을 선보입니다. 엉뚱한 농담에 웃고 황당한 곤충과 동물을 관찰하며 아주 간단한 퍼즐을 즐기는 게임입니다. 또는 그 반대로 즐겨도 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가볍게 즐기는 마음으로 산책하듯 즐길 수 있는 가벼운 게임입니다. 길어야 30분 정도면 끝을 볼 수 있는 짧은 게임인데, 그 강렬한 개성에 너무 일찍 끝나는 것이 아쉬워지는 게임입니다. [Grace Bruxner]의 작품은 순수한 가벼움과 순진한 웃음을 접할 수 있어서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게임의 끝을 보니 이 게임은 앞으로 시리즈로 제작될 계획인 것 같은데,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4.99
편의: 30분, 쉬움
제작: Grace Bruxner
좌표: itch.io (구입시 스팀 키 제공)
2018. 10. 24.
Midnight Scenes Ep.2: The Goodbye Note
한국에서는 [환상특급]으로 알려져있는 미국의 고전 TV 쇼프로그램 [twilight zone]을 오마쥬한 게임 [Midnight Scenes]의 2번째 작품 [Midnight Scenes Ep.2: The Goodbye Note]가 나왔습니다. 정체불명의 오파츠에 얽힌 기이하고 섬짓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어드벤처 게임으로써, 이번에는 전작보다 훨씬 80년대 TV 프로그램 느낌이 강하게 납니다.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는 내용이지만 그것이 이 작품의 장점 아닐까 싶습니다. 해당 문화에 이해를 두신 분이라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퍼즐도 크게 어렵지 않고, 드라마 에피소드 길이의 30분이면 끝을 볼 수 있는 짧은 게임이니 한번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무료(원하는 가격)
편의: 30분
제작: Octavi Navarro
좌표: itch.io
2018. 10. 16.
Monstrüous
2018. 9. 29.
Good Morning Drifter
아마도 이른 겨울 아침. 줄곧 활동하던 드리프트 동호회에서 대회가 열립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차가 고장나서 버스를 타고 구경만 가기로 했습니다. 대회가 열리는 낡은 몰에 찾아가 적당히 수다를 나누고, 어설픈 대회를 구경하고, 쌀쌀한 아침 공기를 즐기세요. 갈등도 없고 사건도 없는 느긋한 일상같은 게임입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무료
편의: 10분, 쉬움
제작: LOWPOLIS
좌표: itch.io
2018. 9. 27.
Octopath Traveler
요즘은 길게 시간 내기가 참 어렵습니다. 직업을 가진 사회인의 생활. 예고없이 들이닥치는 업무 이메일과 문자. 생각지 않게 터지는 업무 돌방 상황. 수시로 쳐다보고 계속 신경을 써주지 않으면 도무지 일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매일 삶에서 방해 없이 보낼 수 있는 평온한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느낍니다. 아마 제 나이대의 많은 사람이 이런 생활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30대에서 40대까지 일본의 롤플레잉 게임을 즐기고 추억할만한 사람의 요즘 생활. 다 비슷하지 않을까요?
[옥토패스 트레블러(Octopath Traveler)]는 자기 생활 없는 사회인에게 적절한 구닥다리 일본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옛 게임을 추억하게 만들 무려 8명의 이야기가 깔끔하면서도 깊이있게 즐길 수 있는 전투와 함께 제공되는 구미당기는 그래픽의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처음 게임의 정보가 공개되기 시작했을 때, 8명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지 않거나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크게 실망했지만 실제 게임을 해보니 크게 신경쓰이는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8명의 캐릭터가 교차하지 않도록 배려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게임의 흐름은 대충 이렇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8명의 캐릭터는 각각 4개의 챕터로 나뉜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8명 중에서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선택하여 게임을 시작하게 됩니다. 선택한 캐릭터는 주인공이 되어 해당 캐릭터의 이야기를 전부 보기 전 까지 변경할 수 없습니다.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변하거나 하는 특징은 없고 그저 해당 캐릭터를 중심으로 다른 캐릭터를 조합해 보라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게임의 이야기는 8명의 캐릭터가 서로 교차하는 지점 없이 따로따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서로 이어지고 엇갈리는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실망하겠지만 반대로 그런 부분이 없기 때문에 캐릭터 선택이 자유로운것도 특징입니다. 챕터의 특정 부분에서 선택한 파티원간에 대화 이벤트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큰 의미를 둘 정도로 깊이있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캐릭터와 이야기에 큰 비중을 두는 롤플레잉 장르로서는 드물게도 이 게임은 스토리와 캐릭터에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옥토패스 트레블러]에서 캐릭터와 스토리는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서 즐겨도 충분하고, 전부 즐기고 싶으면 그러면 되는 정도의 가벼운 위치입니다.
[옥토패스 트레블러]가 치중하고 있는 부분은 게임의 전투입니다. 게임의 전투는 레벨 노가다로 찍어 누르지 않고 적정 레벨에서 플레이 한다면 꽤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적절한 캐릭터의 조합과 육성을 요구합니다. 게임의 장치들도 이 전투를 보조하고 익힐 수 있도록 짜여 있습니다. 캐릭터의 챕터마다 걸려있는 레벨 제한은 그 레벨에 이르기까지 게임의 전투를 배우고 응용하도록 요구 하고, 필드에서 캐릭터가 특정 행동을 통하여 아이템을 얻거나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필드 스킬이라는 구성 역시 캐릭터의 개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파티 조합의 길잡이를 위해 파티 구성을 강제하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게임을 부드럽게 진행할 수 있는 필드 스킬을 조합해 보면 자연스럽게 균형있는 파티를 갖추는 식입니다.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캐릭터의 직업 선택은 자유로워 지지만 캐릭터에 따라 어울리는 직업은 어느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게임 진행은 챕터를 열기위해 레벨을 올리며 캐릭터의 필드 스킬을 중심으로 직업 그리고 직업 스킬을 조합해 가며 사용자의 입맛에 맞는 파티를 갖추고 육성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이 파티의 조합과 육성은 게임이 신경을 쓴 만큼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게임을 중반까지 진행해 보면 사용자는 어떤 익숙한 경험내지 위화감을 느끼게 됩니다. ‘어디서 이런 구성을 접해본 것 같은데’하고 떠올려보면 이 구성은 모바일 게임의 그것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캐릭터의 육성, 조합, 수집이 주가 되고 게임의 이야기는 그것에 동기부여를 하는 구성. [옥토패스 트레블러]는 구닥다리 일본 롤플레잉 게임을 추억하는 게임이라고 광고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 경험을 담고자 하는 모바일 게임의 변형에 가깝습니다. 결과는 나름 만족스럽습니다. [옥토패스 트레블러]는 올드 팬이 보면 기절할 정도로 캐릭터 사이의 관계 발전이나 이야기의 타당성을 무시한채로 전투와 육성 위주로 굴러감에도 꽤 경쾌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깔끔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전투는 간단하면서도 깊이있고 이야기는 잘 정돈되어 있어서 오랫동안 게임을 놓았더라도 다시 잡는데 어려움이 없스니다. 내키는 이야기를 선택하여 진행하면서 다양한 맵을 돌아다니면서 아이템을 수집하고, 레벨을 올리고 새로운 직업을 얻어 스킬을 얻어가며 캐릭터를 육성하는 과정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모바일 게임에 가까운 가볍고 간편한 접근으로 추억하는 옛 게임을 즐기는 묵직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독특한 게임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게임이 정말 구닥다리 일본 롤플레잉 게임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추억하는 게임을 돌이켜 볼 때, 그 게임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붙는 수식어로서 낡은 게임이 된건지, 아니면 그 게임이 정말로 낡아서 이제는 대체가 필요한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그런 게임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게임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게임의 예를 들어 보자면 [크로노 트리거]는 시간여행이라는 주제 속에서 훌륭한 캐릭터간의 관계 발전과 플레이어가 현재의 사건을 과거로 돌아가 개입하여 결과를 바꿀 수 신선함을 제공하였습니다. 낡음의 대명사로 불리는 [드래곤 퀘스트]조차 매 시리즈마다 용자와 마왕이라는 게임의 공식을 공격하고 뒤집는 이야기로 신선한 재미를 줍니다. 그러나 [옥토패스 틀레블러]는 아쉽게도 정말 낡은 이야기를 가진 게임입니다. 8명이나 준비해 두었지만 모두 상투적이고, 무개성하며 지루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담고 있을 뿐입니다. 옛날에 한번 봤던 것 같은 캐릭터와 이야기, 경험해본 캐릭터와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캐릭터와 이야기는 딱히 다시 경험할 가치를 지니지 못합니다. 가뜩이나 이야기의 비중이 얕은 게임인데 그 수준까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잘 짜인 육성과 전투를 즐기는 것을 방해한다는 인상마저 같게 만듭니다.
[옥토패스 트레블러]의 캐릭터와 이야기는 낡고 식상하지만 게임 구조는 요즘 생활에 알맞은 아쉽지만 나쁘진 않은 게임입니다. 발매된 플랫폼도 휴대할 수 있는 콘솔인 [스위치]이기 때문에 궁합도 좋습니다. 한 캐릭터당 3시간 정도면 끝을 볼 수 있도록 잘 정리되어 있는 이야기를 자신의 생활에 맞춰 즐길 수 있는 롤플레잉 게임이란 참 흔치 않습니다.(거기에 DLC나 가챠도 없고요!) 음악과 그래픽은 개인적으로 썩 맘에 들지 않았지만 추억을 돌이키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여러 단점을 다 따져 보더라도 무거운 게임을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재구성한 구성이 신선하고 마음에 듭니다. 게임의 이야기와 캐릭터만 개선된다면 필자는 기꺼이 속편을 구입할 것입니다. 나름 잘 팔린 작품이니 만큼 더 개선된 모습으로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플랫폼: 닌텐도 스위치
가격: 64800원
편의: 24~40시간, 어려움
제작: Square Enix, Acquire
좌표: 온라인&오프라인 판매
2018. 9. 10.
Simmiland
[Simmiland]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문명 키우기 카드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랜덤으로 골라 나오는 카드를 적절하게 선택하여 문명을 키워 나갸아 합니다. 숲에 나무를 만들어 주거나, 사막에 선인장을 만드는 식으로 작은 인간이 그들의 문명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세계를 가꾸어 주는 것이 플레이어의 할 일입니다.
게임의 목표는 100장의 카드 제한 안에서 문명을 끝까지 발전시키기. 그런데 이게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기술이 발견되는지 찾기 어렵고, 카드의 효과가 생각지 못한 재앙을 만드는 일이 잦아서 꽤 여러번 시행착오를 거쳐야 합니다. (번개 한방에 잘 키워둔 문명이 불바다가 된다던가!) 그런 돌방상황이 게임의 매력이기는 하지만 조금은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성가신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귀여운 그래픽과 빠른 진행 덕분에 가볍게 붙잡고 있기에 좋은 게임입니다. 카드 장수 제한이 없어 속 편히 즐길 수 있는 엔드리스 모드도 준비되어 있으니 게임을 공략해보고 싶은 분은 엔들리스 모드에서 연습해 보는것도 좋겠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3
편의: 어려움
제작: sokpop
좌표: itch.io
2018. 8. 30.
hoppa
[hoppa]는 길 잃은 아기오리를 찾는 귀여운 게임입니다. 따듯한 색으로 둥글둥글 귀엽게 그려진 그래픽이 포근한 느낌을 줍니다. 장대를 이용한 액션이 참 독특한데, 마우스를 이용하여 매끄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조작이 잘 정리되어 있고, 난이도가 야금야금 올라가도록 짜여있어 부담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PS. $3를 지불하면 제작팀을 후원할 수 있습니다. Sokpop Patreon으로 후원하면 매달 $3에 게임을 2개씩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은 후원해 보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필자는 후원 했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3
편의: 쉬움, 10분
제작: Sokpop
좌표: itch.io
2018. 8. 29.
One night, hot springs
[One night, hot springs]은 트렌스젠더 여성이 친구들과 온천에 여행 가는 이야기를 담은 짧은 비주얼 노블 게임입니다. 따뜻하고 담담한 이야기 속에 불현듯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실을 담은 게임입니다.
성소수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도 미처 생각이 닿지 못하는 부분을 다루고 있는 덕분에 여러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어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의 무대가 일본인 만큼 주로 일본의 문화와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겁니다)
10분 남짓한 짧은 게임이지만 다양한 엔딩이 준비되어 있고, 선택 분기에 따라 다른 시점으로 깊이있는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특히 게임의 노멀 엔딩이 기억에 남습니다. 작은 게임으로서는 드물게 한국어화도 깔끔하게 잘 되어 있으니 꼭 한번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안드로이드, 리눅스
가격: 무료
편의: 30분
제작: npckc
좌표: itch.io
2018. 8. 27.
Metro cop
[Metro cop]은 세가의 유명한 아케이드 게임 [Virtua Cop]을 디메이크한 게임입니다. 뭔가 원작에 비해 많이 납작해지긴 했지만, 원작의 구성과 연출을 잘 살아 있습니다. ("Somebody help me-!") 아케이드가 시장에서 밀려나며 한국에서 참 구경하기 힘들어진 추억의 장르인데, VR 게임이 흥한다면 부활의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웹
가격: 무료
편의: 10분
제작: helpcomputer
좌표: itch.io
2018. 8. 23.
Blow the Hen Down
밥만 축내고 자리만 차지하는 닭-! 닭이 늘어나 배가 가라앉기전에 배에서 닭을 내쫒아야 합니다-! [Blow the Hen Down]은 익살스러운 표현이 재미있는 액션 게임입니다. 정신없이 불어나는 닭의 익살스런 애니메이션과 깔끔하게 그려진 배경과 사물 표현이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게임입니다. 게임 플레이도 꽤 잘 짜여 있어서, 플레이어가 다양한 해결 방법을 모색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대략 10분 동안 정신없이 닭을 쫒으며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게임이니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신 분에게 추천합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무료
편의: 10분, 쉬움
제작: NickZangus
좌표: itch.io
2018. 8. 21.
Hiding spot
- A puzzle game about isolating yourself.복잡하게 지내다보면 혼자 콕 박혀있고 싶을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Hiding spot]은 그런 일상의 충동을 독특한 퍼즐로 재구성한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상자를 옮겨서 플레이어가 쏙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흔한 상자 옮기기 퍼즐을 벗어나, 상자끼리 쌓을 수 있게 규칙을 추가하여 게임에 깊이를 더한것이 재미있습니다. 덕분에 조작이 다소 어려워진것이 단점인데, 되돌리기나 재시작 기능이 있어서 게임 진행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퍼즐도 재미있고 일상의 우울한 순간을 적절한 음악과 짧은 메시지를 통해 가볍게 웃어 넘길 수 있게 만든 감각이 인상깊은 게임입니다.
2018. 8. 20.
There is Never Enough Space!
[There is Never Enough Space!]은 “공간이 부족하다-!”는 게임 경진 테마에 맞추어 제작된 미니 게임 모음집입니다. 제한된 시간내에 게임의 목표를 파악하고 풀어내야 하는 장르 특유의 재미가 잘 살아있습니다. 10분 정도면 끝날 정도로 스테이지 숫자가 적은 만큼, 섞이지 않고 순서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패한 다음 재도전이 수월한 편입니다. 유쾌하고 가볍게 머리 풀기 좋은 게임이니 쉬는 시간에 즐겨보세요.
플랫폼: 웹, 윈도우
가격: 무료
편의: 쉬움, 10분
제작: Jamie Rollo
좌표: itch.io
TINY TOWNS
[TINY TOWNS]은 작은 보드위에 도시를 건설하는 퍼즐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작은 보드 위에 발전소, 쓰레기 소각장, 주거지, 나무, 도로를 스테이지 조건에 맞게 지어야 합니다. 도로를 연결하고 건물을 붙여두어야 한다거나, 나무를 심어 주거지의 행복도를 높이는 요구 조건을 맞추어야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퍼즐의 규칙만 놓고 보면 딱히 새로울 것이 없는 게임이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게임처럼 느껴지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무료
편의: 30분
제작: Bearish
좌표: itch.io
2018. 7. 22.
The secret of dank mountain
2018. 6. 20.
Tell a dandelion a secret
Your secrets aren't saved anywhere, it's more for you than the dandelions.
[Tell a dandelion a secret]은 느긋하게 비밀을 털어놓는 게임입니다. 밝고 느긋한 분위기가 가득한 민들레 꽃밭에서 플레이어는 몇 가지 질문을 받게 됩니다. 플레이어는 질문에 진지하게 답할 수도 있고, 가볍게 답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은 플레이어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답을 받고 민들레 씨앗에 실어 날려 보낼 뿐입니다.
그렇게 비밀은 바람에 날려 씨앗과 함께 사라지고, 질문이 끝난 뒤에는 텅 빈 민들레 대만 남아 흔들립니다. 게임을 종료하고 다시 켜봐도 씨앗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미 당신의 비밀은 사라진 것입니다. 퍽 단순하지만 위안이 되는 메세지입니다. 따뜻하게 이야기를 들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게임 속 민들레에 비밀을 털어놓는 것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기분전환이 되실 겁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무료
편의: 쉬움?
제작: james shipp
좌표: itch.io
2018. 6. 1.
The fish market
[The fish market]은 가슴 따뜻해지는 유머와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걷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그려진 바닷속 장터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처음 가본 도시의 장터를 거닐거나, 벼룩시장을 둘러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즐거운 게임입니다. 힘들거나 짜증 나는 날 가볍게 즐겨보시면 좋겠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무료
편의: 훈훈함
제작: Grace Bruxner
좌표: itch.io
2018. 5. 26.
That Good Party
[That Good Party]는 마약 중독에 관한 게임입니다. 게임에서 사용자가 느끼게 되는 욕구와 마약이 만들어내는 욕구가 서로 겹치는 지점을 이용해서, 마약 사용자가 느끼는 갈증과 고통을 넌지시 알려주는 구성이 흥미롭습니다. 게임을 통해서 얻는 새로운 경험의 자극을 마약이 주는 쾌감과 연결짓고, 그것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것을 통해 갈증을 느끼게 만드는 반복이 꽤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만들어냅니다.
플랫폼: 윈도우
가격: 무료
편의: 10분
제작: botttos, @COrange
좌표: itch.io
2018. 5. 9.
Roulette Knight
[Roulette Knight]은 나오기가 무섭게 다수의 게임 웹진에 소개된 게임입니다.(최근 이런 일이 드물어서 대체 뭔가하고 재빨리 주워 해봤습니다) 그 이유는 독특한 주제가 정말 독특하기 때문인데, 짧은 기간에 게임을 제작하는 경진대회 Ludum Dare 41회의 주제인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장르 섞기”에 맞춰 제작된 게임은 RPG와 러시안룰렛을 섞어버렸습니다.
RPG와 러시안룰렛이라니 정말 대책 없이 안 어울리는 장르인데, 섞어둔 결과물이 의외로 꽤 그럴싸합니다. [Roulette Knight]은 확률에 의해 생사가 좌우되는 도박인 러시안룰렛을 캐릭터 육성과 아이템을 활용해 그 확률을 공략해 나가는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플레이어가 어느 정도 확률을 짐작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도 있어서, 운빨이 엄청 심하긴 하지만 나름 공략하는 재미가 있는 게임입니다.
최근 크게 유행하고 있는 로그라이트 장르의 연장선에 놓고 봐도 될법한 게임입니다. 짧은 기간동안 제작된 게임이라 그런지 UI가 매우 어수선한데, 게임 시작은 리볼버에 총알을 채우고 방아쇠를 당기는것 부터 시작합니다. 아무튼 러시안룰렛이니까요.
플랫폼: 윈도우, 웹
가격: 무료
편의: 운빨X망겜
제작: Four Quarters team
좌표: itch.io
2018. 5. 2.
Purgatorium
[Purgatorium]는 특이한 퍼즐과 설정을 가진 게임입니다. 일반적인 이동 방법 대신 뼈 무더기에 뼈를 던져 이동한다거나, 유령을 이용하여 장치를 작동시키는 식으로 연옥이라는 기이한 설정과 잘 어울리는 퍼즐이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게임 극 후반부에 갑자기 난이도가 치솟는 것이 단점인데, 게임의 흐름을 생각해 보면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PS. 마우스를 움직이면 뼈를 조준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가격: 무료
편의: 30분
제작: Jakob Schuster
좌표: itch.io
2018. 5. 1.
Good doggo
간식을 많이 먹을수록 더 많은 간식을 쌓거나 더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업그레이드를 얻을 수 있는데, 같은 패턴을 반복해야 하는 구간이 늘어나 게임이 늘어지는 느낌입니다. 업그레이드로 간식의 수를 늘리는 대신, 그냥 오래 버티는 만큼 늘어나는 쪽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2에 판매 중인 상용 버전을 사면 더 다양한 강아지의 머리 위에 간식을 올릴 수 있으니, 심심하신 분은 휴대폰에 하나쯤 담아두어도 좋겠습니다.
플랫폼: 웹, 윈도우, 맥, 리눅스, 안드로이드, iOS
가격: 무료 또는 $2 상용버전
편의: 쉬움
제작: Cozy game pals
좌표: itch.io
2018. 4. 25.
You left me
2018. 4. 15.
The Basics Of Sacred Geometry
[The Basics Of Sacred Geometry]은 [언리얼 엔진4]의 기본 제공 도구만을 이용하여 제작된 엔진 학습용 게임입니다. 3D 그래픽의 몇 가지 기능에 대한 간략한 개요와 그것이 어떻게 실제로 보이는지를 게임 레벨 디자인과 퍼즐에 엮어낸 독특한 작품입니다. 현재 챕터7까지 개발되어 있고, 이후 더 20개의 챕터와 넓은 샌드박스 레벨을 가진 게임으로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기이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매력 넘치는 게임이니 한번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무료
편의: 쉬움, 10분
제작: Yuliya Kozhemyako
좌표: itch.io
2018. 4. 11.
The Herbalist
플랫폼: 윈도우
가격: 무료
편의: 쉬움, 30분
제작: ronyaib
좌표: itch.io
2018. 4. 10.
2018. 4. 9.
The Librarian
어둡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밤.
주인공은 의문의 편지 한 장을 받게 됩니다.
“도서관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호러 어드벤처 게임 [Midnight Scenes]의 개발자이자 픽셀 아티스트인 [Octavi Navarro]의 신작 [The Librarian]은 기묘한 동화 같은 어드벤처 게임을 플레이어에게 선사합니다. 섬뜩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담은 개임의 이야기도 매력적이지만, 팝업북을 떠올리게 만드는 독특한 그래픽 표현이 무엇보다 인상적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90년대 FPS 게임이 하드웨어의 한계 안에서 입체감을 주기 위해 사용하던 방법과 유사하지만, 이를 기존의 픽셀 그래픽 어드벤처 게임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기술이 대단합니다. 퍼즐 난이도 크게 어렵지 않고 30분 정도면 끝을 볼 수 있는 짧고 인상적인 게임이니 꼭 즐겨보시면 좋겠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무료
편의: 쉬움, 30분
제작: Octavi Navarro
좌표: itch.io
2018. 4. 8.
Dogness
[Dogness]는 귀여운 형태로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게임입니다. 시리어스 게임 특유의 재미없음을 해결하지 못한 게임이라 소개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메시지 전달 방법이 마음에 들어 소개해 봅니다. 플레이어는 오직 우수한 혈통의 개만 살 수 있는 개 공원을 관리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플레이어는 공원으로 이주해오는 질 떨어지는(!) 개를 추방(?!)하고, 교미를 관리(!!!)해서 우수한 혈통의 개만 남겨야 합니다. 혹 우수하지 못한 개가 태어난다면? 공원 밖으로 추방(!!!!)하면 됩니다. 귀여운 그래픽과 유머러스한 표현을 통해 필터링 된 내용이지만, 하고 있으면 여전히 불편해지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 불편함을 통해 사회에 다시 퍼지고 있는 윤리적이지 못하고 위험한 사상을 지적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무료
편의: 쉬움
제작: molleindustria
좌표: itch.io
Hot dog dreamer
[Hot dog dreamer]는 낮잠 중에 꾸는 꿈 같은 게임입니다. 특별한 내용도 없고 강렬한 메시지가 있는 게임도 아니지만, 어쩐지 뒤숭숭하게 하루의 한켠에 남는 그런 꿈 같은 게임입니다. 핫도그 게임 경진용으로 72시간 만에 후다닥 만든 게임이라 그런지 좀 엉성한 부분이 많긴 한데, 게임의 결말 장면이 마음에 들어 소개해 봅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무료
편의: 10분, 쉬움
제작: ahintoflime
좌표: itch.io
2018. 3. 28.
블로그를 찾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
최근 루리웹과 디씨 갤러리를 중심으로 게임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개인에 대한 성차별적 사상검증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기업에서 까지 “메갈”이라는 쉬운 낙인을 이용해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고 생활을 빼앗는 범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권리를 위한 정당한 싸움이라는 얄팍한 논리아래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개인은 개인이 가진 이념이나 사상 때문에 자유와 권리를 침해당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개인의 이념이나 사상으로 인한 행위가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했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그 침해의 정도를 가늠하고 처벌의 정당성을 따지기 위한 법이 존재합니다.
법과 절차는 인간이 야만을 버리고 더 좋은 선을 택하기 위해 지성으로 쌓은 결과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누구도 내가 나로 존재한다는 이유로 어떠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나는 나라는 인간의 성 정체성, 이념, 종교, 사상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내가 나로 오롯이 존재할 수 있는 사회를 바라는 이념이자, 더 좋은 사회를 위한 행동이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입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주변이 당신을 타인을 억압하고 해하는 잔인한 사람으로 만들게 두지 마십시오.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의 편에 서지 마십시오.
이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모든 분께 간절하게 부탁드립니다.
- 참고할만한 글 링크 모음 -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침해될 수 없음을 안다. 고로 “나는 반페미니즘 사상검증에 반대한다.”
- [레플리카]의 제작자 Somi님의 글
[성명] imc 게임즈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페미니스트 사상 검증과 전향 강요 중단하라.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성명문
[입장문]IMC게임즈의 주장은 전형적인 인권침해이며 여성노동자 생존권에 대한 위협이다
- 한국 여성 노동자회 성명문
게임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차별적인 사상검증 및 검열 행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합니다.
- 청와대 국민청원
2018. 3. 26.
Junk shop telescope
[Junk shop telescope]은 간단한 게임 제작 도구인 [Bitsy]로 제작된 게임입니다. [Bisty]는 그래픽의 해상도를 낮추고, 상호작용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것을 통해 게임 제작의 장벽을 크게 낮춘 것이 특징인 도구입니다. 따라서 복잡하게 층을 이룬 게임을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도구인데, [Junk shop telescope]은 그 제한된 기능 안에서 놀라운 연출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여전히 간단하지만, 그 간단함이 게임의 충격을 더 잘 살려내는 것 같습니다.
플랫폼: 웹
가격: 무료
편의: 쉬움, 5분
제작: cephalopodunk
좌표: itch.io
2018. 3. 12.
Inch by Inch
[Inch by Inch]는 실험실에서 이상한 약을 먹고 몸이 작아지기 시작한 주인공이 해독제를 만들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게임입니다. 실험실 곳곳에는 해독제를 만드는 방법이 적힌 문서와 필요한 재료가 흩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몸이 작아짐에 따라 할 수 없는 일이 하나씩 줄어든다는 겁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각지 못한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거나, 조만간 닥쳐올 문제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시간제한이 있는 게임이지만 튜토리얼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유머러스하고 짧은 내용의 게임이기에 딱히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게임은 아닙니다. 사물과의 상호작용도 플레이어에게 치여 날아다니는 일 없이 정갈하게 잘 다듬어져 있어 즐기기에 참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영리하게 잘 만들어진 게임이니 한번 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기본 난이도 이후 난이도를 높여서 다시 한번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쪽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PS.
‘왜 이 게임이 야한 게임 경진에 등록되어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그런 패티시도 있었지요. 게임 본편은 SFW한 작품입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무료
편의: 쉬움,10분
제작: Dare Looks
좌표: itch.io
2018. 3. 6.
Petrichor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무료
편의: 쉬움, 30분
제작: Sundae Month
좌표: itch.io
Concourse X-Ray
[Concourse X-Ray]는 엑스레이 안경을 이용하여 공항에 위험물을 반입하는 사람을 찾아내는 게임입니다. 정말 딱딱한 보안을 체험하는 게임은 아니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장난 같은 게임입니다. 임의로 생성되는 다양한 사람들과 그 속에 있는 사물을 볼 수 있는 엑스레이 안경을 이용한 엑스레이 효과가 인상적입니다.
2018. 2. 22.
Lost Wage Rampage
몰에서 일하는 두 여성은 그들이 남성이 비해 낮은 급여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당신은 그들이 변화를 만드는 것을 도울 수 있을까요?
[Lost Wage Rampage]은 몰을 차로 들이받으며 최대한 많은 (그리고 본래 받아야 했던)돈을 긁어모으는 액션 게임입니다. 간단하고 단순한 게임이지만 게임에 들어있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라 소개해 봅니다. 음악도 좋고요.
본문보다 더 긴 PS. 해당 게임은 Peabody Essex Museum의 전시 요청으로 제작된 게임이라고 합니다. 기존의 게임이 제작되는 목적과 소비 대상과 꽤 다른 작품이라 흥미롭습니다. 게임만 두고 봐도 생각해봄 직한 것들이 많은데, 이건 블로그에 쓸 만큼 정리된 생각이 아니라 지금은 담아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건 이런 새로운 시도는 늘 반갑습니다.
플랫폼: 웹, 윈도우, 맥
가격: 무료
편의: 쉬움
제작: TEAM LWR
좌표: itch.io
2018. 2. 15.
Celeste
[Celeste]의 주인공은 산을 오르고자 합니다. 그러나 산을 오르고자 하는 이유도 알지 못하고, 산의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확신도 같지 못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산의 정상을 향하며 계속 갈등합니다.
이게 맞는 길 일까? 산의 정상까지 갈 수 있을까?
거친 픽셀로 그려진 2D 플랫포머 게임. [Celeste]에는 움직이는 발판이 있고, 찔리면 죽는 가시가 있고, 펄펄 끓는 용암도 있습니다.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플레이어는 달리고, 뛰고, 공중에서 달립니다. 하지만 일찍이 가시와 용암이 플레이어를 위협하는 게임은 많았고, 달리고 뛰는 게임 또한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무엇이 다를까요? 어째서 플레이어는 산에 올라야 할까요?
그 이유가 이 게임을 특별한 게임으로 만듭니다.
[Celeste]는 정말 어려운 게임입니다. 넘어야 할 장애물은 정확한 판단과 완벽한 조작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늘 플레이어의 예상을 뛰어넘어 플레이어가 실패하게 만듭니다. 주어진 문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익히지 못한다면 넘어설 수 없는 난관이 바로 [Celeste]의 산입니다. 어지간히 실력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수백 번은 물론 수천 번은 실패해야 해낼 수 있을 정도로 어렵습니다. 이토록 막막하게 어려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불안을 느끼게 합니다.
이게 맞는 길 일까? 내가 클리어할 수 있을까?
이 가차 없는 산은 때때로 플레이어가 들어온 입구를 막아 퇴로까지 차단해 버립니다. 게임은 플레이어와 타협하지 않습니다. 다시 돌아가기 싫다면 눈앞의 난관을 극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게임은 난관을 도전으로 바꾸는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에 플레이어가 볼 수 없게 가려져 있거나, 움직임을 예상할 수 없는 장애물은 없습니다. 거칠게 막힌 통로는 돌아가지 말고 극복하라는 의미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극복을 요구받는 동시에 그것을 해낼 수 있는 다양한 도구와 무한한 기회를 부여받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이전보다 더 어려운 도전을 위한 각오를 다질 때, 게임은 음계를 높이고 빠른 음정으로 응원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게임의 이야기를 통해, 게임의 도전을 극복하는 것이 곧 주인공의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와 일치함을 깨닫게 됩니다. 플레이어의 전진은 게임의 전진이고, 게임의 전진은 주인공의 성장을 의미합니다. 플레이어가 난관에 굴하지 않고 극복해 나가는 것은 곧 게임에서 게임 주인공이 극복하는 이야기와 맞물려 플레이어를 움직이는 강한 힘이 되어줍니다. 플레이어는 언제든 포기할 수 있습니다. 어려움을 이겨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주인공은 영원히 플레이어와 함께 나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사실을 이해하고 나면 플레이어는 게임을 그만둘 수 없습니다. [Celeste]의 산은 극복을 의미하는 동시에 큰 실패의 위험을 껴안은 게임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제작자가 게임에 담은 확신에서 오는 플레이어를 향한 도전입니다. 그것은 어렵지만, 공정하고 투명한 난관이며 그것과 같은 무게를 지닌 극복입니다. 바로 그 무게가 게임의 가상에 현실을 부여하고, 플레이어가 게임에 진심으로 임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산의 정상에서 플레이어는 충족을 느낍니다. 그것은 정해진 게임을 끝까지 따라갔다는 결말에서 오는 충족이 아닙니다. 산의 입구에 서 있던 나와 산의 정상에 선 내가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에서 얻는 충족입니다. 그리고 산의 정상에 선 플레이어는 다시 산의 입구로 돌아갑니다. 전에 없던 확신과 자신감을 품고. 더 어렵고 더 많은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플랫폼: PC, PS4, 스위치, XBOX, 맥, 리눅스
가격: $19.99
편의: 매우 어려움
제작: Matt Makes Games
좌표: 홈페이지
2018. 2. 6.
I'll Take You To Tomato Town
2018. 2. 5.
Bitsy
[Bitsy]는 간단한 게임 제작 도구입니다. 프로그래밍 지식이나 그림 재능이 없어도 적당히 게임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HTML5 기반으로 제작 후 배포도 쉽습니다. 단점은 간단한 만큼 제약이 많아서 복잡한 게임은 만들 수 없고, 한글 입력&출력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제작 도구를 볼 때마다, 한국에도 이런 것이 하나쯤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심의 때문에 만들어도 배포는 힘들겠지만...)
플랫폼: 웹
가격: 무료
편의: 쉬움?
제작: Adam Le Doux
좌표: 제작자 홈페이지
2018. 2. 4.
Ghosts in the Shortwave
[Ghosts in the Shortwave]는 기이한 생명체가 되어 숲을 돌아다니는 게임입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호한 표현과 적절하게 겹치는 화음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참 맘에 듭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무료
편의: 10분, 쉬움
제작: Heather Robertson
좌표: itch.io
2018. 1. 16.
Buttery Soup
언젠가 꼭 쓰고 싶은 글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문화가 녹아있는 라이트 노벨을 쓰고 싶습니다. 그러나 차별과 혐오를 담지 않고, 무지로 타자를 만들어 즐기지 않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되고 즐거운 캐릭터가 시대의 새로운 인식과 맞닿아 있는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입니다. 더 좋은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참 어렵겠지만 언젠가 그런 글을 써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주얼 노블 게임 [Buttery Soup]가 벌써 해버렸지만, 저도 해보고 싶습니다.
게임의 내용에 대한 자세한 해석은 앞으로 공부해야 할 숙제로 남겨두어야 하겠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무료
편의: 3시간
제작: Brianna Lei
좌표: itch.io
2018. 1. 10.
Desert Golfing
xkcd |
귀하의 소중한 시간을 의미 없이 죽일 수 있는 안전한 놀이터를 찾으십니까?
여기 사막골프가 있습니다-!
무한한 사막에서 임의 생성되는 무한의 골프 코스를 즐기세요.
(운이 좋으면 플레이 타임 300~400시간, 21,700홀을 지나 끝을 볼지도 모릅니다)
지금 커피 한잔보다 저렴한 가격 단돈 $2.00에 즐기실 수 있습니다.
심심해서 광고처럼 시작해 봤습니다.
도대체 제목을 찾을 수 없는 유명한 과학 만화(쓰고 보니 책을 샀던 기억이 나서 뒤져봤습니다. 있네요. xkcd, 한국에는 [위험한 과학책]으로 발간되어 있습니다) xkcd의 새해 에피소드에서 처음 본 게임입니다. 주인공이 소파에 누워서 [Desert Golfing]을 플레이하는 내용이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 레딧에서 흥미로운 기사가 올라온 것을 봤습니다.
“한 플레이어가 영원할 것 같은 ‘사막 골프’를 21,000홀의 여정 끝에 엔딩을 보다.”
(One Player's 21,000 Hole Quest to Beat the Seemingly Endless 'Desert Golf')
기억에 남아있던 게임을 기사가 쑥 뽑아 올린 셈이죠. 대체 무슨 게임이길래 엔딩을 본 것이 기삿거리가 되는 걸까? 궁금해서 직접 한번 해봤습니다.
결과는 별것 아니었습니다.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본래 사람이 별것 아닌 일에 목숨을 걸기 마련이니까요. 너무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고, 쉽지도 않은 딱 적당한 게임입니다. 스마트폰에 넣어두고 심심할 때마다 꺼내서, 잠시 즐기기에 정말 어울리는 그런 게임입니다. 매일 마시는 커피처럼 특별히 대단치 않아도 있으면 좋은 그런 게임입니다. 그러니 심심하신 분은 한번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혹시 아나요? 지갑을 거덜 내는 그 게임을 대신할 저렴한 게임이 되어줄지….
2018. 1. 9.
Localhost
애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높은 고음의 소프라노 목소리.
“당신의 데이터를 삭제해야 겠어요”
무신경한 기계음이 짧게 지나갔다. 간신히 실루엣만 남은 여성을 닮은 기계는 이제 움직이지 않는다. 지워졌다. 내가 지웠다. 나는 기계에서 드라이브를 꺼내었다. 책상에는 아직 데이터가 든 드라이브가 남아있다. 드라이브 전면의 강한 색이 사무실의 푸른 조명과 섞여 신경에 거슬린다. 그 또는 그녀 아니면 그것의 말처럼.
내가 끝까지 들어야 했을까? 무언가 잡아내지 못한게 있을까?
처음이라면 고민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보호 프로그램일 뿐이야. 무시해. 일을 계속해. 휴대폰에 남아있는 사장의 문자를 멍하니 바라본다. 데이터 드라이브를 휴머노이드에 밀어넣고, 데이터 삭제를 위한 승인(언락)을 얻는다.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순순히 사라지는 것을 원하는 존재는 아마 없을 테니까. 그것 또한 지워지는 것을 거부했다. 그럴듯한 이야기와 안개같은 논리로 삭제를 거부했다.
전부 거짓말이거나 혹은 일방적인 진실일 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계속 질문하고 있다.
그 애원의 사실과 무관하게 내 행동은 정당한 걸까?
고개를 젓고 눈도 돌리지 않은 채, 책상을 더듬어 드라이브를 잡고, 기계에 밀어 넣는다.
날카로운 기계음이 짧게 지나갔다. 간신히 실루엣만 남은 여성을 닮은 기계가 움직인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있는 인간이었다고 주장한다. 방금 지운 그것과 똑같이.
[Localhost]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4.99
편의: 갈등, 30분
제작: Aether interactive
좌표: itch.io
2018. 1. 4.
Storyseeker
게임의 풍경은 가볍습니다. 플레이할 때는 이것이 시대의 경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돌아서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게임의 풍경입니다. 생각에 그곳은 현실에 비해 가볍습니다. 현실의 풍경이 가진 역사와 그 시간 동안 쌓인 우연에 비하면, 게임의 풍경은 잘 만들어진 세트장의 그것과 유사합니다.
필요 때문에 만들어진 소품에서 깊은 감상을 느끼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어쩌면 걷는 게임은 그런 게임의 풍경에 대해 생각해보는 장르일지도 모릅니다. 게임의 공간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감정을 움직이고자 하는 걷는 게임은 게임에서 필요에 비해 가볍게 다루어지는 요소를 주목하는 장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Storyseeker]는 게임의 공간을 독특하게 다룬 작품입니다. 필요에 따라 잘리고 다듬어진 게임이라는 장치와 구성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게임의 공간이 가진 매력을 전달하기 위한 게임입니다. 글자가 모여 문장이 되고, 선과 색과 구도가 모여 그림을 이루듯 플레이어가 움직이는 것을 통해 완성되는 멋진 이야기를 천천히 즐겨 보시면 좋겠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무료
편의: 쉬움, 30분
제작: Miles
좌표: itch.io
2018. 1. 3.
2017년 올해의 게임 & 한해 정리
2017년 정리 겸 한해 무슨 일이 있었는가 기록해 두려고 합니다.
한 해의 끝에 예의처럼 해야 하는 일이 있지요.
저의 올해의 게임부터 선정하고 가겠습니다.
올해의 게임
페르소나5
리뷰를 올해 안에 쓸 수 있을까요? (느긋하게 2회차 돌고 써볼까 생각 중이랍니다) 2017년 많은 게임을 즐겼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이라면 역시 [페르소나5]입니다. 페르소나 시리즈의 핵심인 청소년이 주인공인 모험극을 토대로 기존과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지도록 비틀어낸 내용이 신선했습니다. 이야기의 뒷심이 부족한 것은 다소 아쉽지만, 현대 사회에 대한 염증을 페르소나라는 게임의 소재와 결합한 스토리 텔링이 만회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현실이나 사회를 이야기하는 건 비디오 게임에서 거의 터부에 가까우니 이런 시도를 보는 것만 해도 반갑습니다. 그리고 이제껏 중요한 소재이면서도 게임의 주변부에 맴돌던 “페르소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장 설득력 있게 이야기로 다듬어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게임의 시스템도 전작들보다 안정적이고 게임과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다시 말해서 시리즈의 개성을 뚜렷하게 살린 정말 잘 만든 작품입니다.
올해의 인디 게임
Night in the Woods
대충 망해버린 세상의 대충 망해버린 청춘 이야기.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30대라면 공감할만한 캐릭터와 이야기가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게임이라는 의미에서 [페르소나5]와 함께 올해의 게임에 선정했습니다. 게임이라는 매체의 영역을 넓히는 것은 게임이라고 일컬어지는 구조와 구성을 발전시키는 것도 있지만, 게임이 한 시대를 담고 그 시대를 게임 나름의 방법으로 풀어내는 것으로도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이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 또한 게임의 영역을 넓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록해 둘 만한 게임계의 사건&흐름
인디 게임은 Procedural generation이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낸 한해였습니다. 흔히 로그 라이크라고 부르는 게임에서 쓰이는 임의 형성되는 구조가 다양한 장르에 이식된 한해였습니다.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 이미 작년이 된 2017년은 다양한 시도를 하는 시기였고, 2018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AAA 쪽에서도 이를 다루는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편 [스팀]에서는 유사(?) 성인용 게임이 통과되면서 해당 장르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흥미롭습니다. 이미 [Doki Doki Literature Club!]처럼 현실과 게임의 벽 허물기, 호러, 미소녀 게임이라는 기이한 조합으로 흥행한 게임도 나왔고 말이죠. 해당 작품은 포르노 게임은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장르의 게임이 스팀에 풀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스팀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유통 방식과 과정만 공정하다면 최대한 허용하는 것이 게임의 다양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권에서 일본의 미소녀 게임을 제작하거나, 일본의 에로게를 영여권에 번역하여 판매하는 유통사가 스팀에 직접 게임을 넣는 모습을 보니 여러모로 흥미롭습니다. 영어권에서 일본 만화 시장이 확장되는데 새로운 유통을 통한 노출과 판매 증대가 큰 영향을 주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해당 장르가 영어권에서 새로운 황금기를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의 모바일 게임이 한국은 물론 영어권에도 진출하고 있습니다. 영어권이라 쓰고 미국이라고 읽으면 되지만 어쨌거나 그렇습니다. 괴수 기업 텐센트가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것이 신기한 일이지요. 중국의 복잡한 나라 사정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싶은데, 어쨌거나 잠자던 사자가 일어났다는 느낌입니다. 이미 모바일 시장에는 중국 개발 게임이 많지만, 다른 이름을 쓰는 것과 자체 개발 타이틀이 흥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니까요.
[스팀]이 중국에 풀리면서 중국에서도 다양한 게임이 팔리고 있는데, 이것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흥미롭습니다. [플레이어 언노운 베틀그라운드]같은 게임이 대표 타이틀이지요. 해당 타이틀의 흥행으로 한국에서도 조금 더 다양한 시장으로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아마 어려울 것 같으니 신경 쓰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한국 게임 시장은 게임이기보다 놀음판에 가까워서 다른 게임과 같은 영역에 두어야 할지 고민될 지경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런 흐름은 한동안 이어질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 때문에 고래잡이 모바일 게임 시장이 쪼그라들 가능성은 어떨까요?)
AAA쪽은 2017년 한해 많은 게임이 나왔고 2018년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엑스박스 엑스 원]이 등장한 만큼 올해부터 슬슬 세대교체 아닌 세대교체를 시작할 텐데, AAA 게임 개발이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룻박스(loot box)라는 무리수도 결국 게임의 개발(흥보 포함) 가격이 높아져서 일어나는 일이지 싶은데, 해당 문제는 앞으로 AAA 게임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정말로 게임 가격을 높여야만 한다면 가격을 이해시킬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호구 잡아 등쳐먹을 생각만 하니 걱정입니다. 이에 대해 영국과 미국의 정치권에서는 가만있지 않겠다는 분위기이고요. 이따금 기사로 드러나는 국내는 물론 해외의 게임 개발자 처우 문제 또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필요해 보입니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국가를 막론하고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정당한 권한을 같지 못해 일어나는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신규 질병 분류에 “Gaming disorder” 다시 말해 게임 중독이 포함되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베타 버전이 공개된 2017년 10월인가부터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연말 다시 한차례 기사가 돌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연구 없이 성급하게 질병으로 분류하는 느낌이라, 업계와 언론이 등재를 막아야 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한해의 시작은 룻박스와 함께
2017년을 가장 뜨겁게 달군 게임계의 화두는 역시 룻박스. 한국에서는 랜덤 박스라 부르는 과금 문제 아닐까 싶습니다. 업계가 자율 규제에 나서던지, 한발 물러서든지 해야 할 텐데요. 소비자의 불신과 피로가 어디로 튈지도 걱정되고. 괜히 정부 규제에 얻어터지기 전에 어떻게든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겁니다. 게임 전체로 보면 영역이 넓으니만큼, 해당 과금에 반하는 대체재가 등장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룻박스가 게임 개발과 판매에 필요한 비용 상승에 따른 필연이라면, 대체제도 결국 가장 약한 이가 손해를 보는 해법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희생양은 소비자가 아니면 개발자이겠지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룻박스 논란이 2018년에는 어떤 흐름을 만들어낼지 쉽게 예상이 되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작품이 나오듯 예상치 못한 좋은 일이 생기는 걸 기대해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래도 올 한해 멋진 게임이 많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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