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찾아보기

2019. 12. 15.

AI DUNGEON 2




 [AI DUNGEON 2]GPT-2라는 기계학습 엔진을 사용한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기존의 어드벤처 게임은 제작자가 정해둔 길에서 벗어나면 “그 길은 막혀있다”라거나 “그 행동은 할 수 없다”라는 답을 출력했지만,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입력한 내용에 따라 앞뒤 문맥을 맞춰 즉석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미리 선정된 동사도 없고 미리 짜인 이야기도 없습니다.

제작자인 [Nick Walton]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제작자는 언어학습을 목적으로 개발된 GPT-2라는 기계학습 엔진에 스토리게임 사이트의 스토리를 학습시켰다고 합니다. 이후 게임에 알맞게 엔진을 개량하여 반복되는 문장을 줄이거나, 더 게임에 적절한 이야기를 학습할 수 있게끔 조절했다고 합니다. (제작자가 직접 작성한 문서도 있습니다)

서버 비용문제 때문에 현재는 꽤 제한적인 방법으로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구글의 기계학습 네트워크인 Colab에서 구동되고 있으나, AI가 플레이어가 제시한 문장을 해석하고 새로운 문장을 생성해내는 게임 특징상 서버에 상당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조만간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게임 플랫폼을 모바일로 옮기고 클라우스 서버를 사용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보고 참 대단한 게임이다 싶었는데 이런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걸 보니 보편화 되기는 어렵겠구나 싶어 아쉽습니다. 게임 실행이 좀 어렵긴 한데 프로그래밍에 기초적인 지식이 있으신 분이라면 큰 문제없이 실행할 수 있을 겁니다.

추신: 홈페이지에는 전작인 1편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1편도 AI가 생성하지만 선택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플랫폼: 웹
가격: 무료(후원 모집중)
편의: 실행하기 어려움
제작: Nick Walton
좌표: Colab

2019. 12. 13.

Sayonara Wild Hearts





 [Sayonara Wild Hearts]는 한 퀴어 소녀의 성장을 음악과 비디오 게임으로 표현한 짧은 작품입니다. 게임 구성은 스테이지 형식으로 리듬 게임처럼 트랙별로 나뉘어 있지만, 실제 게임 플레이는 연출에 따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듭니다. 트레일러만 보면 적당히 구색만 갖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해보면 장르의 변화에 따라 조작하는 느낌이 달라질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가볍게 즐긴다면 아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지만 파고들면 암기형 슈팅 게임에 가까워지는 게임입니다. 적탄에 근접하면 스코어링이 올라가는 시스템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이 게임은 마법 소녀 물이기도 합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할법한데…. 사실입니다. 비디오 게임, 발레, (백합)마법 소녀 물이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주제를 하나로 버무려낸 연출만으로도 대단한 게임입니다. 비디오 게임 레벨 디자인으로 감정을 묘사하고, 애니메이션 장르의 공식을 이용해서 메시지의 뼈대를 만든 센스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아마 게임을 끝내고 나면 이상해 보이던 제목이 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겁니다.

참 오해하기 쉬운 게임입니다. 기이한 게임 제목과 공개된 트레일러만 보면 얄팍한 관심끌기용 게임으로 보이기 딱 좋습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사실 게임이 이해를 두고 있는 주제에 대한 깊은 존중을 표하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올해 이 게임이 너무 과소평가를 받은 것 같아서 마음이 쓰라립니다.


플랫폼: PS4, 스위치, PC, 에플 아케이드
가격: \13,500
편의: 어려움(반복 실패시 스킵가능)
제작: SIMOGO
좌표: STEAM

2019. 12. 9.

게임과 다양성



 문득 TV를 보면 드라마가 사회 문제를 빠르게 잡아내는 걸 보고 놀랄 때가 많습니다. 드라마뿐만이 아니라 영화와 소설 또한 한국 사회가 무엇에 관심을 두고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민감하게 잡아내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나 한국의 게임은 그 반대입니다. 최근 한국 게임 업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사회의 변화에 관심이 없는 것을 넘어 역행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 IGC에서 [새로운 세대를 위한 게임]이라는 아이러니한 제목으로 열린 강연은 관계자 모두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집단을 소비자로 잡고 그들을 위한 게임을 만드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집단이 사회에서 무엇을 대표하는지 그리고 게임이 그것을 대표하게 될 때 사회에 끼치게 될 영향에 대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유감입니다.




 미국 게임 업계는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미국 사회와 시장이 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ESA에서 2006년 미국 게임 시장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게임을 즐기는 전체 인구 중 18세 이상의 성인이 69%로 절반을 넘어섰으며, 게임을 즐기는 성비 또한 여성 38%, 남성 62%로 여성의 비율이 크게 늘었습니다. 보고서는 “17세 이하 남성보다(23%) 18세 이상의 여성이(30%) 게임을 즐기는 인구에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라고 변화한 시장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게임의 제작과 홍보 비용은 커졌지만 게임의 판매 단가를 높이는 것은 소비자의 저항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업계는 게임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이들이 구매할 만한 게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소외감을 느낀 젊은 백인 남성은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게이머게이트라는 이름으로 테러에 가까운 범죄를 일으켰습니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인과관계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페미니즘 강연이 예약된 대학교에 테러 예고를 했고, 여성 게임 개발자에게 강간과 살인 협박을 일삼았습니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 기록은 FBI의 수사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게임 업계가 그 집단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야 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상품이 소비자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시대에 게임이 그들의 이미지를 대표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게임 업계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했고 게임 시장은 계속해서 그 규모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변화한 오늘날의 게임은 다양성을 추구합니다.

여기서 다양성이란 한국에서 말하는 게임의 다양성과는 그 의미가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게임의 다양성이 게임 장르에 한정되어 쓰이고 있으므로 혼란을 피하고자 먼저 다양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다양성(Diversity)이란 개인이 가진 고유의 특징(국가, 종교, 성, 이념 등)을 이해하고 그 차이를 인식하는 것을 뜻합니다. 한국어로는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지만 뜻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다양한 개인의 존재를 존중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변화를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성은 게임에 다양한 형태로 드러납니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변화는 게임이 대표하는 개인의 다양화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게임 주인공 캐릭터의 다수는 백인 남성이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최근에는 주인공 캐릭터가 많이 다양해졌습니다. 여성 주인공이 나오는 게임은 이제 특별하지 않고, 주요 인물이 여성인 AAA 게임도 어색하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인종과 국가에 대한 이해도 많이 높아져서 [레인보우 식스 시즈] 같은 게임에서는 오퍼레이터별로 꽤 설득력 있는 설정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심즈 4]는 성별에 따른 캐릭터 설정 제한을 크게 줄였고 플레이어가 원하는 다양한 체형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에서 제작된 게임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판매하는 게임에서 공통으로 찾아볼 수 있는 변화입니다. 최근 닌텐도의 [동물의 숲] 시리즈는 신작에서 플레이어 캐릭터의 피부색을 선택할 수 있게 변경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양성은 게임 개발 환경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UBIsoft]의 [어쎄신 크리드] 시리즈는 시작 화면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제작에 참여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게임이 대표하는 개인을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 실제로 다양한 개인이 게임 제작에 참여한 것입니다. 또한, 게임 업계는 꾸준히 여성 개발자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를 위한 활동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2014년 창설된 비영리 단체인 [Girls Make Games]는 8세에서 18세의 여성을 대상으로 게임 제작과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IGA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 종사자의 비율은 2005년 11, 5%에서 2015년 22%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1

언론에서도 게임 업계의 다양성과 업계 종사자들의 노동권 문제를 꾸준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의 성차별 사내 문화와 크런치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가 최근 크게 늘었습니다. 게임을 바라보는 언론이 업계의 문제를 지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지속적인 인권 운동 덕분에 사회의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따라서 게임의 다양성이 업계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공론화와 해결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하면 과장이겠지만, 게임의 방향성이 문화의 흐름에 영향을 주고 그 흐름이 다시 업계를 향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기존에는 게임에서 배제되어 있던 집단이 게임에 목소리를 내게 되고 그 목소리에 언론이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 또한 이미지 개선을 통해 다양한 집단에서 인재를 모으는 것이 업계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다양성을 중요하게 다룰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의 다양성 추구는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에게도 이롭게 작용합니다. 게임의 다양성이 게임의 큰 흐름이 된 이후 게임이 신경 쓰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를 지적하고, 고치고자 하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게임의 접근성입니다. 게임의 접근성에 대해 개발자를 위한 게임 접근성 가이드를 제공하는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 사이트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접근성은 다양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당신의 창작물을 접하거나 즐기지 못하게 하는 불필요한 장벽을 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게임의 접근성은 게임의 질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가장 쉬운 예가 바로 게임의 자막입니다. 게임을 하다가 너무 작은 글자 크기 때문에 읽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갑자기 필기체가 나와서 당황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겁니다. 게임 접근성을 높이는 가이드라인이 보급된 후에는 게임에 사용되는 글자 폰트와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게임이 늘어났습니다. 또한, 색맹을 가진 사람을 위해 색의 차이로 게임의 주요 정보를 표시하는 대신, 도형이나 다른 기호의 차이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 보급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혜택을 볼 수 있으며 실제로 누리고 있는 변화입니다. 게임의 접근성에 대한 고민은 장애인을 위한 개선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흐름은 게임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사회의 더 다양한 집단이 게임을 통해 대표되었고 그들의 목소리가 게임을 통해 사회에 전달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은 사회에 강력한 영향을 주는 문화로 자리 잡았고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그 문화를 지키기 위해 기업의 문제를 개선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팔고자 하는 상품인 게임의 이미지가 곧 기업의 이미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소비자는 사회에서 가치를 존중받는 이미지를 소비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이해가 맞아떨어져 게임은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게임은 어떻습니까? 그리고 한국의 게임 업계는 어떻습니까? 게임 언론은?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개인의 시각으로는 볼 수 없는 거대한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고민은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참 늦은 지금이라도 한국 사회가 추구하는 바른 가치에 게임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주석1 참고 자료: 위키피디아, IGDA리포트

레퍼런스 링크
The video game industry has a diversity problem – but it can be fixed
- The Guardian
The issue of diversity in Gaming
- Gamedesigning
Why diversity matters in the modern video games industry
- The Guardian
Exploring diversity in video games
By Francesca dlss

2019. 11. 28.

Disco Elysium





느닷없이 등장해서 필자의 올해의 게임이 된 게임. [디스코 엘리시움(Disco Elysium)]에서 플레이어는 형사가 되어 살인 사건을 수사하게 됩니다. 누아르 추리물에 강한 영향을 받은 [디스코 엘리시움]의 세계는 현실의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과 비슷한 가상의 공간을 무대로 합니다. 게임의 진행은 누아르 물 하면 떠오르는 수사 과정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면 질문을 통해 사건의 단서를 얻고, 구석구석 뭐라도 있지 않을까 발품을 팔고 다니는 구성입니다.

플레이어는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의 형사가 되어볼 수 있습니다. [디스코 엘리시움]에는 플레이어가 선택 가능한 24종류의 스킬이 있습니다. 이 스킬은 각자 개성을 가지고 있고 자아를 가지고 플레이어와 치고받고 싸웁니다. (때로는 자기들끼리 싸우기도 합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행동할 때마다 스킬 체크가 이루어집니다. 체력에 관한 스킬을 선호했다면 몸으로 들이받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며, 머리를 쓰는 스킬을 선호했다면 말로 풀어가는 상황이 자주 일어납니다. 이러한 이색적인 스킬 시스템은 게임의 설정을 통해 위화감 없이 플레이어에게 전달됩니다.

캐릭터 만들기에는 정치와 사상도 포함됩니다. [디스코 엘리시움]의 세계는 현실과 아주 가까운 역사와 정치 그리고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늘 보이는 인터페이스 구석에 처박혀 읽어주길 바라는 설정이 아닙니다. 게임의 세계와 그곳에 있는 인물에 녹아들어 있는 매끄럽고 깊이 있는 역사와 정치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에 등장하는 다양한 등장인물과(NPC) 대화를 하면서 원하는 성향의 대화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성향은 플레이어의 능력치에 변화를 주거나 소소한 특전을 주는 “생각(Thought)”이라는 시스템으로 구현되어 있어서 플레이어의 역할극을 강조해 줍니다. (간단하게 Perk를 생각하면 됩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디스코 엘리시움]의 NPC는 다양하게 해석됩니다. 이들은 단순한 퀘스트 시작 지점이 아니라 퍼즐 그 자체입니다. 현실과 유사한 정치와 사상을 토대로 만들어진 NPC는 현실의 인물과 유사한 깊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NPC는 선과 악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세계에서 자신의 이해에 따라 움직입니다. 아름답게 주조된 고리퍼즐(Huzzle)처럼 게임 속 캐릭터들은 풀어보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합니다.

역사, 정치, 사상을 아우르는 게임의 깊이는 텍스트를 통해 완성됩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경험은 [디스코 엘리시움]이 이루어낸 최고의 성과입니다. 감각적인 스킬에 투자했다면 게임은 감정을 느끼는 멜로물이 되고 육체에 올인했다면 몸으로 부딪치는 누아르 물이 됩니다. 선택에 따라 제공되는 텍스트가 다를 뿐임에도 그런 차이를 만들 정도로 이 게임의 텍스트는 훌륭합니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된 텍스트를 읽고 있는데도 푹 빠져들 정도입니다.

텍스트도 훌륭하지만, 그래픽과 음악도 결코 떨어지는 수준은 아닙니다. NPC의 음성 더빙은 캐릭터에 색을 더해주고 배경음악은 게임의 분위기를 주도합니다. 주인공 캐릭터의 더빙 또한 인상적인데 그 부분은 설명 대신 직접 들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플레이어 캐릭터의 외형을 꾸밀 수 있는 선택지도 제법 폭넓게 준비되어 있어서 분위기와 취향에 따라 알맞은 모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제작진이 음악에 꽤 자신이 있었는지 음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퀘스트도 있는데 필자는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음악에 조예가 깊다면 인상이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디스코 엘리시움]의 퀘스트는 확실히 재미있습니다. 논리적인 생각을 요구하는 임무와 멋대로 뛰쳐나가는 사건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게임의 독특한 흐름은 정말 기억을 전부 지워버리고 다시 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합니다. 텍스트로 복선을 깔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다가 그래픽과 음악으로 절정을 찍는 [디스코 엘리시움]의 연출은 다른 텍스트 위주의 게임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만족을 느끼게 만듭니다.

그러나 [디스코 엘리시움]을 추리 게임으로 즐긴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범인을 잡는 카타르시스를 추구하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큰 흐름은 플레이어의 추리와 무관하게 항상 정해진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플레이어가 퀘스트의 진행이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도 매우 적습니다. 플레이어가 원하는 정의에 따라 승리하는 게임을 상상했다면 이 게임의 결말에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겁니다. [디스코 엘리시움]은 추리물로 보자면 정말 엉터리입니다.

물론 그런 디자인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디스코 엘리시움]은 플레이어에게 실패와 패배를 경험시키고 싶어 합니다. 직접 테스트해 본 결과. 이 게임은 극단적으로 게임 오버를 택하지 않는다면 플레이어가 실패와 패배를 안고 갈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러 실패해볼 가치가 있을 만큼 실패에 따른 결과가 재미있는 부분도 많습니다. 이 게임은 가상 현실의 경험을 통해 현실에서 겪은 실패와 패배를 치료하려 합니다.

플레이어는 [디스코 엘리시움]에서 더할 나위 없이 실패할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사상을 전파하고 심각한 역사를 비웃고 사람을 속이고 사람에게 속으면서 게임의 끝을 향해 나아갈 겁니다. [디스코 엘리시움]은 이야기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그 모든 실패에 대해 인상 깊은 감상을 남깁니다. 그 감상은 게임이 플레이어라는 인간을 필요로 하는 이유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는 이유와도 일치합니다. 게임은 게임을 이용해 메시지를 던집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의 끝에 받게 될 현실을 위한 메시지입니다.


플랫폼: 윈도우
가격: \41,000
편의: 데킬라 선셋
제작: ZA/UM
좌표: 스팀 스토어 페이지

2019. 10. 29.

Allow Natural Death


Allow Natural Death

Jenn Frank 지음. 2012년 11월 29일



정확히 6년 전 나는 토이저러스에서 닌텐도 위(Wii)를 구입해서 설치했다. (그 박스는 여전히 나와 소녀시절을 함께한 침실 바닥에 남아있다. 이듬해 11월 내가 떠난 곳이기도 하다.)

“상상했어요? 알(Al)?” 엄마가 아빠에게 물었다. “우리 생전에 이런게 될거라고?” 내가 하는 (에헴)볼링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말이다.

그리고 나는 위(Wii)의 “페이스메이커” 경고를 보았다.* 바로 양아버지에게 명령하듯 외쳤다. “나가요! 나가세요!” 감사하게도 나는 아버지를 살해하지 않을 수 있었다.
*역자주: 닌텐도 위는 페이스메이커나 기타 의료기기와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안내로 경고 메시지를 출력하는 기능이 있다. 

———

나는 허락받지 못했기 때문에 비디오 게임을 즐겼다. 게임 리뷰로 돈을 버는 이유도 있었지만 어머니를 더 짜증나게 하기 위함이 컸다. 일생동안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결정해주는 사람은 곧 꾸준한 반항심을 위한 최고의 동기가 되기 마련이다.

변화는 2월 “크리쳐스(Creatures)”에 대해 칼럼을 쓴 때에 일어났다. 그녀가 결국 이해 선언을 한 것이다.

“내 생각에,” 그녀는 내게 조심스럽게 “내가 너에게 잘못된 말을 한 것 같구나.”라고 말했다.

“아뇨.” 나는 답했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침묵했다. 환희에 차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짖굳게 만족해 하고 있었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저 조용히 서 있었을까?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이따금 프리렌서가 쓰는 모든 글은 누군가를 향한 러브레터여야 한다고 말한다. 한 사람에게 직접 편지를 쓰는 기분으로 사랑과 그리움을 담아야 한다. 크리쳐스에 대한 칼럼은 내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였다.

———


나는 그때보다 더 심하게 울어본 기억이 없다. 내게 음악을 틀라고 말한 그 순간. 그러니까... 무슨일이 있던간에 집을 정리해 두라고 의사가 말했다. 다가온 임종을 누군가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음악을 틀려던 그 순간 나는 떠올렸다. 거실에 있는 CD 플레이어를 고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엎친데 덥친다더니. 속이 뒤집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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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 시키지 않음(do not resuscitate)” DNR이라는 용어를 AND로 바꾸자는 논의는 진작부터 있었다. DNR이라는 말이 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반면 “자연사를 받아들이기(allow natural death)”는 한결 좋게 들리지 않는가?

“사람들은 가족의 소망을 늘 무시한답니다” (내가 가장 덜 좋아하던)의사가 말했다. 능글맞은 웃음과 함께.

나는 분노에 찬 연설을 쏟아냈다. 세상 사람들이 죽고 싶은 기분을 느낄 때 죽게 된다면 모든 사람이 다 죽을 거라고.

“다른 방법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친척이 의사에게 말했다.

“글쎄,” 나는 그녀의 말을 잘랐다. “여긴 뷔페가 아니니까.” 그녀는 눈물을 터트렸다.

———

내 어머니는 1993년에 나를 입양했지만 나는 그보다 이른 1989년부터 그녀와 살기 시작했다.

어릴적 나는 바늘을 무서워 했기 때문에 처음 예방접종을 받을 때에는 의사가 나를 붙잡기 위해 온 방을 뛰어다녀야 했다. 나는 줄곧 의사가 무서웠다.

그 이후 어머니와 나는 방법을 하나 고안해 냈다. 나는 그녀의 얼굴에 집중하고 그녀는 내 손을 붙잡고 나를 향해 말하는 것이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

나는 어두워진 집중치료실에 앉아 비디오 게임에 대해 고심했다.
가능한 다양한 선택지와 분기점을 생각해 보았다.

정말 더러운 밤. 나는 내가 게임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닳았다. 내가 피해자에게 최고의 죽음을 내려야 하는 목표를 지닌 주인공인, 어찌된 일인지 죽음을 망칠 수도 있는 게임.

9월 23일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간호사가 어머니의 채액을 교환하기 위해 왔다. 그리고 나는 긴장한 상태에서 곤두박질 친 바이탈 사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새 채액이 기계에 연결되자 모니터에 그래프가 다시 나타났다. 그녀가 얼마나 “살아남아” 있는지 굽게 그리고 곧게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간호사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갈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추측할 권한이 없어요,” 간호사가 말했다. “그래도-”

나는 어머니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녀의 죽음을 망치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간섭해서 찌른 상흔이 지랄맞은 상황을 부추기고 있었다.

언젠가 나는 어머니의 또렷한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눈동자를 내게 집중하고 있었다.

“세상에,” 나는 중얼거리듯 그녀에게 말했다. “일어나셨네요. 잠깐만요.” 나는 토트백을 뒤지기 시작했다.

“몇가지 보여드리고 싶은게 있었어요.” 그녀에게 말하며 다가가 침대에 앉았다. “제가 성우를 담당한 게임 기억 하세요? 그거 나왔어요. 잠깐요. 지금 보여드릴께요.”

복합적인 장기 파손을 입은 사람이 의식을 회복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모든 것이 균형을 이루어야만 뇌까지 산소가 도착하기 때문이다. 난 정말 중요한 순간을 사소하게 쓰는 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꼴좀 보라지. 눈 앞에서 엄마가 죽어가고 있는데 나는 엄마가 나를 자랑스러워 하기를 원할 뿐이라니. 세상에, 신이시여. 얼마나 이기적인거야.

아이폰으로 게임을 시연해 보였다. 그녀를 둘러싼 기계의 소음 사이에서 녹음된 내 작은 목소리를 구분해 내기란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즉석에서 추가 더빙을 시작했다. “라인,” 그녀에게 설명했다. “들리세요? 트라이앵글.”

내 게임은 금방 끝났다. “음, 그래요. 끝났네요.” 나는 폰을 집어넣고 다른걸 꺼내려고 뒤적거렸다. “제 글 기억하세요? 제 글이 잡지에 실렸어요. 음, 8월에요.”

내가 그녀의 앞에 소책자를 펼쳐 보이자 그녀는 책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는 책을 가져가 손에 들더니 표지를 엄지속가락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책을 침대 한견에 내려 놓은 후 내 손을 찾아 향했다.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꼭 쥐었다.

힘을 주어 손을 쥐고. 다시 힘을 주고. 나는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손을 쥐고 내 눈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뚜렷한 의미를 담은 젖은 눈으로. 산소호흡기 때문에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눈썹만큼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엄마는 내가 울때마다 하던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준 상처와 슬픔에 대해. 눈을 내려 꼭 쥐고 있는 우리의 손을 바라보았다. 몸을 굽혀 그 손에 몸을 묻고 울었다.

의자에서 몸을 때 침대로 무너지듯 무릅을 꿇고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어머니의 얼굴은 산소 호흡기로 가려져 입을 맞출 공간조차 없었기에.

———

비슷한 시각에 텍사스의 다른 한쪽에서는 테리가 내가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던 게임의 마지막 부분을 시연하고 있었다. [슈퍼 헥사곤] 테리가 만든 게임이었고 테리는 누구보다 그 게임을 잘 했다.

핵사곤은 중요한 게임이다. 처음 테리를 만났을 때 나는 테리를 새워놓고 그의 게임이 어떻게 삶에 대해 말하고 있는지, 게임에 대한 내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기다림과 움직임 그리고 기회를 향해 커서를 움직이는 것에 대해. 행운과 불은 그리고 기억과 결단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그렇게 말해주다니 정말 좋네요.” 테리는 기쁜 듯 내게 말했다.

최근 엣지(Edge)의 Jason Killingsworth은 테리에게 [슈퍼 헥사곤]이 죽음을 암시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결론은 – 스포일러! - 느려지던 세계가 열리고 커서의 삶을 되돌아 본 결과 그 이상의 생존이 불가능하다면... 글쎄, 나는 죽음말고 설명할 다른게 떠오르지 않는다. 대다수의 플레이어가 보지 못할 그것을 나는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의사는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 나는 결코 와이어과 튜브를 거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나는 더 많은 튜브를 연결할 작정이었다. 나는 그 작은 방에서 내가 오래 생활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내 일생을 바치는걸 상상해 보았다. 그녀와 그 방에서 그렇게 지내는 기분을 그려보려 했다.

나는 친지중 한명이 포기한채로 의사에게 어쩌면 좋겠냐고 묻던 것을 기억한다. 내가 가장 많이 싸우고 가장 덜 좋아하던 의사였다.

“손을 잡아주세요.” 의사가 말했다. “기억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아, 피부가요.”

———

나는 20분 안에 명령대신 부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나는 당시에 울지 않았다. 대신 내 어리석은 판단력의 깊이를 고민했다. 나는 내가 아닌 그녀를 위해 빌었다. 결정권을 가진 단 하나의 딸을 둔 엄마를 위해.

어머니를 위해 내가 쓴 부고는 바보같았다. 그녀를 명예롭게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는 몰랐다. 그녀에 대해 어떻게 써야할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시도할 뿐이었다. 지금과 같이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나는 그녀의 일생에 대해 썻다.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무엇을 이루었는지, 그녀가 테니스를 좋아했다는 식으로 전적으로 기억에 의지해서.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사실 확인을 하고 싶었다. 그녀를 구글에 검색하고 싶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

어머니가 내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다음과같다. “나를 보내줘. 나를 보내줘. 나를 보내줘. 나를 보내줘.”

나는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아무도 잡지 않아요.” 그녀의 멍청함에 답했다.

그리고 나는 듣게되었다. 나는 그녀를 들을 수 있었다. 정말로 그녀가 들렸다. 그리고 나는 숨이 턱 막혔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를 위해 자연사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것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과 같을 것이다. 추락하는 동안 당신은 스스로에게 질문할 것이다. “이건 내가 원한게 아니야. 어떻게 멈추지?”

나는 멈추고 싶었다. 그러나 그대신 소리칠 뿐이었다. “이게 당신들이 말한 편안함이야?”

나는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놓아드릴께요.” 병원은 당신에게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을 향해 그 말을 하라고 시킬 것이다. 그녀의 심장이 도통 정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내게 그 말을 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녀가 지금 내 말을 듣지 못해 다행이다. 그건 거짓말이었다.

정말 마지막으로 나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그녀에게 등을 보인채로 두 손만 등 뒤로 넘겨 그녀의 손을 부여잡고 정말 하고 싶던 말을 했다. 방에 남아있던 이들에게 나는 갑자기 미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2019. 8. 28.

Discomfort




 [Discomfort]는 간결하게 필요한 것만 들어있는 저예산 영화를 보는듯한 게임입니다. 색 바랜 그래픽에 뼈대만 앙상한 인상이 그것이 공포를 불러일으키니 흥미롭습니다. 낮은 해상도가 주는 불분명함을 장치로 쓰는 호러 게임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하나의 연출 기법이 될 것 같습니다. 오컬트가 섞인 기묘한 사건으로 짧은 분량에 기승전결을 집어넣은 감각이 뛰어납니다. 조작 방법이 조금 구식이긴 하지만 플레이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찾아보니 [IMSCARED]의 제작자인데 어쩌면 불편한 조작 방식에 어떤 의도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가격: 무료
편의: 30분
제작: Ivan Zanotti
좌표: itch.io

2019. 8. 26.

Block Steady




 [Block Steady]는 한붓그리기가 생각나는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플랫포머 게임에서 익숙한 규칙을 응용하여 퍼즐 게임으로 재구성한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하고 움직이는(또는 실패에서 배우는)것이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가 스테이지 마지막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 긴장을 유지시키고 클리어의 만족감을 높여주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게임의 길이가 짧고(총 16개의 레벨) 깔끔한 조작에 그래픽도 아기자기해서 가볍게 즐기기에 좋은 게임입니다.


플랫폼: 웹
가격: 무료
편의: 쉬움, 30분
제작: gustav_k
좌표: itch.io

2019. 5. 16.

리갈 던전(Legal dungeon)




 경찰이 마땅히 가져야 하는 윤리와 도덕 그리고 양심에 의하면 피의자는 무죄로 판단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이번 달 실적이 최악입니다. 범죄자를 만들어서라도 건수를 올려야 할 위기 상황. 유죄로 판단한다면 나뿐만이 아니라 팀 전체에 득이 될 것입니다. 거기에 법리로 정당성까지 보장되어 있습니다. [리갈 던전(Legal dungeon)]에서 플레이어는 경찰 형사 2팀의 팀장이 되어 사건을 수사하고 정리하여 검찰로 넘기는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자, 그럼 이 사건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의견서, 기소, 불기소, 진술조서, 피의자신문조서... [리갈 던전]에는 보기만 해도 겁날 정도로 생소한 단어가 많이 나옵니다. 다행스럽게도 플레이어는 경찰 업무용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정부 하청으로 제작되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훌륭한 소프트웨어는 여러 창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화면 오른쪽 위 끝에는 단어를 검색해 볼 수 있는 검색 도구가 있고 그 아래로 사건 서류가 분류되어 있습니다. 분류된 사건 서류 아래로는 사건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법 판례와 기타 용어의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사용 방법은 참으로 간단해서 제공된 서류를 천천히 읽어보고 소프트웨어가 미리 작성해둔 양식에 알맞은 단어나 문장을 찾아 넣으면 간단하게 서류 작성이 끝납니다.

서류 작성이 끝나면 피의자와 대결에 돌입합니다. 대결이 시작되면 간략한 전투 화면이 아담하게 표시되고 플레이어와 피의자가 말로 치고받으며 죄의 유무를 따지게 됩니다. 이 죄의 유무를 따지는 과정은 앞의 서류 작성보다 더 퍼즐에 가까운 논리 싸움인 동시에 이야기의 흐름을 나누는 분기점 역할을 합니다. 퍼즐 난이도가 고르지 못한 단점이 있지만 원하는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적절한 답을 찾는 과정은 “아하!”하는 순간을 느낄 수 있도록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경찰 소프트웨어에는 도우미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익살스럽게 생긴 캐릭터가 게임 중간중간 플레이어에게 유용한 조언을 해주는 기능입니다. 동작과 표정도 나름 풍부해서 삭막한 소프트웨어에 캐릭터와 개성을 불어넣는 마스코트 역할도 해냅니다. 어쩐지 예전에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제작한 오피스 도우미 클리피가 생각나는 캐릭터입니다. 도우미의 조언에 따라 서류를 작성하고 피의자와 대결을 거치고 나면 플레이어는 어렵지 않게 초반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플레이어는 아주 높은 확률로 썩어빠진 경찰이 되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솔직히 유쾌한 경험은 아닙니다. 화내며 게임을 그만둬도 이해할 만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살면서 뉴스를 보신 분이라면 특이 최근 논란이 되는 어떤 사건의 뉴스를 보신 분이라면 게임이 내놓는 결론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될 겁니다. [리갈 던전]에서 다루는 사건은 실제 있었던 판례를 통해 재구성한 사건입니다. 사건에 돌입하기 전 나오는 판례는 사건의 모델이 된 실제 판례입니다. [리갈 던전]은 현실과 아주 가깝게 재현된 역할을 경험하고 그 역할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고민해 보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마지막이 모호해서 경험을 하나로 매끄럽게 엮어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지만 각 사건이 던지는 질문의 무게만으로 충분히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리갈 던전]은 게임을 생각하면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함을 주장하는 게임인 동시에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게임입니다. 반복 플레이가 강요되는 것에 비해 넘기기 기능이 약한 것과 경찰 소프트웨어를 제외한 게임 구성에 대한 안내가 부족한 것은 지적하고 싶지만 [리갈 던전]이 나쁜 게임이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법리가 사건에 적용될 때 윤리와 도덕이 중요한 이유 그리고 윤리와 도덕으로 이루어진 인간성이 훼손되지 않는 사회가 중요한 이유를 이만큼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한 게임을 저는 이제껏 해보지 못했습니다. 게임의 영역을 넓히는 노력은 언제나 그 시도를 평가받고 기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결과가 훌륭하다면 더욱 말입니다.


플랫폼: 스팀
가격: \7500
편의: 어려움, 10시간
제작: 소미(Somi)
좌표: 스팀 스토어 페이지

2019. 4. 8.

Breaker




 게임 페이지의 소개말을 빌리자면 [Breaker]는 브레이크 아웃, 스페이스 인베이더 그리고 이카루가를 한곳에 섞은 게임입니다. 게임은 사각형의 공간에서 이루어 집니다. 정 가운데에는 적이 등장하고 플레이어(막대기)는 적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왼쪽으로 움직이면 플레이어가 파란색으로 변하고 좌측으로 움직이면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이때 같은 색의 적탄을 반사하여 적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화면 구성과 적 탄을 반사하는 개념은 벽돌깨기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브레이크 아웃과 스페이스 인베이더에서 빌려온 것이고 색을 바꾸어 적의 공격을 반사하는 규칙은 트레저의 슈팅게임인 이카루가에서 빌려온 것입니다. 제작자인 [Daniel Linssen]이 워낙 게임을 만드는 감각이 좋기 때문에 꽤 기대하고 플레이했는데 아쉽게도 게임은 그저 그렇습니다. 적의 배치와 공격 패턴 그리고 플레이어의 움직임은 훌륭하지만 게임의 조작이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좌우로 움직이는 이동과 색을 바꾸는 기능을 한곳에 모아 조작을 단순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막상 해보면 지나치게 헷갈리고 불편합니다. 적의 탄을 회피하고 받아내기 위한 이동과 이동 방향에 따른 색 변경을 동시에 그리고 짧은 시간안에 해내야 하기 때문에 게임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게 느껴집니다. 플레이어와 다른 색을 가진 탄에 부딪히면 체력을 잃기 때문에 결국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색을 바꿔가며 빠르고 경쾌하게 적의 탄을 반사하는 대신 색을 고정시킨 상태로 한방향으로만 돌며 하나의 색만 공략하게 됩니다.(이카루가에서는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색 변경을 이용한 스코어링 시스템을 따로 두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카루가를 개발한 트레저에서 이카루가 이전에 개발한 게임 실루엣 미라쥬에서도 플레이어의 이동 방향에 따라 캐릭터의 색(속성)이 바뀝니다. 물론 [Breaker]와는 달리 실루엣 미라쥬는 2D 액션 게임이고 플레이어 캐릭터를 중심으로 화면이 이동하기 때문에 속성 변환에 따른 혼란이 훨씬 덜한 편입니다.(그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말입니다) [Breaker]는 아무래도 제작자가 너무 조작을 간단하게 만드는것에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작 때문에 게임을 재미있게 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문제를 제외하고 보면 [Breaker]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조밀하게 잘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클리어에 따른 특전도 있고 옵션에서 취향에 따라 게임의 배색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보기와 달리 가볍게 즐기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게임이기 때문에 독특한 게임을 원하시거나 어려운 게임도 자신있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플랫폼: 윈도우, 안드로이드
가격: 무료
편의: 어려움
제작: Daniel Linssen
좌표: itch.io

2019. 4. 3.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한국 서비스 시작에 대해






 4월 12일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한국에서 서비스됩니다. 에픽게임즈에서 직접 운영하는 디지털 판매 플랫폼인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낮은 수수료를 가장 큰 이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실제 개발사 입장에서는 타 서비스 대비 낮은 수수료는 물론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을 사용할 시 추가적인 혜택도 받을 수 있으니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제는 소비자인데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PC 환경에서는 낯설게 느껴지는 독점 판매라는 무기를 가져오면서 소비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줄어들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낮은 수수료와 혜택이 좋은 것과 타 서비스에 판매를 못 하게 막아두는 것은 완전 다른 문제인데 이 문제에 있어 에픽게임즈의 대응이 다소 이상합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경쟁하고 있는 스팀은 좋게 말하면 사용자 중심의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이고 나쁘게 말하면 관리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엉성한 서비스입니다. 사용자를 통해 누적된 데이터를 통해 노출을 높이고 판매를 끌어올리는 것이 스팀의 목표이지만 현실은 그 데이터와 시스템의 취약점을 노리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 취약점을 매우는 것이 사람이 할 일이지만 스팀은 예나 지금이나 대응이 지나치게 느립니다.

그렇다면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경쟁력을 위해 독점작을 모으고 있으며 그 과정을 사람이 직접 한다는 식으로 스팀과 구분되는 명확한 선을 긋는 편이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이미지를 위해 더 좋을 것 같은데 줄곧 독점은 제작사와 유통사의 선택이지 에픽게임즈의 선택은 아니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어물쩍 넘기지 말고 독점 판매를 해야 할 만큼 많은 혜택을 준다는 것을 명료하게 밝히는 쪽이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앞서 말한 독점작 문제로 신용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한국 진출은 반길만한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팀은 한국에서 위법도 합법도 아닌 어중간한 영역에 속해 있었는데 최근 성인용 게임 판매를 시작하면서 언제든지 걸고넘어지면 접속이 막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걸고넘어지면 지역 제한을 걸거나 어떻게든 하긴 하겠죠? ...할까 과연?)

반대로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한국의 지사를 통해 자율심의 기관으로 등록을 받고 한국의 법과 제도 안에서 서비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콘솔 게임의 디지털 스토어처럼 문만 간신히 열어둔 폐업에 가까운 상황이 될 수도 있긴 하지만 반대로 영역을 넓히면서 법과 제도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스팀을 사용하는 쪽이 더 편하지만 그렇다고 엉망진창인 한국의 법과 제도를 그대로 방치하고 우회하는 선택을 지속하는 것은 시장의 건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것이 사실입니다.(예를들어 스팀의 성인용 게임 문제는 언제 터지나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한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계획대로 한국에서 PC게임의 디지털 판매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이후 에픽게임즈가 언리얼 엔진을 앞세워 콘솔이나 다른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힐 때 한국에서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을 테니 스팀보다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당장 스팀은 한국에서 서비스를 막아버리면 사용자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사용자들이 모여서 국회에 데모라도 해야 할까요?)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포털사이트에 카페 하나 차려두고 정체불명의 운영자를 새워두는 것이 게임 서비스의 대세인 요즘 에픽게임즈 정도의 규모 있는 회사가 정식으로 절차에 따라 한국에 판매 플랫폼을 세운다는 것은 분명 기대할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9. 3. 22.

기사 갈무리





 게임 인더스트리(gamesindustry.biz)의 기사입니다. 기사는 올해 IGF*에 호스트로 참여한 멕 자얀스(Meg Jayanth)의 발언을 중심으로 지난 15일 일어난 뉴질랜드 테러에 대한 개발자들의 의견과 게임을 중심으로 형성된 커뮤니티가 가져야 하는 경각심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대표 발언을 한 멕 자얀스는 BBC에서 재직하던 프리랜서 라이터로 어드벤처 게임 [80 Days]의 글을 쓴 작가입니다. 다음은 기사에서 발췌한 그녀의 발언을 번역한 내용입니다.

"I have always found it a little strange that the year my community -- this community -- chose to give an IGF Award to a game that was anti-colonialist, anti-racist, unabashedly feminist, pointedly diverse, and, well, written by an Indian woman, was also the year our audiences were engulfed by GamerGate. It felt at that time as though we rejected that campaign of hatred. But it's actually never felt closer to me right now.

“저는 늘 신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게이머게이트가 우리의 청중을 둘러싼 그해. 식민지에 반대하는 사람. 성차별에 반대하는 사람. 당당한 페미니스트와 다양성을 지향하는 이들 그리고 인디언 여성이 쓴 글에 IGF가 상을 준 사실을 전 늘 신기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당시 그 수상은 혐오 캠페인에 대한 거부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그것을 가깝게 느낀 적은 없을 겁니다.”

"A mutated strain of that poison that made video games its testing ground has bubbled up in Christchurch, New Zealand. It fueled a monster who went to a mosque with murder in his heart, and if we don't utterly, and vocally, and wholly reject these people -- these Nazis, and fascists, and white supremacists -- then we are inviting them in. If we make room for them, then there is no room for anyone else. And what we represent here tonight must stand in opposition to them. And we have to do it together.

"But rejecting hate is only half the battle. The other half of the battle is, in its way, much harder. It is to ask, 'How do we make people feel welcome? How do we keep them safe and happy, as well as whole?'"

“비디오 게임을 실험장으로 만든 독을 품은 돌연변이가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터졌습니다. 살인을 마음에 품고 이슬람 사원을 향한 괴물의 동력으로 쓰였습니다. 나치, 파시스트 그리고 백인우월주의자. 우리가 강력하게 목소리 내어 그들을 반대하지 않는다면 그들을 받아들이고 말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면 다른 이들을 위한 자리는 없을 겁니다. 그렇기에 오늘 밤 여기서 그들과 대립해야 합니다. 우리는 함께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혐오를 거절하는 것은 싸움의 절반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머지 절반의 싸움은 더욱 어려운 길이 될 것입니다. 그 길은 바로 이 질문입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환영받는다고 느끼게 할까? 어떻게 그들을 하나로 보듬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킬 수 있을까?”

위의 발언과 더불어 게임 개발자 조합에 대해서도 발언한 내용을 번역해 싣습니다.

"It is time, more than time, that we as an industry left behind the idea that our work is made better by our pain," Jayanth said. "That the price of passion is exploitation. That job security, pension plans, and work places free of harassment are impossible dreams. We have to demand them, collectively, and not just for ourselves but for each other as well."

“때가 되었어요. 정말 때가 되었지요. 우리의 고통으로 업계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버릴 때가 되었어요.” 자얀스가 말했다. “열정의 대가는 착취였어요. 안정적 이고 거주 지원을 받으며 괴롭힘에서 자유로운 직장이란 불가능한 꿈이에요. 우리는 우리 모두를 위해 그것을 하나씩 요구하고 얻어 나가야만 해요.”

기사에는 멕 자얀스의 발언과 더불어 마찬가지로 호스트로 참여한 [더블 파인(Double Fine Productions)]의 창립자인 팀 셰퍼(Tim Schafer)의 발언도 싵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테러에 대한 깊은 애도와 지지를 표하는 발언입니다.

"I hope this isn't controversial, but fuck white supremacists," Schafer said, adding, "I think it's sad that racists and other hate peddlers feel safe in any space that's remotely connected to video games, and I think we all have an opportunity in our work, in our daily lives, and in our platforms big and small, to make it absolutely clear that we do not tolerate any of that crap."

“이 발언이 논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백인 우월주의 씨발.” 세퍼는 이어 말했다. “정말 슬픈 일입니다. 인종 차별 주의자와 다른 혐오자들이 비디오 게임과 관련된 공간을 안전하게 느끼고 있다니 말이지요. 우리는 우리의 일상과 작업 그리고 크기에 관계없이 우리의 플랫폼에서 그런 쓰레기들을 용납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지요.”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기사입니다. 개발자들의 발언을 모아둔 기사일 뿐이지만 비극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게 합니다. 테러범이 언급한 “퓨디파이를 구독해라(subscribe to PewDiePie)”는 발언은 인터넷의 유행어일 뿐이지만 테러범이 그 정서를 인터넷을 통해 전파하고 남기고자 하는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섬뜩한 부분이 있습니다.

퓨디파이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면 쉽게 문제를 떠넘기는 그것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인터넷에 그러한 정서가 만연하고 그 정서가 게임을 중심으로 표출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개인에게는 재미있는 인터넷 유행어이고 가벼운 장난일지 모르지만, 그 개인이 수십만 수백만이 되면 그것을 하나의 세력 또는 사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비틀린 감정이 비대해져 가는 인터넷 문화는 정말 거대하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매듭이라 어디서부터 풀기 시작해야 할지 참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필자는 눈에 보이는 그것부터라도 조금씩 풀어볼 생각입니다. 나부터 그런 혐오에 가벼운 장난에 동참하지 않고 주위에 참여하는 이를 꺼내는 일 말입니다.


2019. 3. 17.

PAWNBARIAN





 [PAWNBARIAN]은 최근 유행하는 덱 빌딩 전략 게임에 체스를 섞은 게임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게임 보드에는 적과 플레이어의 말이 놓여 있고 플레이어는 카드를 4장 받게 됩니다. 각 카드에는 체스말이 그려져 있어서 카드를 사용하면 카드에 그려진 체스말과 동일하게 플레이어의 말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말이 적의 말과 겹치면 적을 제거할 수 있고, 적을 전부 제거하면 스테이지가 클리어되며 보상으로 새로운 카드 또는 체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매우 단순한 구성이지만 마치 체스의 묘수풀이처럼 임의로 주어지는 카드를 이용해 효율적인 전략을 짜는 재미가 있는 게임입니다. 단지 적의 공격 범위를 알기 어려워 한 수 이상 전략을 짜기 난해한 것과 한 턴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 총량이 모호한 문제가 있어 아쉽습니다. 현재 공개된 것은 프로토타입이고 앞으로 완성된 게임을 제작한다고 하니 기대해 볼만한 게임인 것 같습니다.

플랫폼: 웹, 윈도우, 리눅스, 맥
가격: 무료, 30분
편의: 어려움
제작: j4nw
좌표: itch.io

2019. 3. 3.

한국은 왜 게임을 검열할까?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아마추어 플래시 게임 사이트를 검열하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아마추어가 제작한 비영리 목적의 게임이라도 공공에 배포 한다면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검열의 이유입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이하 게관위) 이전에도 거의 같은 문제로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게관위는 이러한 무리한 검열을 거듭하는 걸까요?

 가장 큰 원인은 법과 제도에서 게임과 도박이 분리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도박이란 랜덤 박스나 가챠같은 도박과 유사한 게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사행성 게임을 말합니다. 보기에는 레이스 게임인데 조작할 수 없고 배팅을 하는 시스템이 있다거나, 잠수함이 바다로 잠수하더니 슬롯이 돌아가기 시작하는 게임을 가장한 도박이 실제로 심의를 받자고 덤비는 것이 현재 한국의 상황입니다.

거짓말 같고 황당한가요?

지금 게관위 사이트로 가서 등급거부 게임의 제목을 보시면 재미있는 것이 아주 많습니다. 현재 한국의 게임 심의는 소비자를 위한 지침을 만드는 역할이 아니라 어떻게든 법망을 뚫고 들어와 보려는 도박을 막기 위한 검문소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애초에 법의 밖에서 이루어지는 불법 인터넷 도박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이렇게 상황이 꼬인 것은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입니다. 바다이야기 사태는 경품 게임의 탈을 쓴 도박이 심의 기관의 심의를 통과하여 합법적으로 유통된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게임 심의는 영상물등급분류의에서 담당하고 있었으나, 뇌물을 받은 관계자가 도박물의 심의를 통과시켜버린 것입니다. 이후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도박물은 법의 허락아래 급격하게 성장하여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이후 전개는 급박하게 돌아갑니다. 정부는 2004년부터 추진하고 있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킵니다. 동시에 게임 심의를 전담할 국가 기관인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신설하게 됩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2004년 논의 당시에는 자율 심의를 시행하고 사행성 게임은 관리를 위한 특별 기구를 고려하고 있었으나,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도박물을 틀어막기 위해 해당 법은 이름에 맞지 않는 게임 검열법이 되었고 게임물등급위원회는 도박물을 사전 검열하기 위한 기관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현재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게임을 정의하는 법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도박을 막기 위한 검열법으로 게임에 접근하다 보니 계속해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법을 개편하거나 재정의 하는 대신 법과 현실에 틈새가 벌어질 때마다 국회는 임시방편이나 다름없는 법을 추가하였고 그 결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진흥과 검열이 한 법에 섞여 누더기같은 법이 되고 말았습니다. (영화법하고 비교해보면 정말 헛웃음이 터질겁니다)

게임을 심의하는 기구 또한 면밀하게 말하자면 도박을 막기 위한 기구였지 게임을 심의하기 위한 기구는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게임 심의를 위한 체계적인 전문 기관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관의 전문성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변화한 시장에 맞추지 못해 자체 심의가 이루어지는 모바일 오픈 마켓은 심의를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덤으로 최근 법에 추가된 자율규제 항목에서는 게관위가 자율규제 업체를 선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도박 검열에 게임 심의에 민간 심의기구 관리까지 떠맏은 게관위도 참 고생이 많습니다.)

 게임은 도박과 분명히 선을 긋어야 합니다. 도박은 도박을 관리하는 기관의 검열과 처벌에 따르고 게임은 게임에 필요한 관리를 받아야 합니다. 게임과 도박의 분리가 아닌 다른 대안과 해결을 내놓더라도 그것을 위한 조사와 논의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이미 급하게 틀어막은 결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법과 기관을 가지게 되었으니까요. 창작의 자유를 위해 검열을 반대하는 것은 선의의고 정의로운 일이지만 현실에 뒤따를 문제를 생각지 않으면 오히려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짧게 글을 남깁니다.



2019. 2. 24.

기사 갈무리 - 2 -






 최근 바이오웨어가 제작하고 EA에서 유통한 [앤섬(anthem)]에 대해 평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에 EA가 유튜브에서 해당 게임의 부정적인 리뷰 영상을 삭제한다는 루머가 돌았는데, 여기에 더해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부당한 리뷰를 했다는 이유로 EA의 블랙리스트에 등제되었다는 고발을 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링크한 기사는 그 사건을 다루고 있는 기사입니다. 그러나 필자는 유투브 크리에이터나 EA 둘중 누가 잘못했는가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관심이 가는 부분은 EA가 유튜브 크리에이터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 내용을 기사에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EA는 영향력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위한 두 가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s)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인데 이 프로그램은 유튜버가 게임 이벤트를 참여할 때 경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영상은 영상에 “Presented by Game Changers.”라고 EA로부터 후원받았음을 명시하는 워터마크가 붙습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EA가 직접 유튜브 크리에이터에게 제작비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부르는 명칭은 따로 나와있지 않으나 “Sponsored by EA.”라고 EA의 후원으로 제작된 영상임을 명시하는 워터마크가 붇는다고 합니다.

기사에서 EA 측은 게임 체인저를 통해 제작된 영상은 영상이 혹 EA를 비판하는 내용이라 해도 수용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편 EA로부터 제작비를 받아 제작된 영상은 어떤 기준을 적용받는지 언급이 없습니다만, 광고로 제작된 영상이 광고의 역할을 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광고라고 표기하고 있으니 말이죠.

규모 있는 유통사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후원한다는 사실은 딱히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전부터 줄곧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EA가 하듯 영상에 후원 사실을 표기한다면 딱히 문제 삼을 부분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 잡지나 언론도 결국 게임 회사나 그와 관련된 업계로부터 광고 이익을 얻어 운영되는 것이 사실이기에 후원 관계가 있다면 그것을 투명하게 밝히는 쪽이 오히려 발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EA는 이번 기회에 이렇게 알게 되었는데 다른 회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2019. 2. 19.

환원(還願) -Devotion-




 가정은 안락하고 편안한 공간. 종교는 마음의 쉼터. 익숙한 표어입니다. [RedCandleGames]의 신작 호러 게임 [환원(還願)(Devotion)]은 그 표어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게임입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나름의 “아니오”를 알고 있습니다. 단지 손톱에 박힌 가시 같아 차마 꺼내지 못할 뿐입니다.

 [환원]의 주요 무대는 편안하고 안락한 집입니다. 1980년대 대만에 있을법한 낡은 빌라. 거실과 주방이 있고 거실에서 시작되는 좁은 복도를 따라 화장실과 방이 둘 있는 구조입니다. 현관을 열고 거실에 들어서면 소파와 TV가 보입니다. 소파 뒤쪽 벽에는 큰 가족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주방은 거실에서 문 없는 문을 통과해 들어갑니다. 주방에는 작은 냉장고와 싱크대가 있고 환기를 위해 불투명한 유리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거실에 나 있는 좁은 복도를 따라 방이 나 있습니다. 복도 입구에 작은 방이 있고 굽어 있는 통로 중간에 화장실 그리고 통로 끝에 큰 방이 있습니다. 화장실은 작지만 평범합니다.(욕조도 있습니다!) 큰방과 작은방에는 가족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는 가구와 소품이 가득합니다. [환원]의 집은 미려한 그래픽으로 현장감 넘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1980년대 대만의 낯섦과 익숙한 집의 풍경이 겹치는 독특한 경험을 줍니다.

 [환원]의 집은 2014년 데모만 공개된 후 사라진 전설의 호러 게임 [P.T.]의 장치로 완성됩니다. 게임이 시작되고 플레이어가 집 현관을 열고 들어가면 목재 가림막이 눈 앞을 가립니다. 가림막을 지나 거실에 들어서면 주위는 온통 시뻘건 조명에 물들어 있고 TV에서는 하얀 노이즈가 지글거리며 끓습니다. 쇼파위의 가족사진은 불탄 것처럼 일그러져 있고 주방에서는 썩은 악취가 풍깁니다. 좁은 복도는 지저분한 얼룩과 낙서로 가득하고 방은 모두 잠겨 있습니다. 그리고 복도를 되돌아 거실로 돌아오면 그곳은 이미 거실이 아닌 낯선 장소입니다. [P.T.]는 좁은 통로로 연결된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협소한 공간의 공포와 낯선 미지의 공포를 효과적으로 연결한 게임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환원]은 미려하게 표현한 집을 통해 익숙한  소품의 낮선 변화까지 체감할 수 있게 발전시켰습니다. 플레이어는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집을 뒤지며 가족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추적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집을 오갈 때마다 집은 광기에 찌들어 갑니다.

 [환원]의 사건은 광기의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입니다. 사건 사이는 퍼즐로 막혀있고 퍼즐을 풀기 위해서는 집을 관찰해야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게임은 호러 게임에 익숙한 깜작 상자 연출을 포함한 굉장히 다채로운 연출을 보여줍니다. 호러 장르뿐만이 아니라 걷는 게임에서 빌려온 연출도 볼 수 있습니다. 호러 게임에 중요한 음향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시각이 아닌 소리가 플레이어게 길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퍼즐의 난이도가 너무 쉽게 느껴지거나 퍼즐의 이해도에 따라 동선이 늘어나 게임이 늘어질 수 있는것이 단점이지만 그것을 통해 준 신선함과 비교해보면 이해할 만한 수준입니다.

특히 플레이어를 캐릭터에 이입시키기 위해 호러 게임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 도구를 이용해 엉뚱한 시도를 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이 도구는 게임 내내 귀를 채우는 불편한 소음과 비명, 섬뜩하고 끔찍한 비주얼과 완전 상반됩니다. 이 도구를 사용한 지점부터 게임은 의도적으로 플레이어로부터 공포가 아닌 다른 감정을 끌어내려고 시도합니다. 강력한 공포에서 벗어나는 쾌감을 위해 호러 게임을 택한다면 이 지점에서 크게 실망할 수도 있겠습니다. 대신 게임이 의도한 공포가 아닌 여러 복잡한 감정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어주는 한편 게임에 짙게 깔린 공포와 줄곧 엎치락뒤치락하며 게임만의 독특한 경험을 만들어 냅니다.

 중반까지가 가족의 이야기라면 게임은 후반은 종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환원]은 종교에 대해 단편적인 감상을 말하는 대신, 종교에 대해 비난할 것은 비난하는 한편 종교의 교리는 이야기에 활용합니다. 이 게임에서 종교는 비판의 대상인 동시에 앞서 언급한 게임이 이끌고자 한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고 게임의 메세지를 정리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민감한 주제이니만큼 조심스럽게 다룬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게임이 다루는 다른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생각에 따라서는 이야기가 지나치게 모호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습니다. 명확한 결말이 주는 시원함을 원한다면 다른 게임을 선택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또한 게임의 후반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 게임이 특정 등장인물을 다루는 관점에 불만이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필자도 그런 감상을 느꼈으나 게임이 주인공 시점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할만한 설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난 상처는 아물어야 합니다. [환원]을 만든 이들도 가시를 꺼내는 시도를 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습니다. 게임은 그에 대해 퍽 인상적인 답을 내리고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엔딩이지만 [RedCandleGames]가 스스로 던진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엔딩임에는 확실합니다. 가시를 시원하게 뽑지 못했더라도 말입니다. 애초에 사회문제는 개인이나 작은 집단이 해답을 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이유로 [RedCandleGames]를 탓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다루기 어려운 주제로 이만큼 완성도 높은 호러 게임을 만들고 호러 게임에 다양한 감정을 끌어들여 독특한 결실을 맺은 시도를 칭찬해 줘야 한다고 봅니다. 동아시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접해보았을 사회문제. [환원]은 그 사회문제를 독특한 호러 게임으로 빗어낸 수작입니다. 이 게임이 동아시아에서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나왔고 또 한동안 한국에서는 나올 수 없는 게임이라는 사실이 내심 분합니다.


플랫폼: 윈도우
가격: \17,500
편의: 2시간, 쉬움
제작: RedCandleGames
좌표: Steam


2019. 2. 13.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대량해고 사태에 대한 정리



악역을 상정하는 업계에서 조차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해고는 특별히 잔인해 보인다
- Forbes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해고는 포트나이트 탓이 아니다
- Wried

엑티비전 블리자드가 최고 수익 발표와 함께 800명 이상의 직원을 엿먹이다
- Waypoint


 어제 일어났던 엑티비전 블리자드 대량해고사태에 대한 기사를 몇 개 추려 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사건이 잘 정리된 부분을 발췌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엑티비전 블리자드(이하 ATVI)는 2018년 4분기 역대 최고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 ATVI는 2019년 블리자드의 신규 타이틀 부재로 인해 성장이 정체될거라 예상했습니다.
- ATVI는 현재 작업중인 프렌차이즈의 개발 인력을 20% 충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ATVI는 현 직원의 8%에 해당하는 800명의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 ATVI가 15억 달러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매입함에 따라 배당이 9% 증가했습니다.
- ATVI의 주식은 5.5% 상승했습니다.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서 행해지는 일반적인 대량해고와는 달리 이번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대량해고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어났습니다.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작년 4분기 수익은 역대 최고였고 내년의 전망 또한 하락이 아닌 현상 유지이기 때문에 엑티비전 블리자드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심지어 저 발표는 엑티비전 블리자드가 직접 한 것입니다)

 만에하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웨이포인트 기사에서 지적하듯 올해 초 CFO가 1천 5백만 달러의 보너스(그중 1천 1백만 달러는 자사주였습니다)를 받은 사실이나, 재직한지 한달 된 임원이 9십만 달러의 연봉을 배정 받았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힘듭니다. (물론 망한 후에도 임원 돈잔치 하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라 이게 근거가 될지 의문이긴 합니다만)

 정리하자면 아무리 봐도 이번 블리자드 엑티비전의 대량해고는 블리자드의 신작이 나오지 않는 위기(?)나 포트나이트가 시장을 점령(?)함에 따라 경영에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에 일어난것이 아닙니다. 그랬다면 엑티비전 블리자드는 현재 작업중인 프렌차이즈가 아니라 신규 프렌차이즈를 위해 움직였어야 옳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재 개발중인 프렌차이즈의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을 선택했죠. 따라서 이번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대량해고 사태는 주주와 투자자들이 주식 가치와 배당금을 높일 목적으로 감행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회사가 경영상의 문제로 직원을 해고해야 했다면 일정한 기간을 두고 이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직원을 배려하기 위해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해고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옳습니다. 그러나 이번 엑티비전 블리자드는 단 하루만에 사전 고지 없이 800명을 해고했습니다. 취직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는 했으나 사전 통보 없는 해고 이후에 취직 지원을 하겠다? 아무래도 논란을 피하기 위한 변명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기사는 공통적으로 엑티비전 블리자드에 노조가 없다는 것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웨이포인트의 기사는 자사 노조 활동을 예시로 들며 노조가 해고에 대한 완벽한 방어책은 되지 못하더라도 해고의 충격을 줄이고 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되어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게임 업계에 노조가 결성되었고 또 결성되고 있습니다. 왜 게임 업계에 노조가 필요한가 묻는다면 이번 엑티비전 블리자드의 대량해고를 보라고 하겠습니다. 하루 아침에 경고도 없이 800명이 해고되었습니다. 해고된 이들은 SNS에 절박한 사연과 함께 구직글을 올리고 있고, 소규모 스튜디오와 개발자는 구조선을 띄우듯 구인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를 휴먼 드라마로 소비하는건 사태를 바로 보지 못하는 태도라 생각됩니다.

 워낙 심난한 사건이라 뭐라고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미국에 하루 빨리 노조가 생기기를 바랍니다. (기업이 맘대로 800명을 일시 해고 가능한 나라이기 때문에 기업 단위를 뛰어넘은 연대가 필요해서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조에 큰 응원을 보냅니다.

2019. 1. 31.

기사 갈무리 - 1 -


 뜨끈한 방바닥에서 뒹굴거리느라 '시작해야지’ 딱지만 붙여놓고 있던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필자는 게임 기사를 읽기위해 RSS에 10개 정도의 사이트를 등록해 두고 있습니다.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지만 그것만으로도 하루에 수백개의 기사가 밀려듭니다. 그러나 읽을 가치가 있는 기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게임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라던가,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의견이라던가, 또는 게임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사를 갈수록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게임 잡지를 중심으로 기사가 작성되었고, 잡지의 편집 방향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기획 기사가 쓰였지만 웹으로 환경이 옮겨오고 나서 기사의 호흡이 짧아지고, 그 깊이가 얕아지면서 클릭만 되면 그만인 기사가 지나치게 늘어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광고인지 기사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기사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정말 이따금 단챠에서 SSR 튀어 나오듯이 좋은 기사가 눈에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워낙 기사가 많이 쏟아지다 보니 그런 기사는 금방 묻히고 맙니다. 그래서 좋은 기사를 기록하고 또 찾아볼 수 있도록 따로 정리해 두는 일을 오늘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해당 게시글은 “갈무리” 테그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2019. 1. 25.

The Weight She Carries


그녀가 나르는 무게

장바구니를 들고 너무 짧지도 길지도않은(대략 200미터 남짓한)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즐기는 게임

안나 안스로피 2018.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공허속에서 회전하는 돌로 인지한다. 마치 떨어져 굴러가기 시작한 공처럼. 그러나 다른 시대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떠돌고 맴돌지 않는 그 시대의 세계는 강력한 존재에 고정된 지물이다. 그것은 거북이거나, 코끼리거나, 용일 수도 있고 인간일 때도 있다. 그러나 내 경험을 토대로 말하건데, 만약 누군가 그 짐을 짊어져야 한다면 그 존재는 분명 여성일 것이다. 나는 그녀가 그만둔 이유를 상상해본다.


장바구니를 들고 너무 짧지도 길지도않은(대략 200미터 남짓한)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즐기는 게임

장바구니는 세계다. 무슨 의도로 세계를 만들었는지 결정해보라. 어쩌면 당신은 즐거운 호기심이 머무는 짧은 영겁의 시간동안 그것을 완성시켰는지도 모른다. 다음은 그 세계의 주민이 어떻게 당신의 의도를 외곡했는지 결정해보라. 어쩌면 그들의 호기심이 그들로 하여금 서로를 갈라놓고 실험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이러한 결정을 장바구니를 들고 이동하거나, 장바구니를 꾸리는 동안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세계를 나르고 있다. 장바구니를 들고 이동하는 동안,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 예상에 비해 많은 책임이 필요한가?
● 그들은 당신의 노력에 합당한 존재인가?
● 그들이 당신을 위해 한 것이 있는가?
● 세상을 내려놓는 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장바구니를 내려놓은 뒤 세계의 운명을 결정짓도록 하자. 당신은 세계를 불태워 버릴것인가, 공허로 내던질 것인가, 또는 조금 더 그것을 짊어지겠는가?


플랫폼: 웹
가격: 무료
편의: 롤 플레잉
제작: anna anthropy
좌표: itch.io

2019. 1. 9.

제프 카플란이 팬에게 보낸 편지 번역




 코타쿠에 흥미로운 기사가 있어 읽어보고 인상적인 편지가 있어 번역해 보았습니다. 오버워치 팬과 그 팬에게 답장을 보낸 제프 카플란의 편지입니다. 2017년 3월 비비안 필립스라는 흑인 여성 팬이 제프 카플란에게 편지를 씁니다. 오버워치의 다양성을 보여주려는 시도에 대한 생각과 더불어, 비디오 게임에 흑인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 현실을 적은 편지였습니다. 아래는 기사에서 발췌한 그녀의 편지중 일부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주노 디아즈가 말했죠. ”왜 뱀파이어가 거울에 비치지 않는지 알아요? 사람을 괴물로 만들고 싶다면 부정하세요. 문화 레벨에서요. 그들이 비치지 않게 만드는 거죠.“ 카플란, 저는 제가 사회에서 괴물처럼 느껴져요. 비디오 게임 주인공으로 활약한 흑인 여성은 세명밖에 댈 수 없어요. [워킹 데드]의 클레멘타인, [리멤버 미]의 닐린, [레프트 4 데드]의 로셸. 최악은 제가 그걸 납득해버린다는 거죠.

제게 게임을 팔기 위해 백인 남성 캐릭터가 게임 광고에 나오죠. 심지어 캐릭터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한 게임에서요. 저는 그것도 납득해 버리고는 해요. 젠더를 떠나서 흑인 캐릭터가 게임의 조연이라는 것을 납득해 버리고 말죠. 이따금 제 젠더와 인종, 둘중 하나를 고르라는 선택을 개발자가 ”다양성“으로 만들어도 납득해야만 해요. 그 두 개를 합칠 생각은 하지 못하죠.


이에대해 제프 카플란은 장문의 편지로 답장했습니다. 이 편지에는 개발자로써 게임을 만드는 직업에 대한 그의 생각과 그 생각에 영향을 준 일화가 담겨 있습니다. 최근 오버워치의 행보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고, 필자도 다소 비판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의 열정과 비전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어집니다. 아래는 편지 번역문입니다.

원본은 기사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비비안에게,

지난 주 저에게 당신의 멋진 편지가 도착했으나 빨리 답장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여행중에 읽은 당신의 편지는 요즘 비디오 게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당신의 인식을 오버워치가 어떻게 바꾸었는지에 관한 굉장히 힘있고 감동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29살 때부터 생계를 위해 비디오 게임을 제작해 왔습니다.(당시에 스스로 꽤 늙었다고 생각했답니다) 이제 44세가 된 저는 가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해서 정말 행운이라고 떠들곤 합니다. 이건 “진짜 직업”이라고요. 이 업계에서 일하기 전부터 말이지요. 우리는 정말 열심히 일하고 우리의 일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입니다. 그것이 재미있는 오락을 만드는 일이라 할지라도요. 사람을 웃게하고, 미소짓게 하고, 단 몇분이라도 이따금 현실이 던지는 현실의 각박함을 잊을 수 있게 하는 오락이죠.

한동안 저는 제가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 사회에 공헌하는 바...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게임 제작자로서의 족적이 작게 남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했지요.

10년 전, 정말 큰 일이 저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 때 저는 버닝 크루세이더(와우의 확장팩)의 리드 디자이너였죠. 우리 스튜디오에 에즈라 채터튼이라는 사람이 방문했었습니다. 그의 아버지인 마이카가 메이크어위시를 통해* 그를 데려온 것이었어요. 에즈라는 말기 병으로 매우 힘든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는 약한 몸 때문에 침상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에즈라와 마이카는 마이카의 노트북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겼다고 합니다. 에즈라가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서요. 그게 유일하게 남은 아들과 아버지의 놀이였습니다. 야구를 하거나 공원을 걷는건 그들에게 어려운 일이었으니까요.

에르자가 스튜디어에 왔고 그것은 우리 모두의 열정에 불을 지폈습니다. 그가 우리의 앞에 섰습니다. 우리를 이끌었지요. 그는 컨셉 아트와 디자인까지 가지고 왔습니다. 그날 우리 모두는 에르자를 선두에 두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만들었습니다. 그가 떠난 그 날, 저는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의 소모를 경험했습니다. 조용한 차안에 앉아 혼자 생각했죠. “누군가의 일생 유일의 소원이 바로 우리와 함께 게임을 만드는 것이라니.” 제 단 한가지 소원을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생 단 하나의 소원” 이 개념은 너무나 강력해서 이전까지 비디오 게임을 만드는 일에 느끼던 제 감정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지요.

여전히 저는 우리가 하는 일이 과학자, 소방관, 의사, 연구가, 사회 봉사자에 비하면 고귀한 일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 역할에 대한 생각은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최근 3천만명이 오버워치를 플레이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직도 그저 천문학적인 숫자처럼만 느껴집니다. 꼭 모노플리 게임의 가짜 돈 처럼요. 어떻게 3천만이나 되는 숫자를 가늠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저는 열렬한 하키 팬이라서 하키 경기장이 2만명의 사람으로 가득 찬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잠깐 상상해 볼까요? “우와, 하키 경기장에 있는 사람들 전부에 영감과 영향을 준다는건 진짜 대단한 일인데?” 정말 강력하고 압도적인 상상이지요. 그런 머리를 가진 사람이 3천만명을 어떻게 가늠해 볼 수 있겠어요?

저는 제가 많은 부족함에도 불과하고 굉장한 운으로 이 자리에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럽지만 저와 제 팀이 굉장한 기회를 가졌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죠. 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닿아 그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우리가 원하건 원치 않건간에 우리가 만든건 대중 문화의 일부입니다. 당연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청렴한 창의성 이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정치를 위해 비전을 희생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게임을 만들면서 우리는 세상이 얼마나 굉장한지, 세상을 살고있는 멋진 사람들의 다양성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것에 빨려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많은것들에 대해 무지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배우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라는 사실, 모두가 각자라는 사실을 축하하고 싶어하죠. 저희 팀은 이따금 그것을 잘못 짚을 수도 있습니다. 게임을 발매할 당시에는 70명 밖에 되지 않았고 지금도 100명이죠. 우리가 모든 삶을 대변하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열린 마음과 긍정의 힘을 믿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 다이스 서밋(DICE summit)*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여기에서 볼 수 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5-mh2hJDaGQ (편지에 URL 주소를 써서 미안해요)

제게 있어 중요한 사실은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대변하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지극히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우리가 캐릭터에게 다른 배경 설정을 부여하면 논란이 입니다. 우리가 영웅이 레즈비언이라는 것을 밝히면 그건 꽤 사건이되지요. 그러나 언젠가 그것은 그리 큰일이 아니겠죠. 그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우리는 당연한 것이 당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제 소망은 제 팀이 다양한 삶과 시각을 보여줄 수 있는 더 많은 영웅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속에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영웅이 있다는 것을 깨닳을 수 있도록 말이죠.

지난 15년간 저는 제가 하는일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다르게 느낍니다. 우리가 옳은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그것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끔찍한 상태고 유례없이 어둡다는 시각을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가 도전하기를 희망합니다. 그들이 세상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도록 말이죠. 세계는 놀랍고 멋진 곳이고 지구를 공유 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다른 이유로 특별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볼까요? 닥터 윈스턴이 달에서 어린 윈스턴에게 말했듯이 - “세계를 결코 보이는대로 받아들이지 말라,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바라보라”

편지 감사해요 비비안. 가슴에 와닿았고 제가 매일 무엇을 해야할지 되세겨 주었어요. 제 팀과 당신이 준 영감을 공유하고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 할께요. 우리가 실수할 때 용서해주길 바래요. 우리의 좋은 의도가 증명되었으면 좋겠어요.


*메이크어위시: 난치병으로 투병하는 아동들의 소원 성취를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 재단
*다이스 서밋(D.I.C.E SUMMIT): 1996년 설립된 The Academy of Interactive Arts & Sciences (AIAS)에서 1998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시상식(DICE Awards) 이전에 갇는 개발자들의 프레젠테이션 행사.


2019. 1. 8.

Witchy workshop




 [Witchy workshop]은 골드 버그 장치를 만드는 퍼즐 게임입니다. [요절복통 기계(The Incredible Machine)]로 시작하여 많은 작품이 나온 장르이지만, 이 게임만의 독특한 특징이이 매력적이라 소개합니다. 마녀와 마녀의 조수 강아지가 퍼즐을 푸는 설정을 사용한 게임은 마법을 사용하여 사물에 다양한 속성을 부여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게임을 대단하게 바꾸거나, 굉장한 장치는 아니지만 사용하기에 따라 퍼즐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어 재미있는 아이디어 입니다.(데모에서는 생각보다 이를 잘 활용하는 레벨이 없어 아쉽습니다) 게임에 포함된 사전이나 지문을 보면 설정에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나는 만큼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됩니다.(사전의 폰트가 보기 힘드신 분은 게임 옵션에서 폰트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개발중인 데모인 만큼 다소 다듬어 지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게임의 특징을 개성있게 드러내는 테마와 아기자기한 그래픽이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데모 버전에 대한 사용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 게임안에 구글 설문 폼으로 바로 이동하는 버튼이 있는 것이 인상깊습니다. 최근 번거로운 메일이나 포럼이 아닌 게임에서 바로 의견 수렴이 가능하도록 배려하는 게임이 늘고 있는데, 더 많은 게임이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플랫폼: 윈도우
가격: 무료(데모)
편의: 30분 
제작: Deerbell
좌표: itch.io

2019. 1. 7.

Nonsense at Nightfall




 이따금 잠이 오지 않으면 이런저런 망상을 하곤 합니다. 때로는 제법 괜찮은 망상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Nonsense at Nightfall]은 그런 망상의 일부가 게임의 된 것 아닌가 싶은 작품입니다. 게임은 게임보이 특유의 표현으로 기이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화면이 흔들리는 효과라거나, 효과음 같은 소소한 부분에서 기기의 향수를 느끼게 합니다. (배경사물에 유명한 게임보이 게임의 오마쥬가 들어있기도 합니다) 그런 과거의 추억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더라도, 간단한 어드벤처 게임으로 구성된 게임의 퍼즐과 이야기는 꽤 흥미롭습니다. 꿈처럼 황당하고 앞뒤 개연성 없는 전개가 특유의 단순한 그래픽과 어울려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30분 정도의 짧은 게임인데, 워낙 전개가 희한한 게임이라 꽤 긴 게임을 즐긴 것 같은 여운이 남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가격: 무료
편의: 쉬움, 30분
제작: Siegfried Croes
좌표: itch.io


PS. 키 배치가 독특한 게임이라 메모 남겨 놓습니다. 
(게임보이 오마쥬일까요?)

방향키 / WASD / ZQSD: 이동
H key: 상호작용 / 확인
G key: 돌아가기 / 취소
Enter / F key: 열기 / 게임 메뉴 닫기